오스트리아에 푸깅(Fugging)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원래 이름은 영어권 욕설과 철자가 같은 '푸킹(Fucking)'이었다. 6세기경 형성된 이 마을의 이름이 문제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마을 인근에 주둔하던 미국군과 영국군이 마을 표지판을 보고 환호(?)했고, 마을 주민들은 졸지에 '음란한 사람들' 취급을 받았다. 표지판 절도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참다 못한 마을 주민들이 지난 2021년 지명을 푸깅으로 바꿨다. 캐나다의 딜도(Dildo)라는 마을은 개명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딜도는 성인용품을 연상시키는 이름이지만, 주민들은 개의치 않는다. 지명을 바꾸기는커녕 '딜도 축제'를 여는 등 오히려 관광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도 발음 탓에 오해를 사는 동네가 있다. 구미 고아읍(高牙邑)이 대표적이다. 한자로 '높은 기개와 위엄이 서린 땅'이라는 뜻인데, 현대어로는 부모 없는 아이들의 마을이라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실제 고아초등 학생들이 과거 수학여행지에서 식당 주인으로부터 '고아원'에서 온 아이들이라는 안쓰러운 시선을 받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상주의 백원(白元) 마을은 가끔 '100원'으로 불린다. '백색의 으뜸'이라는 선비 정신 대신 자본주의의 상징인 화폐 단위로 비쳐지는 셈이다.
딜도, 고아, 백원이라는 지명은 언뜻 당혹감을 주지만, 사실 지역의 서사를 함축한 스토리텔링의 보고다. 현대 언어의 장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동네 이름의 진짜 의미를 아느냐'고 당당히 묻는 순간 생동감 넘치는 역사 콘텐츠로 부활한다. 세상의 모든 이상한 동네 이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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