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목조작가 이상헌·부산 금속 조각가 김태인 참여
깎아내기와 부풀리기, 상반된 조형 언어 한자리서 조망
이상헌 작. <수성아트피아 제공>
김태인 작. <수성아트피아 제공>
수성아트피아가 조각의 근원적 생명력인 물성을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획전 '결의 온도: 깎은 기억과 부푼 시간'을 29일부터 6월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조각의 전통적인 문법인 '깎아내기'와 현대적인 '부풀리기'라는 상반된 조형 언어를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대구의 중견 목조각가 이상헌과 부산의 금속 조각가 김태인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나무와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감상을 넘어 촉각적 경험까지 제안한다. 현대 미술이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시각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능동적인 접촉을 유도한 것이다. 나무의 따뜻한 온기와 금속의 매끄러운 냉기가 충돌하는 전시장은 색다른 감각의 장이 된다.
이상헌 작가는 나무를 통해 깎아낸 '현상학적 안식'을 표현한다. 이 작가는 유년 시절의 불안과 기억의 왜곡을 나무라는 따뜻한 매개체로 치유해왔으며, 전통적인 감(減)의 방식을 통해 재료 내부의 본질을 찾아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자아를 상징하는 '뒤틀린 의자' 시리즈를 포함한 주요 작품들을 선보인다. 관람객이 작품에 직접 앉거나 나무의 거친 결을 만져보며, 작가의 사적인 기억이 보편적인 위로로 변하는 현상학적 순간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반면 김태인 작가는 스테인리스에 가둔 '팽창된 에너지'를 표현한다. 김 작가는 단단한 금속에 열과 공기를 주입해 유기적인 볼륨을 만드는 '우연한 팽창'의 미학을 탐구해왔다. 김 작가의 작업은 계획된 설계와 예측 불가능한 물리적 반응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표면에 비치는 관람객의 모습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매끄러운 곡선은 조각이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하나의 사건임을 보여준다.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손으로 빚어지는 조각의 근원에는 철학과 인간을 향한 깊은 통찰이 자리한다. 차가운 재료는 사유를 통과해 비로소 온기를 얻고 단순한 형상을 넘어 하나의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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