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윤 전 서울시의원이 영주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기웅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역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보수 텃밭으로 불려 온 경북 선거판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 속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22개 시·군 가운데 18곳에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정상회담 경북 개최, 경북도청 신도시 국립의대 설립 등 지역 현안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민주당의 공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현재 민주당은 경북 22개 시·군 가운데 14곳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영주, 울진은 심사가 진행 중이고, 김천과 경주는 추가 후보를 접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종적으로 18곳 안팎에 후보를 낼 계획이다. 경북에서 민주당이 이 정도 규모로 기초단체장 후보를 세우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수 정당의 절대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온 경북에서 '완주형 공천'을 넘어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승부를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동·울릉·문경·구미·포항 '전략 승부처'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주목하는 지역은 안동, 울릉, 예천, 문경, 구미, 포항 등이다. 단순히 후보를 내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힘 공천 후유증, 무소속 출마, 현직 교체 변수 등이 맞물리면 민주당 후보에게도 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동은 민주당 이삼걸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후보, 무소속 후보와 3자 구도를 형성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공천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실제 대진표는 안갯속이다. 안동은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한일정상회담 개최지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경북 선거의 핵심 관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울릉군수 선거도 다자 구도가 변수다. 현직 남한권 군수가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고, 국민의힘 김병수 전 군수, 민주당 정성환 전 울릉군의회 의장, 무소속 남진복 경북도의원이 출마하면서 4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보수 후보군이 나뉠 경우 민주당 후보가 의미 있는 득표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경은 국민의힘 경북도당이 지난 22일 김학홍 후보를 공천한 뒤, 경선 컷오프에 반발한 신현국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판세가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이윤희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표심 분산으로 이어질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싸워볼 만한 지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미는 '리턴매치', 포항은 '무주공산'
구미는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어 민주당 장세용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김장호 예비후보가 다시 맞붙는다. 2022년 선거에서는 김장호 후보가 9만9천751표, 득표율 70.29%로 당선됐고, 장세용 후보는 3만8촌196표, 26.91%에 그쳤다. 격차는 컸지만 민주당은 이번에는 정치 환경이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장 예비후보가 전직 시장으로서 가진 인지도와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역 현안에 대한 기대감이 결합하면 지난 선거와는 다른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포항은 3선의 이강덕 시장이 물러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민주당은 박희정 현 포항시의원을, 국민의힘은 박용선 전 경북도의회 부의장을 각각 공천했다. 무소속 최승재 전 한국해운업 선원 종사자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된 박승호 전 예비후보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보수 표심 분산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포항은 경북 최대 도시권 중 하나인 만큼 민주당이 의미 있는 득표를 올릴 경우 경북 전체 선거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역 현안 훈풍이 선거판 흔드나
민주당 경북도당은 공천이 마무리되면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별 경쟁력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한일정상회담 안동 개최와 경북도청 신도시 국립의대 설립 문제가 선거판의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한일정상회담은 당초 대구 중심 개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경북 개최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립의대 설립 문제도 정부기관 간 1차 협의가 끝나고 정원 협의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역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들 현안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경우 '여당 프리미엄'을 경북에서도 일정 부분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현안이 기대에 그치거나 구체적인 결론 없이 선거를 맞을 경우 공천 확대가 상징적 시도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은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세가 압도적인 지역이다. 민주당이 후보를 많이 낸다고 곧바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김희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공보국장은 "한일정상회담이든 국립의대 설립 문제든, 유력 격전지 문제든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의 경북 공천 확대는 단순한 후보 숫자 경쟁이 아니다. 보수 텃밭에서 여당이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는지, 국민의힘 공천 갈등과 무소속 변수 속에서 민주당이 실제 당선권 지역을 만들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경북 선거가 예년처럼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일부 지역에서 균열이 생길지는 앞으로 확정될 대진표와 지역 현안의 현실화 여부에 달려 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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