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사과의 무한변신…식품명인과 손잡고 ‘혁신’을 빚다
청송지역 전통식품기업인 '한국맥꾸룸'
청송농기센터·경국대 산학협력단에게
풋사과 원료 기능성소금 제조기술 받아
저염식시장 겨냥 추석건물세트도 기획
"짜지 않고 산뜻" 축제서 소비자 호평
사과김도 OEM 생산 온라인 판매 예정
고부가 가공식품으로 K-푸드 새 지평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그 명성을 금세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오래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는 대체로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14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청송사과도 마찬가지다. 전국 최고의 사과 주산지로 명성을 굳힌 뒤에도 청송의 농업인과 기관단체들은 새로운 재배기술 도입, 품종 다변화, 유통구조 개선과 같은 혁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의 사과를 소재로 한 고부가가치 가공식품 개발도 청송사과 브랜드의 위상을 강화하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송풋사과소금 개발과 풋사과소금을 이용한 청송사과김 개발 사업이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2024년 국립경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풋사과소금 개발에 나섰다. 사과 성분을 첨가한 기능성 소금 제조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풋사과가 원료로 채택됐다. 풋사과를 말려 분쇄한 가루로 추출액을 만들고, 거기에 소금을 첨가해 풋사과소금 용액을 조제한 후 불순물 제거 및 건조 과정을 거치는 풋사과소금 제조 기술을 완성했다.
경국대 산학협력단의 연구 결과, 청송풋사과소금은 일반 소금에 비해 항산화·항당뇨·항혈전 활성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한 짠맛 잔류감이 적고 은은한 사과향과 감칠맛이 돌아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양념재료로 활용 가능성도 높다. 이 기술은 '산화, 항당뇨 및 항혈전 활성이 우수한 풋사과 소금 및 이의 제조방법'으로 특허(제10-2024-0111096호)도 획득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 박유진 자원개발팀장은 "풋사과소금은 성인병 예방을 위해 저염식이 요구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식품산업상 매우 유용한 발명"이라고 밝혔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풋사과소금의 맛이 김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에 조미김 제조업체에 시제품 제작을 맡겼고, 2024년 첫 선을 보였다. 청송사과김은 현재 소노벨 청송에 있는 굿앤굿즈 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또 '해뜨는 농장'에서 지자체 쇼핑몰인 '청송몰'과 '사이소'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풋사과소금의 맛이 김과 잘 어울릴 것으로 보고, 광천김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청송사과김 시제품 제작을 맡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송사과김은 2024년 제18회 청송사과축제에서 방문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3종의 패키지 디자인 시안에 대한 선호도 조사도 했다.
풋사과소금 기술이전은 이듬해인 2025년에 이뤄졌다. 2025년 3~4월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농가 및 업체를 모집해 서류심사, 현지조사, 심의위원회를 거쳐 실행가능성과 역량을 갖춘 업체를 선정했다. 청송을 대표하는 전통식품 전문기업인 영농조합법인 한국맥꾸룸이었다. 6월 청송군농업기술센터, 국립경국대, 한국맥꾸룸은 기술이전협약식을 가졌다.
한국맥꾸룸은 지난해 청송농업기술센터, 국립경국대와 풋사과소금 기술이전협약식을 맺었다. 1989년 24개의 항아리로 시작된 사업은 3천개까지 늘었다. 현재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성명례 명인으로부터 딸인 권혜나 전수자로 맥을 잇고 있다. 풋사과소금 기술이전 기업으로 선정된 '한국맥꾸룸'의 장항아리들의 모습.
맥꾸룸은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꾸러미'라는 의미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45호 대맥장 성명례 명인이 그 중심에 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성 명인은 27세에 청송의 안동 권씨 집안으로 시집을 와, 시어머니 김말임 여사(1911~2010)로부터 겹된장, 대맥장 등 장류 담그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장을 담글 때는 고부지간이라기보다 사제지간이며 동료지간이었다. 옛 방법을 전해주면서도 집착하지 않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변화에 열려 있었다. 해가 날 때마다 장독 뚜껑을 여는 등의 관행적 오류들을 바로 잡았고, 오늘날 식생활 문화에 맞춰 염도를 낮췄다. 하지만 콩, 물, 소금, 항아리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은 일절 타협이 없었다. 이렇게 이어져온 전통의 맛은 성명례 명인의 딸인 권혜나 전수자로 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북지역을 덮친 대규모 산불은 한국맥꾸룸의 장항아리 6개동과 공장건물 마저 태웠다. 그 탓에 2개월간 생산을 하지 못했지만 거래처와 고객이 기다려준 덕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 사진은 한국맥꾸룸의 제품 포장라인.
한국맥꾸룸은 1989년 24개의 항아리로 사업을 시작했다. 장은 집에서 담가 먹는 것이지 시장에서 사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게 상식인 시절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 건설 붐에 따라 도시민들의 생활 모습은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성 명인은 승용차 트렁크에 된장, 고추장, 청국장을 가득 싣고 청송에서 서울까지 6시간 넘게 운전을 해, 아파트 부녀회를 찾아다니며 시식회를 열고 판로를 개척했다. 사업규모가 커지고 맥(脈) 브랜드를 만든 뒤에는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진출했다. 처음에 고개를 갸웃하던 백화점 상품기획 담당자는 백화점 VIP고객들이 한국맥꾸룸의 간장·된장을 사고, 아파트 부녀회를 통해 장류를 구매했던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지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권혜나 전수자는 해외 홍보 활동과 수출시장 개척, 전통장류 교육프로그램 체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해외수출은 직접수출 21만불 이상, 간접수출 포함 30만불 이상의 실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 사이 전통장이 익어가는 항아리는 24개에서 3천개가 됐다.
한국맥꾸룸은 2차 숙성을 시킨 맥된장을 비롯해 맥간장, 맥찹쌀고추장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와 함께 전통장 담그기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맥된장은 1차 숙성한 장에서 간장을 분리한 다음, 된장에 새 메주를 채워 넣고 12달 동안 2차 숙성을 시킨다. 그렇게 간장으로 빠져나간 구수한 감칠맛이 되살아나면서 황금빛으로 익은 겹된장이 만들어진다. 한국맥꾸룸은 맥된장 외에 맥간장·맥찹쌀고추장 등 전통장류와 양념류, 소스, 선물세트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맥장은 성명례 명인의 시어머니 친정인 안동김씨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속성장이다. "사대부가에 365일 손님이 오니까 장이 떨어질 봄에 담근 장입니다. 검은콩과 보리쌀로 동글납작하게 메주를 빚어 닥나무 잎으로 싸면 뽀얀 곰팡이가 2~3일 만에 핍니다. 그걸 말려서 항아리에 넣고 좀 낮은 염도로 소금물을 부어 보름 정도 숙성 시키면 돼요. 대맥장은 끓여 먹는 장이 아니에요. 밥을 비벼 먹기도 하고 야채 쌈장으로 여름에 먹고 그랬나 봐요" 성 명인은 대맥장에 다른 양념들을 넣고 만든 소스가 생선회와 잘 어울린다며, 대맥장은 오래 맛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고급 식재료로 활용된다고 했다.
청송 맥꾸룸 송주원.
한국맥꾸룸은 전통장 담그기의 무형유산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권혜나 전수자는 "재작년에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내에서도 지역별로 전통 장류를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북지방의 전통 장류도 조속히 지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맥꾸룸이 풋사과소금 기술이전을 받는 절차가 진행되던 지난해 봄은 청송 지역이 산불피해로 큰 충격을 받은 시기다. 한국맥꾸룸도 3월25일 장항아리 하우스 6개동과 공장건물이 전소되는 등 약 12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장항아리도 700개가 불탔다.
권혜나 전수자는 이렇게 말했다. "2개월간 아예 생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도, 고객들도 기다려주셨어요. 신기하게도 작년 매출이 재작년 매출이랑 똑같았어요. 기다려주신 고객들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낸 우리 직원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우리 장이 그만큼 맛있다는 거니까요"
청송 한국맥꾸룸 체험관
그런 상황에서 풋사과소금은 어떻게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맥꾸룸은 청송의 농산물, 사람, 자연을 기반으로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언제나 지역 사회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하려고 합니다. 소금은 저희가 제일 많이 쓰는 원재료니까 따로 구매할 필요도 없고, 불이 났을 때 다행히 소금은 간수 뺀다고 밖에 나와 있어서 겉만 살짝 훑고 지나가 괜찮았어요. 그래서 해보자고 했죠. 또 그 공정에 들어가는 기계도 다 써본 것들이고 해서 저희가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권 전수자는 청송풋사과소금의 전망에 대해 "작년 사과축제 때 풋사과소금을 판매해봤는데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며 "올해 추석 때쯤 저희가 기획해서 선물세트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도 지난해 청송사과축제에서 광천김 OEM으로 생산한 청송사과김을 판매했는데, "짜지 않고 산뜻하다"는 방문객들의 호평 속에 판매됐다. 청송사과김은 현재 소노벨 청송에 있는 굿앤굿즈 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또 '해뜨는 농장'에서 지자체 쇼핑몰인 '청송몰'과 '사이소'를 통해 온라인 판매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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