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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카페 청송의 맛⑤] 청송사과꿀

2026-06-10 06:00

항산화 성분에 크림같은 질감…청송사과·꿀벌이 만든 달콤한 기적

명품 청송사과 생산을 위해 청송사과 개화시기에 맞춰 양봉농가는 건강한 화분매개 벌을 사과농가에 배치해 수정률과 품질을 높이고 사과농가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꿀벌을 보호한다.

명품 청송사과 생산을 위해 청송사과 개화시기에 맞춰 양봉농가는 건강한 화분매개 벌을 사과농가에 배치해 수정률과 품질을 높이고 사과농가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꿀벌을 보호한다.

과수원에는 사과수정벌 빌려주고

농가는 살충제 안쓰며 꿀벌 지켜

지역상생 기반 양본산업 새 지평

해외서 선호하는 '화이트허니'처럼

청송사과꿀도 시장경쟁력 충분

명품이라는 말은 최고의 품질에 대한 찬사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만드는 과정에 그 물건으로 녹아드는 특별한 기술, 정성, 가치관에 대한 공감과 존중도 함께 담고 있다. '명품 청송사과'라는 말도 사과 한 알에 배어있는 온갖 노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정이며, 따라서 오늘의 청송사과를 만드는 데 기여해온 많은 사람들에게는 훈장과도 같은 말이다. 이런 감사와 칭찬을 받아 마땅한데도 무시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꿀벌이다.


사람들은 꿀벌에게서 벌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꽃가루 등을 얻는다. 그러나 꿀벌들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줌으로써 훨씬 더 큰 이득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국립경국대 정철의 교수의 연구(2008)에 따르면, 사과, 복숭아, 고추 등 국내 주요 19개 과수 및 채소 작물의 연 생산액 12조원 중 꿀벌의 화분매개를 통한 생산액이 5조9천억원으로 약 50%에 이른다. 이는 국내 양봉 1차 생산액의 약 18배에 해당한다. 꿀벌이 사과 생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모든 사과가 인공수분을 통해 결실이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청송에서는 사과와 꿀벌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은 역설적이게도 과수화상병 확산이라는 위기였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 발생하는 세균성 전염병으로 과수원 자체를 폐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지난 2020년에는 전국 재배면적 대비 0.97%가 발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작업도구·비바람·곤충 등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진 과수화상병이 인근 지역까지 전파되자, 청송군과 청송사과협회 그리고 양봉협회 청송군지부는 과수화상병 유입을 막기 위해 2021년 1월 '사과수정벌 대여 및 사과꿀 생산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사과 개화시기에 맞춰 양봉농가는 건강한 화분매개 벌을 사과농가에 배치해 수정률과 품질을 높이고, 사과농가는 살충제 농약 살포를 하지 않고 꿀벌을 보호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사과꽃은 꿀이 많은 꽃은 아니지만 청송에는 사과꽃이 많이 펴서 사과꿀을 따로 브랜드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은 청송 이삭꿀벌농원에서 벌을 이용해 사과꽃의 꿀을 채취하는 모습.

사과꽃은 꿀이 많은 꽃은 아니지만 청송에는 사과꽃이 많이 펴서 사과꿀을 따로 브랜드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은 청송 이삭꿀벌농원에서 벌을 이용해 사과꽃의 꿀을 채취하는 모습.

농가의 신청을 받아 과수원 3천300㎡ 당 꿀벌 1군(6천마리 이상)을 배치하는데 지난해는 1천200군, 올해는 1천500군 이상이 배치됐다. 양봉농가에 지급되는 지원비는 군당 10만원이며 군비 50%와 사과농가 자부담 50%로 마련된다. 사업이 처음 시행될 때는 꿀벌이 폐사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제 그런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사과화분 매개벌 지원사업은 사과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효과 외에도, 청송사과가 환경 친화적으로 재배되고 있음을 알리고 청송사과꿀을 고부가가치 특화상품으로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완석 한국양봉협회 청송지부장은 "올해 사과화분 매개벌 지원 사업 대상 면적이 청송군 전체 사과재배 면적의 약 20%정도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80%도 대부분 우리 양봉농가에서 기르는 벌들이 나가서 꿀을 가져오면서 수분시켜 주는 겁니다. 빨리 수분이 되면 냉해를 입을 확률이 낮아지고 정형과 생산에도 아주 좋습니다. 청송에 건강한 꿀벌이 많아지면 그만큼 과수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 상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수농가에서도 꽃이 만개했을 때 살충제를 뿌리면 벌에 피해를 입으니까 상생의 정신으로 좀 자제 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서완석 지부장은 양봉인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제가 회원들에게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양봉업을 육성하는 것이 곧 청송군 농업 발전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꿀벌은 꽃에 날아가서 꿀을 가져온다 할지라도 앉았던 그 꽃잎을 결코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꽃나무에 열매를 주지요. 우리 양봉인들도 기본적으로 이 꿀벌 같은 생각으로 이 업을 영위해야 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청송군의 사과 과수 농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명품 청송사과'라는 말에는 새 품종과 재배기술을 도입, 정착시키는 데에 노력해온 많은 농업인들과 관계자들 뿐 아니라, 결실을 맺게 해주는 꿀벌과 양봉인들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뜻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꿀벌의 입장에서 보면 가욋일로 과분한 칭찬을 듣고 본업으로는 인정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청송사과꿀을 명품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사과꿀에는 항산화성분이 많고 미백효과 등 많은 효능이 있다. 사과꿀은 향이 좋고 새콤한 맛이 나 인기가 많다. 사진은 청송 이삭꿀벌농원 제품.

사과꿀에는 항산화성분이 많고 미백효과 등 많은 효능이 있다. 사과꿀은 향이 좋고 새콤한 맛이 나 인기가 많다. 사진은 청송 이삭꿀벌농원 제품.

이삭꿀벌농원을 운영하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맡기고 뜻이 맞는 양봉인들과 함께 <주>농업회사법인 청송양봉을 설립해 양봉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 고희준 대표에게 청송사과꿀에 대해 물어봤다.


"사과꿀에는 항산화성분이 많고 미백효과가 있는 등 효능에 대한 연구는 이미 나와있는데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으로 마누카꿀이 알려져있지만 헛개꿀이 마누카 꿀보다 효능은 더 좋다고 나와 있어요. 그 다음이 메밀꿀, 사과꿀, 밤꿀 이런 순서예요. 효능으로 치면 사과꿀이 상당히 높은 쪽에 속합니다. 그리고 효능 좋은 꿀 중에서 향은 사과꿀이 제일 좋아요. 약간 새콤한 맛도 있고요. 시식해 본 20대 여성들은 사과꿀만 달라고 합니다. 사과꽃은 꿀이 많은 꽃은 아닌데 청송에는 워낙 많이 피다 보니까 사과꿀을 따로 브랜드화할 수 있어요."


고 대표는 4월꿀, 5월꿀 등등 월벌꿀을 나누고 꽃 종류를 표기해 판매하고 있다. '꿀벌과학자상'을 수상한 경국대 정철의 교수 문하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헛개, 메밀, 아까시, 잡화, 밤꿀 정도로만 구분돼 유통되고 있는데 밀원별로 세분화하고 특성에 따라 고급화하는 등 양봉 및 꿀 소비 문화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과꿀은 4월꿀에 속하는데 포도당이 많아서 쉽게 뿌옇게 서려요. 특히 다른 꿀보다도 더 곱게 뭉쳐져서 마치 크림처럼 하얗게 결정화가 됩니다. 숟가락으로 긁어서 먹을 수도 있어요. 하얗게 된 사과꿀을 온도 맞춰 교반기에 넣어 돌리면 크림처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꿀, 크림이나 버터처럼 빵과 크래커에 발라 먹는 꿀이죠. 유럽, 북아메리카에서는 이런 '화이트 허니'가 한창 뜨고 있고, 몽골과 대만의 백화점에도 있더군요. 포도당이 많은 사과꿀을 매개체로 넣으면 결정화가 안 되는 아까시꿀도 크림꿀로 만들 수 있어요. 앞으로 사과꿀이 크게 인기를 얻게 되면 청송사과는 덜 치고 자연친화적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도 덩달아 알려지지 않을까요?"


고희준 대표의 기대처럼 청송사과꿀이 양봉산업의 스타로 부상하게 되면, 꿀벌은 부산물에 이어 본품이 드디어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며 뿌듯해 할 테고, 사과나무는 명품 만드는 도구조차 명품이 됐다고 뿌듯해 할 터이다. 그때가 되면 청송사과와 청송사과꿀을 '상생 명품'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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