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어느새 계절은 5월을 향해 간다. 잘 알다시피 유독 5월에는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많다. 5월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5월8일은 어버이날,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심지어 5월15일은 스승의 날인 동시에 UN에서 정한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제격이다. 그래서 5월의 화창한 주말이면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른다.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불릴 만큼 봄의 절정인 5월이 가정의 달인 이유는 봄이 주는 의미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생명들이 자연의 돌봄 속에서 꽃을 피워내고 자라나는 모습들은 마치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모습처럼, 서로를 돌보는 부부의 모습처럼 우리들 가정의 모습을 닮아 있다.
'돌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라는 뜻을 가진다. 허투루 지나치듯 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관심을 가지고 세심히 헤아려 보는 것에서부터 돌봄은 출발한다. 주의 깊고 다정하다. 동백나무 화분에서 작은 동백꽃을 피워내듯, 힘든 시간을 견딘 이들에게 봄볕의 위로를 건네듯, 절망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다시 살리듯, 다정함이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전략이었다면, 돌봄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박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의 발문을 쓴 신형철 평론가는 돌봄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돌봄이란 무엇인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가 걷게 될 길의 돌들을 골라내는 일이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를 아프게 할 어떤 말과 행동을 걸러내는 일이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당신의 미래에 있을지 모를 위험과 불편들을 먼저 골라내고 걸러낸 다음, 당신과 함께 한 번 더 그 미래를 사는 일.
이러한 돌봄의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다. 돌봄으로서의 요리란 당신이 무언가를 먹게 될 오늘 저녁에 혼자 먼저 가서 어떤 음식을 만들지 결정하고 준비한 다음, (준비하되, 그 음식이 당신의 입맛에 맞고, 당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다시 오늘 저녁으로 가서 당신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다.
안전한 식재료와 요리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호모 사피엔스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신형철 평론가는 말한다. "그러므로 내가 당신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이 세계가 흡수해도 안전한 것임을 미리 확인하고 당신에게 그것을 주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의 안전함을 먹는 일이 된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두고 당신과 마주 앉는다. 서로의 안전함을 먹으며 서로를 돌본다. 봄날엔 돌봄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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