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용실 박순남 원장이 '복지터치포인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권기웅기자>
늘 보던 손님의 낡은 옷 한 벌, 한동안 보이지 않는 단골의 빈자리까지 복지 위기의 신호로 살피는 경북 영주시의 생활밀착형 복지안전망이 주목받고 있다.
영주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역 생활업소와 협력하는 '복지터치포인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복지 수요가 복합적이고 다양해지면서 기존 행정 중심의 발굴 체계만으로는 위기가구를 조기에 찾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세탁소와 미용실, 슈퍼마켓, 편의점, 식당 등을 복지 안전망의 최전선으로 끌어들였다.
휴천2동 기능사세탁소를 운영하는 송호준 대표(70)는 수개월째 찾아가지 않는 옷, 부쩍 낡아진 옷차림을 보며 이웃의 어려움을 짐작해 왔다. 송 대표는 "늘 보던 이웃의 구멍 난 옷 한 벌이 마음에 걸릴 때가 있었다"며 "개인적인 오지랖으로 보일까 주저했는데, 시에서 정식으로 위기가구 발굴 창구를 마련해 줘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석면 중앙미용실 박순남 원장(67)도 같은 이유로 참여했다. 박 원장은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나 다름없어 손님들의 사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말 못 할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단골손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잇는 가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휴천2동에서 기능사세탁소를 운영하는 송호준 대표가 '복지터치포인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권기웅기자>
영주시는 읍면동별 1개소씩 모두 19개 업소를 '복지터치포인트'로 지정했다. 참여업소는 주민 이용 빈도가 높고 지역 사정에 밝은 곳이다. 이들 업소는 단골 주민의 장기 미이용, 건강 이상, 생활 변화, 위생 상태 악화, 경제적 어려움 등 위기 징후를 발견하면 전화나 QR코드를 통해 간편하게 신고한다. 행정기관은 접수된 내용을 토대로 대상자의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갑자기 가게에 오지 않는 어르신, 외상 거래가 늘어난 주민, 머리 손질이나 세탁을 미루는 단골, 말수가 줄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이는 이웃 등이 대표적이다. 영주시는 이런 생활 신호를 복지 행정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정근섭 영주시 복지정책과장은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한 홍보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역 곳곳의 '눈과 귀'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 민관 협력형 모델"이라고 말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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