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규정부터 선거 의미까지 전방위 프레임 충돌
여당 김부겸은 정당색 뺀 ‘인물·서사’ 전면 배치
야당 추경호는 ‘보수의 심장’ 진영 결집 총력전
1일 대구 북구 대구복합스포츠타운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기념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대구시장 선거에서 여야 후보 양측의 '프레임 전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대구시장 선거는 최근 국민의힘이 '공천 파동'을 매듭짓고 추경호 전 의원이 후보로 선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이들은 각각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하며 인물·구도·바람·정책·호소법까지 모든 차원에서 정면충돌하고 있다.
◆'정청래 도구' vs '윤어게인'
가장 먼저 불붙은 전선은 상대 후보 인물 규정이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를 위해) 꽂은 사람'으로 규정지었다. 추 예비후보 본인이 김 전 총리의 예비후보 등록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이 이를 뒷받침한다.
추 예비후보는 글에서 "김부겸 전 총리 역시 대구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를 이용하려는 정청래 대표의 정략적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내부는 이미 기준을 잃었다"며 "친이재명과 친정청래 중 누구와 더 친한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이중 잣대, 오직 8월 전당대회 전리품을 챙기기 위한 알력 다툼뿐"이라고 비판했다. 추 예비후보는 경선 기간 중에도 "정청래의 남자 김부겸"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최근 보궐선거로 선회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라디오에서 "김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쌍둥이"라고 비슷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추 예비후보를 '윤어게인'으로 규정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의결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과, 주호영·이진숙 컷오프에도 친윤계 핵심이 결국 공천을 받았다는 점이 결합된 프레임이다.
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대행은 최근 회의에서 "추 예비후보 확정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 성격이 명확해졌다"며 "윤어게인을 당의 주류로 알박기하려는 심산이냐"고 비판했다.
다만 김부겸 예비후보 본인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정청래 대표 역시 대구 방문 일정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일절 쓰지 않고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공세도 하지 않았다. '네거티브'가 보수 역결집을 부를 위험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구시장선거 프레임 대결 관련 인포그래픽 <그래픽=생성형AI>
◆지역주의 극복 vs 자유민주주의 사수…선거 의미 규정 전쟁도
선거의 의미 자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둘러싼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구에서 35년 보수 일당 상황을 끝내는 '지역주의 극복'으로 의미를 부각하는 모양새다. 김 예비후보도 출마 선언에서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대구를 '마지노선'으로 규정한다. 추 예비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균형추는 대구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거나 "이번 선거에서 무너지면 보수는 풀뿌리까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장 선거를 사실상 '체제 선거'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동남풍'에 대한 해석도 달라 눈길을 끈다. 민주당이 말하는 '동남풍'은 기존 수도권에서의 높은 지지세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세를 당의 약세 지역이었던 영남까지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와 부산·경남 등 기존 우위 지역에서 지지세를 결집해 수도권까지 이를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서사 vs 진영…호소법의 거꾸로 된 여야 문법
흥미로운 점은 여야의 달라진 호소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강조하는 여당 후보인 김부겸 예비후보는 정당색을 빼고 '인물'로, 인물로 승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야당의 추경호 후보는 정당색을 키워 '진영'으로 가고 있다. 대구가 보수의 텃밭인 만큼 정반대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김 예비후보 측은 '회초리론'과 '5번째 도전' 서사로 지지세를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개소식에서 "이번에는 김부겸을 회초리로 삼아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1995년 이후 대구에서 네 번 떨어지고 한 번 당선된 끝에 다섯 번째로 도전하는 인물 서사다. 정 대표 역시 "대구·경북 선거는 김부겸의 얼굴로 치르겠다. 중앙당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추 예비후보의 어휘는 정반대로 '진영'에 무게가 실린다. '보수의 심장', '단일대오', '풀뿌리'가 핵심 키워드다. 그는 후보 확정 다음 날 첫 일정으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과 충혼탑을 함께 참배하며 참배록에 "대구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보수의 심장을 지키겠습니다, 무거운 책임 추경호가 짊어지고 단디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같은 31년이 두 사람에게 정반대 의미를 갖는 점도 흥미롭다. 김 예비후보에게 1995년 이후 31년은 "딱 한 번의 변화면 된다"는 깨야 할 벽이고, 추 예비후보에게 같은 31년은 "여기서 무너지면 풀뿌리까지 무너지는" 지킬 유산으로 해석한 셈이다.
대구의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남풍이 실체가 있는 바람인지, 아니면 후보 확정 전의 일시적 착시였는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구시민들의 선택이 김 예비후보의 서사나 회초리론과 추 예비후보의 '보수 심장' 결집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