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이자,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해외출장중 급거 귀국해 '대(對)국민 및 삼성가족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했다. 따지고 보면 이 회장이 사죄까지 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이 회장은 "삼성은 한 몸이고 한 가족"임을 강조했다. 21일 파업을 예고한 노조측은 이 회장의 호소 이후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2차)에 임하기로 했다.
통상의 노사분규는 노동자에 대한 임금과 근로환경 개선이 주된 요인이었지만, 삼성의 분규는 한 기업의 역대급 이익 창출을 놓고 벌어진 '나눠먹기 분배'란 성격을 띠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무려 346조원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한 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노사분규에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더 크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과 달리 친(親)노동 정책을 강화해 왔다. 대표적으로 이른바 '노랑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해 노동자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을 주도해 왔다. 시대 변화에 맞춘 정책이지만, 삼성노조의 이익 분배 투쟁이 그런 배경에서 분출된 측면이 있다.
이재용 회장에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담화를 발표한 것도 정부의 책임을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김 총리는 국민경제에 끼치는 피해를 거론하며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긴급조정권은 역대 4차례만 단행된 적이 있는 극단적 조치다. 노사는 합의 불발시 중앙노동위원장의 직권 중재에 따라야 한다.
이번 사태가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노동 운동이 생존의 투쟁을 넘어 기업의 초과이윤을 놓고 '노동자의 몫'을 달라는 단계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행복한 고민이다. 여기다 삼성전자는 국민 약 450만명이 주식을 갖고 있다. 주가 상승과 배당이란 경제적 이해도 걸려 있다. 삼성은 또한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이다. 특히 대구를 모태로 성장한 기업군이라 지역민의 애정이 클 수 밖에 없다.
삼성의 문제는 삼성의 근로자, 이재용 회장을 위시한 경영주, 정부 어느 한 쪽의 배타적 관할을 떠난 사안이다. 대한민국의 성장 결실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가란 차원 높은 공동체 숙의와 연계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다른 근로자들이 삼성노조의 45조원 요구를 접하며 떠올릴 '착잡한 상념'도 외면해선 안된다. 배 고플 때 한 가족이 됐던 이들이 '황금거위'를 놓고 딴 가족이 된다면 그것 비극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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