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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한일 정상회담과 지방소멸 대응

2026-05-20 06:00

APEC 정상회의 6개월만에
양국 정상 경북 안동서 재회
향후 한일관계 방향 ‘가늠자’
국가차원 지방소멸 대응마련
에너지·반도체 등 상생 필요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한일 양국 정상이 19일 경북 안동에서 재회했다. 지난해 APEC 정상회의가 진행된 경주에서 회담을 갖은지 6개월여 만이다. APEC 정상회의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안동을 다음 정상회담 장소로 염두해 뒀을까. 신임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게 나라현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안동 재회로 이어졌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지역구이자 그가 태어난 곳이다. 한일 '셔틀 외교'가 두 정상의 고향에서 이뤄진 것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안동 방문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그야말로 '항일의 심장부'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노선을 그대로 계승한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총리 취임 전 야스쿠니 신사도 빠짐없이 참배했다.


지난 3월에는 독도와 관련해 "일본의 영토라는 인식을 국제 사회에 알려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 같았으면 "어찌 원수를 안방에 들이느냐"며 지역 유림들이 상소를 올리고 호통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대한민국 체급도 달라졌다. 안동으로 일본 정상을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우리의 당당한 굳은 살을 일본의 눈앞에 똑똑히 보여주는 자신감의 발로다. 극일(克日)은 목청 높여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기개로 상대를 품어내는 것이 아닐까. 안동 시민들 역시 한일 정상회담을 반기고 있다. 반일 감정 보다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빅 이벤트'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일본이 처한 외교적 상황도 녹록찮다. 현재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미국의 지원사격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의 관계마저 틀어진다면 자칫 일본만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안다. 특히 정치인과 총리의 무게감 차이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경주와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태극기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장면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한일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리다. 이미 한일 경제협력은 각자도생을 넘어 공동 생존을 위한 전략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광물·반도체 소재·에너지 자원 등 손을 잡아야 하는 분야가 넘친다. 이날 에너지 협력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은 인구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국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고착화한 경북 북부권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저출생과 전쟁에 나선 경북도는 이미 일본 돗토리현과 공동포럼·세미나·정책 발굴·공동 선언을 하는 등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4년 이후 지방창생을 추진했으나 인구 유입 정책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최근에는 민관협력·관계인구·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활환경 개선으로 방향을 넓히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지방소멸을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배우고 한발 더 나아가 연대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사와 안보 현안의 틀 안에만 머물면 새로울 것이 없다. 독도 영유권이나 과거사 문제 등 굽힐 수 없는 국익 앞에선 단호해야 하지만 상생이 필요한 부분에선 실리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의 고향에서 열린 이번 회담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양국 관계의 진정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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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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