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지역에서 새 인물론 고개 들지만…유권자 선택받지 못해
본선이 가까워질수록 익숙한 정당,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로 쏠려
새 인물론, 신선함보다 ‘안전성’ 증명이 관건
기사 내용을 기반으로 클로드 AI 제작.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에서 또다시 '새 인물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역 침체에 대한 불만과 세대교체 요구, 새로운 행정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구 선거의 반복된 흐름을 보면 새 인물론이 실제 선거 결과까지 관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선거 초반에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지만, 본선이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들은 익숙한 정당, 검증된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같은 현상은 단순한 정치적 무관심이나 변화 거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과 손실 가능성을 더 크게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구 정치 지형에서 '새 인물'은 대체로 기존 질서를 흔드는 도전자이자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변수로 받아들여진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새 인물이 던지는 변화의 메시지에 끌리면서도, 그 변화가 실제 행정 능력과 지역 현안 해결 능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정당 후보 간 경쟁이 사실상 본선 못지않은 무게를 갖는 대구에서는 후보 개인의 참신함보다 조직력, 인지도, 당내 기반, 본선 안정성 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한다. 선거 초반 '새 얼굴'에 대한 관심이 커지더라도, 경선과 본선 국면에 들어가면 유권자와 당원 모두 검증 가능성과 안정성을 더 무겁게 따지는 구조다.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 그러나 막판엔 안전한 선택
대구 유권자들이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역 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구조 전환 지연, 도심 활력 저하 등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변화 요구가 곧바로 새로운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과연 저 인물이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 수 있을까", "지역 현안을 제대로 풀 수 있을까"등을 두고 고민한다.
지방선거의 특성도 이런 흐름을 강화한다. 시장은 지역 경제, 교통, 복지, 문화, 도시계획, 개발 사업, 국비 확보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을 다루는 행정 책임자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 어렵고, 행정 경험과 지역 현안 이해도, 중앙정부와의 협상력 등을 함께 따질 수밖에 없다.
계명대 정대겸 교수(심리학과)는 이를 인간 내면의 '양가감정'으로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역 경제 침체 등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변화 욕구가 분명 존재하지만, 막상 기표소에 들어가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선택이 가져올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변화의 열망을 이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새로움보다 크게 작동하는 '손실회피' 심리
선거 초반 새로운 인물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다가 막판으로 갈수록 힘이 약해지는 배경에는 '손실회피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정치 선택에서도 새 인물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보다, 그 선택이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손실을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새 인물론이 선거 초반에는 주목받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잃는 현상을 인간의 '위험 회피 심리'와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원시 환경에서 새롭고 검증되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에 가까웠다"며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험가라기보다 치명적인 손실을 피하는 데 익숙한 존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유권자 입장에서 새 인물에 대한 선택은 기대와 동시에 위험으로 인식될 수 있다. 새롭게 떠오른 인물이 행정 경험을 충분히 갖췄는지, 중앙정치와의 연결망이 약하지 않은지, 국비 확보나 지역 현안 해결에서 불리하지 않은지, 보수 지지층이 분열되지 않을지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 위험 요소가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대구 유권자들이 막판에 새 인물을 외면하는 것은 그들이 변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다"라며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결과보다 기존 정당을 버렸을 때 치러야 할 정치적 자존심과 안정감의 상실을 훨씬 더 크게 느끼는 손실회피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선택은 '심리적 안전지대'가 된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새 인물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면, 현상유지 편향은 기존 선택을 계속 붙잡게 만든다. 현상유지 편향은 현재 상태를 바꾸는 선택보다 기존 상태를 유지하는 선택을 더 안전하게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유권자 심리를 은행 선택에 비유했다. 그는 "새로 생긴 인터넷은행이나 다른 은행에서 더 높은 이자를 주고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고 해도, 10년 넘게 쓴 주거래 은행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은행을 심리적 안전지대로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앱을 새로 깔고 자동이체를 옮기는 수고로움조차 큰 장벽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에서도 기존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선택으로 넘어가는 것은 유권자에게 심리적으로 높은 전환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안정적인 관계망을 중시하는 지역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공동체 내 균형과 지지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불안이 작동할 수 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장기 지지, 지역 정치권의 인적 네트워크, 보수 정치 정체성 등이 결합된 지역일수록 새로운 선택은 단순한 후보 교체를 넘어 기존 정치적 소속감의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안정적 관계망을 중시하는 지역에서는 변화의 필요성이라는 명분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관계적 조화와 현상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투표소에서 더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 인물론, 신선함보다 '안전성' 증명이 관건
결국 대구에서 새 인물론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신선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의 위험 회피 심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새롭다'는 이미지만이 아니라 '맡겨도 괜찮다'는 확신을 함께 줘야 한다는 것이다.
새 인물들은 대체로 "기존 정치는 낡았다"는 메시지를 앞세운다. 하지만 유권자가 요구하는 변화는 단순한 얼굴 교체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청년 유출을 어떤 방식으로 막을 것인지, 대구경북신공항과 도심 경쟁력 회복 같은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새 인물론이 일시적 바람에 그치지 않으려면 '누가 새롭나'보다 '누가 더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나'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기표소 안에서 유권자를 움직이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만이 아니라 실패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새 인물이 심리적 장벽을 넘으려면 신선함을 넘어 안전성과 유능함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며 "유권자에게 '나를 선택해도 여러분이 지켜온 가치와 지역의 자존심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할 때, 유권자는 비로소 익숙한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인물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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