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예산 1천79억…전년 대비 5.8% 감소
통합문화이용권·운영비 등 정책·경상성 지출 전체 60% 가까이 차지
예술 창작 지원은 3년 새 35.5% 축소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청년예술가 육성 지원' 예산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1억5천만원에서 2025년 1억1천400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전액 삭감당했다. 대구 청년들로 구성된 극단 하람의 연습 모습. <영남일보DB>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효율성 극대화'라는 명분으로 대구지역 문화예술기관을 통합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한 후 지역 문화사업 및 예술인 지원이 도리어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문화 행정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통합 이후 운영비 등 고정 지출 비중은 늘어난 반면 '예술인 창작 직접 지원' 예산은 3년 새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연도별 예산 표. <생성형 AI>
26일 영남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연도별 예산 내역'에 따르면 올해 진흥원 예산은 1천79억21만원으로 전년 대비 5.8%(65억8천878만5천원) 줄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취임(2022년 7월) 이듬해인 2023년 이후 꾸준히 늘던 예산 규모(2023년 1천74억5천720만3천원→2024년 1천87억3천16만5천원→2025년 1천144억8천899만5천원)가 올해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정책·경상성 지출에 집중된 예산…문화사업 위축
더 큰 문제는 예산의 '질'이다.
진흥원 예산을 살펴보면 정책성·경상성·고정성 지출 비중은 커진 반면, 축제·기획사업 등 개별 문화사업의 재량 폭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예산에서 가장 큰 항목은 통합문화이용권(245억5천만원)으로, 전체 예산 중 22.8%를 차지했다. 통합문화이용권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어려운 문화소외계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문화예술, 국내여행, 체육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복지 사업이다.
이어 운영비(198억8천만원·18.4%), 예술단 일반(197억3천만원·18.3%) 순이다. 이들 3개 항목은 641억6천만원으로, 전체의 59.5%에 달했다. 지난해 이들 항목의 비중은 약 53.7%(614억6천만원)로 올해 비중이 소폭 커졌다.
이에 반해, 회관공연운영, 콘서트공연운영, 오페라축제운영 등 개별 문화사업 예산은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폭이 큰 항목은 반환금(15억5천만원↓), 회관공연운영(9억3천만원↓), 예비비(7억9천만원↓), 해외극장교류(7억9천만원↓), 지정기부(6억1천만원↓), 콘서트공연운영(4억3천만원↓), 오페라축제운영(3억5천만원↓)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문화복지성 예산이 크게 확대되는 대신 창작·축제·기획 사업이 축소되면서, 진흥원의 조직 성격이 '진흥'보다는 '관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실장은 "문화 복지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기획과 창작, 제작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도 중요하다"며 "전체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영비와 고정비를 제하고 나머지 예산에서 문화복지나 기획, 창작, 제작 부분을 조정해야 되는데, 이 구조에서는 기획, 창작 부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문화재단 중심일 땐 창작의 포지션이 컸고, 예술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체감도를 높이는 과정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의 큰 프로그램처럼 진행되다 보니 수많은 사업 중 하나가 됐고, 프로그램의 직접 수혜 여부에 따라 예술인들의 체감도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연도별 예술인 창작지원 예산 표. <생성형 AI>
◆예술인 창작 지원은 3년 새 35.5% 축소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더 차갑다. 진흥원 출범 이후 '예술인 창작 지원' 예산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3년 94억352만1천원에서 2024년 79억3천11만1천원→2025년 66억6천487만2천원→2026년 60억6천760만원으로 3년 새 35.5%나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 대비 창작 지원 비중도 2023년 8.75%에서 2024년 7.29%, 2025년 5.82%, 2026년 5.62%로 계속 하락세이다.
예술인 창작 지원 예산을 세부적으로 살펴본 결과, 직접 지원이 크게 감소했다. 직접 지원 예산은 2023년 68억3천267만5천원에서 2024년 53억2천794만7천원→2025년 41억5천64만4천원→2026년 31억2천400만원으로 3년 새 절반 이상(54.3%) 급감했다. 그 중 2023년과 2024년 각각 1억5천만원이었던 '청년예술가 육성 지원' 예산은 2025년 1억1천400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전액 삭감당했고, 기초예술진흥 예산(2023년 3억원→2024년 2억4천만원→2025년 1억9천만원→2026년 1억5천만원) 역시 매년 줄어 반토막이 났다.
반면 간접 지원은 증가했다. 간접 지원 예산은 2023년 25억7천84만6천원에서 2024년 26억216만4천원→2025년 25억1천422만8천원→2026년 29억4천360만원으로 3년 새 14.5% 증가했다. 특히 대구공연예술연습공간 운영 예산은 2023년 2억5천252만7천원에서 2024년 3억5천147만원→2025년 3억7천747만3천원→2026년 7억8천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체 예산 대비 예술인 창작지원 예산 비중 그래프. <생성형 AI>
장기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진흥원으로 통합된 기관들의 예술인 창작 지원 관련 예산의 총합은 2017년 110억4천376만원에서 2018년 103억5천455만9천원, 2019년 90억698만5천원, 2020년 107억3천32만1천원, 2021년 101억2천31만9천원, 2022년 175억8천133만6천원이었다.
홍 전 시장 취임 전 반영된 2022년 예산과 홍 전 시장 취임 후 반영된 2023년 예산을 비교하면 단 1년만에 46.5%가 급감했다. 이후로도 감소세가 이어지며 현재 대구의 예술인 창작 지원 예산은 2017년 예산의 54.9%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권오준 진흥원 문화예술본부 시민문화부장은 "민선 8기 이전에 편성된 예술인 창작 지원 예산은 175억 원 수준이었으나,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대구시 재정이 나빠져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후에도 시 재정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문화예술 정책 및 안정적 예산 필요
지역 예술계는 중장기적 안목의 문화예술정책과 안정적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위기 때마다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가장 먼저 깎아도 되는 비용'으로 취급하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강정선 대구예총 회장은 "대구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많은 예술가를 배출하는 도시임에도 지역문화예술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예산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그나마 버티고 있는 예술가들도 창작활동보다는 레슨이나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가의 활동은 개인적일 수 있지만 공연과 전시로 이어졌을 때 공공재가 된다. 또한 노동집약적 활동으로 직접적인 생산유발효과가 크고 주변 상권 활성화, 관광, 문화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돼 경제적 효과와 도시브랜드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더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에 매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문화예술정책과 안정적인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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