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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신동수 사기장, “달항아리는 사람 마음 담는 그릇”

2026-05-29 13:38

30년 흙 만진 신동수 사기장이 말하는 달항아리의 특별한 기운
전통 백자 넘어 분청사기 접목 등 현대적 달항아리 시도 이어가

불가마 앞 신동수 사기장. <원형래기자>

불가마 앞 신동수 사기장. <원형래기자>

"달항아리는 사람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초여름 햇살이 스며든 작업장 안에는 은은한 흙냄새와 가마의 열기가 가득했다.


한쪽에는 막 빚어진 도자기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또 다른 공간에는 순백의 달항아리들이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는 30일 열리는 제13회 달항아리 축제를 준비 중인 신동수 사기장을 직접 찾았다.


30년 넘게 흙과 불을 벗 삼아 살아온 그의 손끝에는 장인의 시간과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신 사기장은 현재 대한제국 황실문화원으로부터 '제1회 사기장'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94년쯤 울진에 내려와 정착했고, 1996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가마떼기 체험을 하며 작은 도예행사를 시작했다"며 "그 시간이 이어져 지금의 달항아리 축제가 어느덧 13회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큰 지원 없이 참가자들이 십시일반 참가비를 모아 지금까지 축제를 이어왔다"며 "쉽지는 않았지만 달항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신동수 사기장 달항아리 전시장 모습.<원형래기자>

신동수 사기장 달항아리 전시장 모습.<원형래기자>

"달항아리는 한국인의 정서 닮은 그릇"


신 사기장은 달항아리를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완벽하게 대칭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곡선 속에 한국적인 여백의 미와 따뜻함이 담겨 있다"며 "보고 있으면 편안하고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항아리의 형태마다 담긴 의미도 다르다고 했다.


"밑으로 둥글게 퍼지는 형태의 달항아리는 부와 평화, 행복을 상징합니다.


반면 어깨가 뾰족하게 올라간 형태는 젊음과 힘, 기운을 의미합니다."


이어 "예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상징이 전해져 내려왔다"며 "달항아리는 단순한 생활그릇이 아니라 사람의 기운과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달항아리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흙에서 나오는 자연의 기운이 있습니다. 달항아리를 가까이 두고 차를 마시거나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동수 사기장이 불가마 앞에서 가마에 작업하는 모습.<원형래기자>

신동수 사기장이 불가마 앞에서 가마에 작업하는 모습.<원형래기자>

"좋은 달항아리는 결국 흙과 불이 결정"


신동수 사기장이 만든 백자 일춘문 달항아리 는 바다의 일출을 상징하는 모습. <원형래기자>

신동수 사기장이 만든 백자 일춘문 달항아리 는 바다의 일출을 상징하는 모습. <원형래기자>

신 사기장은 좋은 달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흙과 불'을 꼽았다.


그는 "달항아리는 흙에서 시작해 불에서 완성된다"며 "좋은 흙이 없으면 좋은 달항아리도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울진 산에서 좋은 흙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환경변화와 산림훼손 등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20년 전만 해도 산 공사 현장이나 산비탈에서 철분이 섞인 좋은 백토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흙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는 울진 지방 흙과 고령토, 공장 흙 등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장 흙은 과학적으로 일정하게 만들어져 색이 균일하지만 자연스러운 깊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반면 울진 흙은 철분과 모래 질이 살아 있어 불 속에서 자연스러운 색이 우러난다"고 말했다.


특히 1300~140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불을 때야 진짜 달항아리의 선과 색이 살아난다고 했다.


"가마가 무너질 정도로 불을 때야 좋은 선이 나옵니다.


열 개를 만들면 한두 개 정도 정말 아름다운 형태가 나옵니다."


이어 "옛 달항아리는 지금도 범접하기 어려운 최고의 선을 가지고 있다"며 "저 역시 그 선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달항아리 만들고 싶어"


신 사기장은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달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분청사기의 문양과 색감을 달항아리에 접목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과거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인 색감과 조각적 요소를 더하려고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제 작품을 보고 '현대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어 "과거의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며 "달항아리도 앞으로 새로운 흐름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수 사기장이 만든 백자 떡매형 달항아리 모습. <원형래기자>

신동수 사기장이 만든 백자 떡매형 달항아리 모습. <원형래기자>

신동수 사기장이 만든 순백자 달항아리 전시된모습. <원형래기자>

신동수 사기장이 만든 순백자 달항아리 전시된모습. <원형래기자>

"달항아리 축제, 울진 대표 문화축제로 키우고 싶어"


오는 30일 열리는 제13회 달항아리 축제에서는 달항아리 특별전과 전통 장작가마 시연, 도예 체험, 문화공연 등이 함께 진행된다.


지난해 열린 축제 역시 가족 단위 관광객과 젊은 세대들의 참여 속에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전통 가마 시연과 대형 달항아리 포토존, 직접 흙을 만져보는 체험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며 지역 대표 문화행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사기장은 "지금은 참가비를 내고 오는 분들이 200~300명 정도 되지만 제대로 된 지원과 기반이 마련된다면 수천 명 규모의 축제로도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도자기 축제가 아니라 울진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키우고 싶다"며 "동해안 전체로 문화가 확산되는 달항아리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달항아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직접 보고 느끼며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며 "축제를 찾는 분들이 마음속에 작은 여백 하나를 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3회를 맞은 달항아리 축제가 동해안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참가자들의 십시일반 참가비에 의존하는 자생적 형태로는 규모 확장에 한계가 뚜렷하다.


경북도와 울진군이 나서 지역특화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하고, 인프라 확충과 홍보를 지원한다면 전통가마 시연과 도예체험을 결합한 매력적인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작업장 한켠에는 막 가마에서 나온 순백의 달항아리 하나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답고, 비워져 있어 더 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달항아리처럼 신동수 사기장은 오늘도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새로운 시간을 빚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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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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