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글로벌 문화산업’ vs 추경호 ‘국가 상징 랜드마크’
전문가들 “우선순위 정하고 명확한 재원 구조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문화 공약. <김부겸 선거공약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초대형 문화예술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수천억원이 넘는 하드웨어 건립과 국립 시설 유치를 공언했다.
31일 영남일보는 고비용·대형 프로젝트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만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 이행 계획을 갖춘 구상인지 양 후보가 제출한 공식 선거 자료와 서면 인터뷰 답변을 토대로 짚어봤다.
◆김부겸 "문화산업" vs 추경호 "국가시설 유치"
김 후보는 문화예술을 고부가가치 '글로벌 문화산업 및 엔터테인먼트'와 연계하는 전략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김 후보는 영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대구를 공연, 콘텐츠, 관광,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글로벌 문화산업 도시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전임 시정의 예산 절감 기조 속에서 약화된 창작 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대구시 문화·관광·체육 예산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복원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문화 공약. <추경호 선거공약서>
추 후보는 대구의 풍부한 근대 자산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 상징 문화시설 유치 및 랜드마크 조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추 후보는 영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구는 역사성, 산업화 경험, 문화자산을 갖고 있지만 타 도시 대비 국가 상징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중앙정부 재원을 확보해 대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체류형 관광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지역 랜드마크 조성 구상'을 내세운다.
◆실현 가능성엔 의문 부호
두 후보 모두 대형 K-POP 공연 및 글로벌 아티스트 유치를 위한 대규모 공연 인프라 확충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대형 콘서트와 전시, 관광이 연계된 복합 아레나(돔구장) 공모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서울, 부산까지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추 후보는 연간 200만 명 유입을 목표로 초고해상도 영상 돔을 갖춘 5만 석 규모의 'K-아레나'를 제시했다.
하지만 대형 공연 인프라는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아레나 전문 공연장으로 지난 2023년 12월 개장한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최대 1만8천석 규모로 운영 중이며, 서울 창동에도 3천300억여원을 들여 1만8천여석 아레나를 갖춘 복합문화시설인 '서울아레나'가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또한 인천 청라지구에도 2028년 초 개장을 목표로 최대 2만7천명까지 수용가능한 돔구장 형태의 복합 인프라 건립이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향후 글로벌 아티스트 유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5만 석 규모의 대형 아레나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연간 상당한 횟수의 대형 공연 유치와 높은 가동률이 전제돼야 한다. 건립비뿐만 아니라 감가상각비, 유지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민간 자본 유치나 철저한 수요 예측 없이 대형 하드웨어를 지었다가는 막대한 유지 관리 비용만 지자체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는 "대구는 그동안 대형 공연과 국제행사를 충분히 담아낼 공간이 부족했다"며 "아레나가 조성되면 시민들은 수준 높은 공연과 스포츠, 문화행사를 대구에서 즐길 수 있고, 지역 청년과 문화기획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막대한 사업비 투입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보니 건립 가능성 여부에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형 전문공연장이 부족한 대구의 현실과 도시 경쟁력 확충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과제"라며 "대구시가 기반을 만들고 민간이 콘텐츠와 운영을 담당하는 민간협력 모델 등 현실적 방안으로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공연 인프라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건립·운영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국립근대미술관 건립과 국립오페라단 유치도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김 후보는 대구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과 연계해 '뮤지엄 벨트'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며, 추 후보는 경북도청 후적지 등 국가 소유 부지에 국립근대미술관·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일괄 유치해 'K-컬처 센트럴 파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립 문화시설 유치는 중앙정부 계획과 예산 반영,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양 후보 모두 추진 의지는 밝혔지만, 중앙정부와의 사전 협의 여부나 예비타당성조사 등 관련 행정절차 대응 전략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대구에는 국가 단위 공연예술기관이 없다. 문화예술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국가 공연예술 거점이 필요하다"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와 함께 유치 논리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모든 사업의 예산과 입지를 다 정해놓고 공약할 수는 없다. 구국운동기념관·근대미술관·뮤지컬콤플렉스 유치 사업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대구엔 공공시설 이전 후적지가 많아 부지 확보 문제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전략자산을 유치에 잘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구가 국가 정책 방향과 맞물린 사업을 선별해 추진하되, 사전 준비와 재원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박사는 "방향성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유니버설스튜디오급 글로벌 복합엔터테인먼트 유치의 경우 현재의 상태로선 우리의 준비 상태가 미흡한 건 사실이다. 또 K-아레나의 경우엔 국비를 받아와서 하겠다고 정치권에서 선언적으로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매칭하기가 어렵다"며 "모든 것을 다 이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수위 등의 단계에서 파급효과와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원 계획은 국비·민자 중심…이행 방안은 불투명
두 후보는 대형 프로젝트를 공약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국비·시비·민자 등 포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추 후보는 서면 인터뷰에서 대구 내 공공도서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소형 도서관 10개소(800억~1천억원), 중형 5개소(1천250억~2천500억원), 대규모 복합문화형 도서관 2개소(1천억~2천억원)를 건립하는 데 총 4천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공약서상 재원조달방안은 '국비, 시비, 구·군비, 민자 등'으로 뭉뚱그려져 있다.
추 후보는 "기회가 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공공도서관 확충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도록 하겠다"며 "지역별로 필요한 유형과 우선순위 등을 검토하고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축소된 대구 문화·관광·체육 예산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선거공약서에 명시된 재원 조달 방안의 최우선 항목은 '기존사업 세출조정'이다. 어떤 사업을 줄여 문화 분야로 돌릴 것인지 제시되지 않아 재원 마련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복합 리조트 조성 역시 민간투자 중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투자 규모와 참여 기업, 수익 구조, 부지 조성·교통망 확충 등에 따른 대구시의 재정부담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대구시가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만으로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 후보는 "기본 방향은 민간투자 중심이다. 대구시는 부지 검토, 인·허가, 교통 연결, 행정 지원을 통해 민간이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부지는 신공항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을 우선 검토하겠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 리조트 운영사, 금융투자자, 지역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시가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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