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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최라라 포항문인협회장, “AI시대, 문학의 본질은 결국 ‘사람다움’이 아닐까요”

2026-05-31 14:27

AI시대 창작, “글은 곧 자신, 바른 사람 되는게 먼저”
“기계 일절 금지하는 옛 과거시험 방식도 고심”

최라라 포항문인협회장.

최라라 포항문인협회장.

최근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며,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의 생태계마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기계가 매끄러운 시와 소설을 뚝딱 써 내려가는 시대, 과연 문학과 예술이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 올해 새롭게 포항문인협회의 지휘봉을 잡은 최라라 회장(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시인)으로부터 AI 시대가 문학에 던지는 묵직한 화두와 창작 윤리, 그리고 포항 문학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답변을 들어봤다.


최 회장은 챗GPT 등 인공지능이 작문하는 현상을 간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에 빗대어 입을 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한 그는 창작의 핵심을 '인간적인 감성'으로 정의했다. 최 회장은 "학생들에게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존속할 직업이 바로 간호사라고 말하는데, 인간이 가진 가장 인간적인 감성과 온기를 통해 환자를 돌보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며 "창작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적인 감성이 문학인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데, 요즘 간혹 그 감성을 기계에 기대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모방을 통해 자신들만의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기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문학이 가진 본질적이고 지향돼야 하는 가치는 결국 상투적일지라도 '사람다움'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편리함에 기대어 어린 학생들조차 창작 활동에 AI를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 부모의 책임론을 꼬집었다. 유아기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노출되는 환경이 아이들의 '사유하는 힘'을 잃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골똘한 생각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려 하기보다는 고민 없이 '검색'으로만 답을 얻어내려 한다"며 "모든 궁금증을 검색으로 일관해 해결하게 한다면, 아이의 감수성에 콘크리트를 입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감성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부모와의 대화나 간접 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 단위 백일장을 비롯해 해마다 크고 작은 창작 대회를 주관하는 포항문인협회로서도 AI의 침투는 발등의 불이다. 심사위원들이 수차례 윤독과 교차 검증을 거치며 표절, 대필, AI 흔적을 샅샅이 찾아내고 있지만 완벽한 차단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철저하게 심사함에도 불구하고 AI의 도움을 받거나 부모의 경험이 대필 된 작품이 섞여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정작 땀 흘려 쓴 아이들의 순수 창작 작품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글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동심이 외면당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대회의 진행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그는 "최근 들어 이러한 상황이 자주 발견되다 보니, 선조들처럼 한마당에 모아놓고 아무런 전자기기도 허용하지 않는 공개된 장소에서 과거시험을 보듯 백일장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흔히 '철의 도시'로 불리는 포항이지만, 최 회장이 바라본 포항은 그에 못지않게 '문학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도시'다. 이를 증명하듯 포항문협 산하 문예아카데미는 코로나 시기 1년을 제외하고 무려 28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매 기수마다 10대 고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40~50명의 수강생이 문학의 꿈을 키운다. 최 회장은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인공지능이 뭔지 관심도 없고 활용할 생각조차 안 하신다. 문장이 다소 거칠고 투박하면 어떻고, 서툴면 어떠한가. 내가 쓴 글은 곧 내 자신"이라며 "적어도 문학을 한다면 먼저 바른 사람이 돼야 한다고 수강생들에게 늘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최 회장은 50여 년의 굵직한 전통을 자랑하는 포항문인협회의 자부심과 비전을 내비쳤다. 현재 시, 시조, 수필, 소설, 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120여 명의 문인이 활동 중이며, 해마다 수준 높은 '포항문학'을 발간해 타지역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라라 회장은 "우리 120여 명 포항 문인들의 가장 큰 염원이 있다면, 철의 도시에 걸맞은 풍부한 문학적 자산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포항문학관'이 건립되는 것"이라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향기가 나는 글들로 지역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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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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