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소위 '강원남도'라 불리는 경북 영주에서 자란 내가 대학 진학과 함께 대구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영락없는 이방인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때 마주한 대구의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풍경들을 회상해 본다.
가장 먼저 나를 당혹게 한 것은 대구의 언어였다. 그들은 모든 문장 끝에 "맞다, 아니야?"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도대체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그 화법에 적응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자기들도 그 기묘한 말투를 쓰면서 나보고는 "너 북한에서 왔어?"라고 묻는다는 점이다. 얼마나 놀려댔는지 대학 시절 내가 맡았던 첫 배역마저 북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나도 대구 사투리가 입에 붙었지만, 가끔 말투를 놀리는 친구들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난다.
대구 사람들의 '더위 부심'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오늘도 덥노" 하며 투덜거리면서도, 타지 사람이 더위에 힘들어하면 은근히 "오늘은 덜 더운 편인데"라며 여유를 부린다. 다른 지역이 대구보다 기온이 높다는 뉴스가 나오면 내심 자존심 상해하는 그 태도는 또 어떤가. 더운 게 좋은 것도 아닌데 이 뜨거운 도시를 향한 그들의 은근한 자부심은 언제 봐도 귀엽고 재밌다.
버스 정류장 이름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OOO 건너'라는 정류장 명칭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기분이란. '건너'라는 평범한 방향 지시어가 엄연히 공식 버스 정류장 명칭으로 쓰인다는 사실이, 당시의 나에겐 꽤 유쾌한 발견이었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가 동네마다, 아니 조금만 지나도 하나씩 있는 걸 보고 '아, 여기가 대도시구나' 싶었다. 영주에 브랜드 매장이 하나라도 생기면 "영주에도 이제 올리브영이 2개나 있어. 얼마 전엔 스타벅스도 생겼어"라고 기분 좋게 말하곤 했는데, 대구 친구들은 그런 걸 일일이 세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귀엽다는 듯 엄청 웃곤 했다. 대도시 사람들은 이런 걸 굳이 세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참고로 아직 영주엔 맥도날드가 없다. 이 얘기를 하면 다들 엄청난 시골로 아는데, 그래도 버거킹은 있다.)
어느덧 나도 대구에 산 지 12년 차, 타지 사람들 앞에서 은근 더위 부심을 부리고, 입에 밴 듯 "맞다, 아니야?"를 남발하고 있다. 대구의 첫인상은 그저 '신기함' 그 자체였지만, 이제 이 도시는 내가 사랑하고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나의 터전이 됐다.
이제 나는 도시의 새로움보다, 이 도시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미감 좋은 맛집과 카페는 차고 넘치지만, 청년들이 마음껏 즐길 문화 공간은 늘 아쉽기 때문이다. 이젠 그 빈틈을 내가 어떻게 채우면 이 도시가 더 좋아질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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