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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숲 기행⑤] 도원동 수밭골 느티나무숲이 품은 400년의 시간

2026-06-09 18:04

마을숲보다 문화적 가치에 주목
금줄·제단·동제까지 현재진행형 공동체 문화, 도원동 수밭당산 재조명
당산나무·당산바위·청룡 전설·상여집 남아 있는 대구 대표 민속문화 공간
생태 가치 넘어 역사·전통 아우르는 복합 문화유산, 보존 목소리 제기


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에 있는 느티나무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김현목 기자

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에 있는 느티나무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5일 찾아간 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 마을 도로 옆 길목에 수십미터 높이의 느티나무 다섯 그루가 마을을 감싸듯 서 있었다. 이 거대한 나무들의 수령은 400년 이상이다. 하나의 숲처럼 보였다. 굵은 줄기는 성인 여러 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둘러쌀 수 있을 정도였다. 나무 아래엔 벤치에 앉아 더위를 피하는 주민들이 보였다. 평범한 쉼터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느티나무 밑동엔 금줄이, 나무 앞엔 검은 석재 제단이 자리를 잡았다. 주변은 돌로 단정하게 정비돼 있다. 수백 년간 마을 사람들의 기도와 공동체 기억이 쌓인 '수밭당산'이다.


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는 "많은 이들이 이 곳을 느티나무숲이나 공원 정도로 보지만 원래 이곳은 수밭마을의 당산"이라며 "마을 수호신이 깃든 가장 신성한 공간이다. 주민들이 동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 느티나무 앞에 금줄과 제단이 설치돼 있다. 마을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에 이곳에서 동제를 지낸다. 김현목 기자

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 느티나무 앞에 금줄과 제단이 설치돼 있다. 마을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에 이곳에서 동제를 지낸다. 김현목 기자

지금도 수밭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이 곳에서 동제를 지낸다. 금줄과 제단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당산은 단순히 나무 한그루가 아니라 과거 자연부락마다 존재했던 마을 공동체의 정신적 중심 공간이다. 당산나무 아래에서 주민들은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함께 논의했다.


현재 남아 있는 느티나무숲은 원래 모습의 일부에 불과하다. 송 해설사는 "1950년대 항공사진을 보면 수밭마을 일대에 느티나무숲이 길게 이어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도원지 조성 과정에서 상당수 숲이 수몰됐고 이후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나무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 결과 수밭마을 입구의 느티나무 다섯 그루만 옛 당산숲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일부 흔적은 적잖이 남아 있다. 마을엔 당산나무뿐 아니라 거북바위와 천왕바위로 불리는 당산바위가 있다. 청룡산과 청룡굴을 둘러싼 전설도 전해진다. 과거 장례 문화를 보여주는 상여집도 찾아볼 수 있다.



수밭골에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 다섯그루가 마치  숲처럼 보인다. 김현목 기자

수밭골에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 다섯그루가 마치 숲처럼 보인다. 김현목 기자

마을 주민 이상응(71)씨는 "당산나무와 당산바위, 상여집, 각종 전설이 한 공간에 함께 남아 있는 마을은 대구 전체를 통틀어도 드문 사례일 것"이라며 "수밭골은 마을이 이어져 온 전통문화유산이 그나마 보존된 곳"이라고 했다.


수밭골은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느티나무숲 뒤편 계곡과 청룡산 일대는 반딧불 서식이 확인됐다. 대구 도심과 가까운데도 이 곳이 생태 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수밭골은 최근 카페·식당 등이 늘어나며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광 활성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무분별한 개발이 이어질 경우 마을 고유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 해설사는 "생태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수밭골의 진짜 의미는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마을 공동체 문화에 있다"며 "보존을 위해선 결국 행정의 관심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생태 보전은 물론 전설과 당제, 마을 역사까지 함께 기록하고 교육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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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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