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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조용한 다정함이 좋다

2026-06-11 06:00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세상은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흔히 다정함이라 하면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적재적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곁에 있으면, 누구나 잠시 마음의 온기를 얻는다. 하지만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예쁜 말만' 늘어놓는 다정은 생각보다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진짜 다정한 사람은 의외로 말이 많지 않다. 대신 그들은 지루할 정도로 일정한 태도를 반복한다. 지키지 못할 말은 삼가고, 약속을 지키며, 감정이 요동치는 날에도 어제와 똑같은 얼굴로 곁을 지키는 사람. 요즘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안정형 인간'일까. 이런 이들은 곁에서 보기에 참 '예측 가능'하다.


이 예측 가능함이야말로 관계에서 가장 든든한 다정함이다. 타인에게 불안을 주지 않겠다는 것, 상황이 바뀌어도 나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뢰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요동칠 수 있는 감정을 묵묵히 길들여 언제나 일정한 온도로 곁에 머무는 것. 이것은 웬만한 자기 절제 없이는 불가능한 고도의 배려다.


노래로 치면 화려한 고음이나 기교로 마음을 뒤흔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잔잔한 도입부 같은 사람이 좋다. 시작부터 끝까지 무리하지 않고, 늘 같은 온도로 곁을 지키는 사람 말이다. 예쁜 말로 건네는 다정함이 하루를 다독이는 '온기'라면, 한결같은 태도로 보여주는 다정함은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지반'이다. 말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면, 태도는 그 마음이 편히 쉴 자리를 마련해 준다.


만약 당신의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에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멋진 말 한마디보다 더 귀한 것은, 태풍이 불든 맑은 날이든 한결같은 온도로 내 곁에 있어 주는 태도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었거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참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화려한 언변에 마음을 뺏기기보다,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일정한 온도의 다정함에 더 깊이 응답하고 싶다. 말보다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것,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는 이 조용한 다정함이야말로 내가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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