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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소년이 온다

2026-06-12 06:00
전아현 새마을문고대구 서구지부 회원

전아현 새마을문고대구 서구지부 회원

1980년 5월. 광주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소년들이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그날을 민주주의를 지키려던 시민들의 희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안다'는 말 속에는 언제나 빈자리가 있다. 그날 거리에서 누가 쓰러졌는지, 남겨진 가족들은 어떤 시간을 살아내야 했는지까지 헤아려 본 적은 없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펼친 것은 그 빈자리를 외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 남은 것은 죽은 이들의 곁을 지키던 동호와 아들을 잃고도 살아가야 했던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소설은 광주를 거대한 역사적 사건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한 소년, 그 소년을 기다리던 한 어머니의 삶으로 우리 앞에 데려온다. 이 책은 내가 막연히 알고 있던 역사와 실제 누군가가 겪은 고통 사이의 거리를 깨닫게 했다.


책을 덮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그 시대를 살지 않은 내게도 설명할 수 없는 미안함이 남았다. 아마도 그것은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된 사람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 위에 서 있는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는 또 한 번의 선거를 치렀다. 선거가 끝나면 거리의 현수막은 내려가고, 간절했던 약속도 일상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시민의 몫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누구를 선택했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이후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일이다.


광주의 기억은 민주주의가 단지 투표함 속의 결과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시민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회, 권력이 진실을 덮거나 목소리를 누르지 못하도록 지켜보는 사회, 누군가의 아픔을 남의 일로 밀어두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가 선택한 이들이 시민의 삶을 제대로 돌보는지 살피고 묻는 일은 이제부터다.


책을 덮으며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소년은 이미 왔고, 우리는 그 이후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 기억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우리는 어떤 공동체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진실을 기억하며, 누구도 폭력과 침묵 속에 홀로 남겨두지 않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오래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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