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선관위 사건속에 답답해진 한국인의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이 멋진 첫 경기 역전승을 거두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 개막 무대를 K팝 스타들이 장식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의 개막 무대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루미' 역으로 노래한 이재와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올랐다. 결승전 하프타임쇼에는 방탄소년단이 등장한다. K팝 가수들이 대회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셈이다.
이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개막 공연에서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월드컵 공식 주제가 'DNA'를 열창했다. 이재는 특히 이 곡의 '또 넘어져도 난 또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도 노래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부분은 이재가 직접 작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가 입은, 한복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 역시 한국적인 멋을 더한 미학적 요소로 평가받았다.
한류의 DNA, 한국인의 수준 높은 문화적 역량은 뿌리가 깊다. 신라인 최치원은 9세기 당나라에서 국제적 스타가 되었고, 페르시아의 서사시 '쿠쉬나메'에서는 신라를 지상낙원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는 고려의 의상과 음식, 기물 등이 유행했는데, 이를 고려양(高麗樣)이라 했다. 고려청자와 나전칠기도 이에 속한다. '고려 스타일'이 원나라를 휩쓸었던 것이다. 정치풍토를 비롯해 한류의 발목을 잡을 뒤처진 문화만 개선해간다면, 한류는 50년, 100년 흘러가며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김봉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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