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완료, 호르무즈 해협 봉쇄 풀 것”
중동 물류 수주 본격화, 신규 수주 움직임 포착
바이어 구매심리 회복세…대형 오더 곧 나올 것
산업 구조 개선 및 수출 시장 다변화 숙제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대구 산업계는 최대 수혜 업종으로 섬유산업을 꼽고 있다. 전쟁 발발 한 달째인 지난 3월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섬유공장에 수출 원단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에 대구지역 산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당장 자동차부품과 섬유 등 지역 전통·주력산업은 급한 불을 끄게 됐다는 안도감이 나온다. 글로벌 물류·에너지 동맥 역할을 하는 호르무즈해협 운항 재개로 원유 및 원자재 수급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업계 구조 개선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섬유산업 '종전 최대 수혜'
대구 산업계는 종전 최대 수혜 업종으로 섬유산업을 꼽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는 전쟁 후 수출물류비와 보험료 인상에 원자재 가격 상승, 원료공급 부족 등 삼중고를 겪었다. 2024년 기준 지역 섬유 수출액 8억2천만달러 중 대중동 비중은 14.4%, 대중동 의존도 50% 이상인 기업은 30여개사로 파악됐다.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힌 이들 기업은 지난 4월부터 해상경로 대신 육로(예멘)를 통해 납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임비용이 급상승하면서 경영 부담도 커졌다. 해협이 다시 열리면 밀린 물량 수주 본격화는 물론 운임비 부담도 덜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경색됐던 지역 원단 수출 바이어의 구매 심리도 회복되는 분위기다. 실제 종전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사우디·오만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수주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동 거점 시장인 두바이에서도 1~2개월 시차를 두고 대형 오더가 재개될 것으로 현지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다만 섬유 제조 전반의 수익성 개선을 결정짓는 '적정 수주 가격 확보'가 향후 시장 안착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원가 부담 해소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염색·임가공 업계는 그간 고유가 및 가스비 인상에도 물량 감소 우려로 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던 '염가공료 인상'을 물량 회복기를 틈타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동 오더량 증가에 따른 공장 가동률 회복도 기대된다.
김정화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종전 이후 밀린 중동발 물량 주문이 몰리고, 원자재 수급(나프타 등)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라 예년 수준의 정상화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쟁을 계기로 석유 의존도가 낮은 친환경 섬유 전환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 차부품 원가절감 기대…2차전지는 물류 불확실성 줄어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업종은 물류비·자재 부담 완화에 원가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중동 분쟁이 심화되던 지난 3월 대(對)중동 수출액이 192만5천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6.4% 급감하며 물류비 상승과 현지 비즈니스 차질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올해 대구 자동차부품 수출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1월 1억200만 달러(+28.4%)로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분쟁 여파로 2월 8천600만 달러(-3.8%)로 감소 전환됐다. 3월 1억600만 달러(7.2%), 4월 1억1천만 달러(+8.4%)를 기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번 해상물류 정상화로 원유 공급이 원활해지면 합성수지와 고무 등 부자재 단가 인상 압박에서 벗어나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손태희 피에이치에이 전무는 "수출 비중이 높은 수주 기업 특성상 환율 안정화 효과보다 원유 공급 원활화와 이에 따른 재료비 인상 압박 완화 기대감이 크다"며 "그간 플라스틱 사출에 필요한 수지 등 자재 수급에 애로가 많았는데, 종전 이후 원료 공급이 원활해지고 전반적 비용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 전 대비 120~130% 수준까지 치솟았던 물류비도 정상화되면서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부동의 1위 수출 품목인 2차전지 소재(기타정밀화학원료) 분야 역시 날개를 달 전망이다. 2차전지 소재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아 중동 사태 속 강력한 호조세를 이어왔다. 지역 2차전지 소재기업 엘앤에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긍정적 신호다. 원자재 조달과 물류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해상통로 의존도 낮추는 전략 시급
기대감 속에서도 이번 중동 사태는 산업계에게 과제도 남겼다. 특정 해상통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새 수출·에너지 안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산업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광렬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화학섬유 기반이 전부 원유여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또,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는데 원가 반영은 힘들다 보니 조업률 감소 및 기업의 적자 반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섬유산업 자체가 한계에 부닥쳤다. 전용산업단지를 준공업지역으로 풀어 업계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진 대구시 국제통상과장은 "대구 수출은 중국과 미국에 집중돼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 시 집중 타격을 받는 구조다. 중동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섬유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부족했던 수출기업 지원과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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