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공해 없는 밤하늘”…별·반딧불이 찾아 생태탐방 떠나볼까
영양 수비면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아시아 첫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
매년 8~9월 중 별빛반딧불이축제 개최
반딧불이 탐사·가족천문캠프도 운영
2028년까지 170억 투입 인프라 확충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반딧불이천문대 주관측실에서 관람객이 600mm 반사망원경으로 성운을 관측하고 있다. 1~5월, 9~12월에는 이곳에서 가족천문캠프가 열린다.
반딧불이천문대 보조관측실의 슬라이딩 지붕이 열리자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밤하늘이 펼쳐진다. 해설사가 레이저포인터로 별과 별자리를 짚어가며 설명을 한 뒤, 참가자들이 4대의 망원경으로 차례차례 별을 관측했다. 30명 쯤 되는 참가자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일행들과 소곤소곤 얘기를 나눴다. 은하수가 자정 넘어 올라올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시간 맞춰 숙소에서 나와 보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별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감탄하자, 딸이 "세 시간 넘게 운전해 찾아온 보람이 있다"며 맞장구를 치는 말도 들려왔다. 별과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진 뒤 주관측실로 옮겨 반사망원경으로 성운을 보는 것으로 반딧불이천문대의 야간 천체관측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390ha)가 지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2023년부터 DarkSky International로 명칭 변경)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받았다. 현재 세계 24개국 140곳이 지정돼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이후 일본 2곳, 중국, 대만 각각 1곳이 지정받았다.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반딧불이천문대 전시관. 영양군은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내에 오는 2028년까지 1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빛영상관, 별의 정원 등 별테마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국제밤하늘협회는 밤하늘이라는 유산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밤하늘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영감을 주었으나 인공조명, 빛 공해로 인해 그러한 관계가 거의 단절돼가고 있다. 따라서 밤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며, 이러한 보호 구역은 '세대 간 기억상실(generational amnesia)'을 방지하고 인공조명으로 가득 찬 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줄 것이라고 한다.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사람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각자 생각에 젖어든다. 평상에서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은하수를 본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 본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밤하늘에 대한 기억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영양의 밤하늘은 그것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두려움이 아니라 편안함으로 느끼고, 빛만 바라보며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곳에서는 하늘의 별 뿐만 아니라 숲 속의 별, 반딧불이도 만날 수 있다. 늦반딧불이가 나오는 8월말에서 9월초 사이 약 2주 동안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에서는 반딧불이 탐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반딧불이 생태공원을 탐방하며 반딧불이의 생활사와 별자리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반딧불이 탐방 참가자들 중에는 돗자리를 가져와 가족, 연인, 친구들과 누워 별을 보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관계자가 귀띔을 한다. 생태공원 옆 반딧불이생태숲에서도 반딧불이 관찰을 할 수 있고, 넓은 소나무 숲을 산책하며 삼림욕을 할 수 있다. 영양군에서는 반딧불이생태숲에 데크 로드, 데크 전망대, 삼림욕의자 등을 설치해 성별, 나이, 장애 등으로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숲길을 조성하고 있다.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는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일원에서 영양축제관광재단과 함께 '영양 별빛 반딧불이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는 밤하늘과 반딧불이를 테마로 한 체류형 야간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반딧불이 생태공원에서는 반딧불이 탐사, 별자리 관측이 이뤄지고, 반딧불이천문대 주변에서는 메인무대, 전시·체험 부스, 먹거리존이 설치된다. 올해 축제는 8월 29~30일로 예정돼 있으나, 달빛이 반딧불이 관찰에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9월초로 연기될 수도 있다.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반딧불이천문대 보조관측실에서 태양흑점을 관측하고 있다.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에서는 1~5월, 9~12월에는 가족천문캠프를 운영한다. 선착순으로 5팀을 모집해 천체관측, 태양관측, 천문모형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망원경을 가족 당 1대씩 제공해 망원경을 세팅하고 관측하는 방법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영양 국제 밤하늘보호공원에는 반딧불이천문대, 반딧불이생태공원, 생태숲 외에 영양군청소년수련원도 조성돼 있다. 조명 및 음향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야외공연장,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챌린지타운, 청정 수하계곡에 마련된 야외수영장을 비롯해 대강당, 세미나실, 펜션, 캠핑장,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식사가 제공되고 챌린지코스, 서바이벌게임 등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 학교, 회사, 종교단체, 사회단체에서 수련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영양군은 국제 밤하늘보호공원 내에 오는 2028년까지 1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빛영상관, 별의 정원 등 별테마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영양자작나무숲 인근 수비면 죽파리 일대에 환경친화적 에코촌을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사업들이 완공되면 영양군의 체류형 생태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반딧불이천문대.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는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일원에서 영양축제관광재단과 함께 '영양 별빛 반딧불이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영양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펜션 3곳(야생화관, 천문대관, 반딧불이관)과 캠핑장 등 숙박시설 그리고 천문대, 공원, 숲, 수련시설 등 탐방객들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생태탐방의 메카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게 탐방객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밤하늘협회 홈페이지의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소개 글에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영양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이처럼 고립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영양 반딧불이생태공원은 수도 서울에서 차로 겨우(only) 4시간30분 거리에 있어 5천만 명에 달하는 한국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readily accessible)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호구역 내에 조성된 영양 반딧불이 생태공원은 2005년부터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은 자연적인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반딧불이에게 매우 중요한 서식지다. 따라서 공원 측은 지역 반딧불이 개체군 보호를 위해 자연적인 어둠을 유지하는 관리 계획을 수립했으며, 방문객들은 공원을 찾을 때 주변의 빛이 적은 환경을 기대하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집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without having to travel especially far from home) 어두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해 점점 더 자주 찾아오고 있다"라며 적었다.
영양 국제밤하늘 보호공원.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는 지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받았다.
국제밤하늘보호협회가 영양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을 진지하게 소개하는 글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농담처럼 읽히기도 한다. 국제밤하늘보호협회가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슬쩍 지적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청정한 자연, 캄캄한 밤, 쏟아지는 별들, 반딧불이의 군무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에게 접근의 불편함은 오히려 감동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디딤돌이 아닐는지.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김경호 주무관은 "대부분 현대인들은 빛 공해 때문에 별이나 반딧불이를 보지 못하는데, 시간을 좀 내서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을 찾으면 반딧불이와 별을 마음껏 감상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요즘은 젊은 분들 못지않게 연세 드신 분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은퇴하신 분들이 부부로 찾아오시는 경우도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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