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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계절을 간직하는 새로운 방법

2026-06-18 06:00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시원하게 밀려오는 파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마주하는 노을, 차가운 새벽 공기의 향기. 이런 찰나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한결 나아진다. 나는 이런 일상 속 기분 좋은 감각들을 공연이라는 매개로 엮어내고 싶었다. 단순히 앉아서 음악을 듣는 감상을 넘어, 관객이 오감을 통해 공연을 온전히 경험하길 바랐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공감각 클래식 콘서트 'Playlist : Untitled'다.


'Playlist : Untitled'는 일종의 감각 경험이다. 사계절이라는 테마에 조향과 미디어아트를 입혀 클래식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얀 시폰으로 둘러싸인 50석 규모의 블랙박스 무대. 조명이 꺼지고 음악이 흐르면 각 계절에 어울리는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프로그램은 당일 현장에서 공개된다. 무엇을 들을지 미리 알지 못한 채 관객은 그 순간 공간을 채우는 소리와 향기, 영상에만 몸을 맡긴다. 연주자와 관객이 호흡을 공유하는 이 작은 공간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점적인 시간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말한다. "입장 방식부터 다른 공연과는 완전히 달랐고, 낯선 무대 형태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 특별한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고 말이다. 이처럼 공연은 첫 곡이 연주되는 순간이 아니라, 무대를 들어서는 찰나부터 시작된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관객들에게는 무대에서 사용된 향기를 담은 작은 향수를 건넨다. 시간이 지나 일상에서 그 향을 맡게 된다면,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향기는 단순히 굿즈가 아니라, 관객이 현장에서 얻은 특별한 경험을 일상으로 가져가 오래도록 간직하게 만드는 기억의 매개체다.


이 낯선 시도는 스타 마케팅 없이 3년 연속 전 회차 '초 단위 매진'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관객들이 이 공연을 계속해서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려한 출연진의 이름값에 의존하는 관행을 깨고, 오로지 콘텐츠 자체의 매력만으로 관객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예술인과 창작진, 그리고 우리의 기획이 빚어낸 이 무대가 충분히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직접 만든 콘텐츠만으로도 확실한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 곧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공연 기획의 경쟁력이라 확신한다.


나는 늘 공연 그 이상의 가치를 고민한다. 거창한 무대 장치보다 관객에게 이전에는 없던 신선한 경험을 선물하는 것. 일상의 틈이 필요할 때 다시 찾고 싶은, 독창적인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자, 내가 공연을 통해 관객과 대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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