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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전통시장은 살아있다 ②] 성공한 인큐베이팅모델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년몰

2026-06-17 17:38
대구시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년몰 일대에서 방문객들이 점포를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현풍 청년몰은 컨테이너형 점포를 중심으로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입점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시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년몰 일대에서 방문객들이 점포를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현풍 청년몰은 컨테이너형 점포를 중심으로 음식점과 카페 등이 입점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19년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년몰에 자리잡은 곽태현 용돈까스 대표는 현풍중·포산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다. 대학교에서 가정교육과를 전공한 그는 타지에서 기간제 교사로 활동했다. 이때 학생들과 돈까스 등 요리 실습을 하면서 '요식업'을 꿈꾸게 됐다. 마침 일식 쪽에서 근무했던 형제와 협의가 된 데다, 고향인 '달성군'에서 청년몰을 연다는 사실에 고민없이 창업을 결심했다. 돈까스 식당을 차린 후 장사가 잘돼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곽 대표는 저렴한 월세가 지금까지 가게를 버티게 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처음에는 태어난 고향이고, 1천 만원 남짓 소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어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에 가게 문을 열었다. 청년몰이 저렴한 월세와 함께 다양한 청년 창업지원이 이뤄지다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판매할 수 있고, 그 손님들이 재방문하면서 매출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금은방을 운영했던 임재록 현풍떡갈비 대표 역시 현풍에서 나고 자랐다. 동생과 함께 다니던 캠핑에서 떡갈비를 만들어본 임 대표는 판매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2022년 청년몰에 뛰어들었다. 저렴한 부대비용과 마케팅으로 가게는 성공 가도를 걸었다. 다양한 설비와 마케팅 비용, 세제 혜택을 지원받았고, 온라인사업에도 진출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시장에선 익숙하지 않은 카드 사용 등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소비자 이목을 끌었다.


임 대표는 "사업에 도전한다는 것이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청년'이니 실패를 겁낼 필요는 없다. 청년몰이 전통시장에 속해있다보니 다른 상인보다 좀더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은 저렴한 임대료와 파격적인 시설 지원으로 청년 창업가에게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청년들이 톡톡 튀는 아이템을 갖고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곳이다. 성공적인 인큐베이팅 모델로 평가받는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한다.


대구시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서 오일장을 맞아 시민들이 채소와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시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서 오일장을 맞아 시민들이 채소와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열정 넘치는 청년몰의 하루


장날이던 지난달 15일 현풍도깨비시장. 여느 전통시장 장날과 마찬가지로 장을 보고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농산물과 수산물, 공산품 등 다양한 물건이 즐비한 이곳은 일반 시장의 장날 풍경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지만 신축 건물로 보이는 컨테이너박스가 옹기종기 모여 시선을 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년몰'이다.


2019년도 처음 문을 연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은 만 19~39세 청년에게 신규 창업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기준 청년몰은 23개 점포 가운데 19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음식·간식류 9개소, 카페·음료 2개소, 잡화·타로 3개소, 미용 3개소, 사진관 1개소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곳의 청년 사장님들은 '청년 창업자'로 저마다의 꿈을 착실히 키워가고 있다. 창업한 분야는 다르지만, 매일 이곳에 나와 어떤 아이템이 손님의 이목을 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


올해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에 도전장을 낸 이성열 주먹대장 대표(30)는 "성인이 된 후 호텔 연회장에서 근무하다가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워낙 밥을 좋아해서 주먹밥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로 정했다"며 "5년 안에 지역민들에게 우리 가게를 널리 알리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청년 사장님들의 열정은 자연스레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끌게 했다. 손님들은 청년 사장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방문해 장을 보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 특히 장날이면 한 손엔 장바구니를 들고 청년몰에서 식사하고 제품을 구매해가는 이들이 많다.


청년몰에서 만난 주민 박영옥(여·60·대구 달성군 현풍읍)씨는 "지인들과 청년몰 카페를 방문해 커피 한 잔 하고 왔다. 아무래도 청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열정과 패기가 느껴져 좋다"며 "시장에서 청년 사장들을 보기가 힘든데, 열심히 사는 모습에 괜히 응원하고 싶어진다"고 미소지었다.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마중물이 되다


전국적으로 전통시장의 청년몰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시장이 됐다.


소상공인진흥재단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에 청년몰이 있는 시장은 총 31개다. 대구는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북구 산격종합시장 등 2곳, 경북은 경주 북부상가시장, 구미 선산봉황시장, 김천평화시장, 문경중앙시장, 안동중앙신시장 등 4곳이다.


하지만 현풍도깨비시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청년몰은 월세나 인건비 등 부담이 커 수익 창출이 어렵고, 시장에서의 적응도 어려운 실정이다. 산격종합시장 청년몰의 경우 도심 안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점포 16곳 중 2~3곳만 겨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북구청 예산 지원이 종료되면서 사실상 이름뿐인 청년몰이 됐다.


반면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은 달성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장 활성화를 이어가고 있다. 영남일보가 대구 9개 구·군의 '2026년 지자체 별 전통시장 지원사항'을 확인한 결과, 달성군은 올해에만 현풍도깨비시장에 40억6천900만원을 지원했다. 지자체마다 지원 예산에 차이가 있지만 수십억원의 지원금이 가능한 곳은 달성군이 유일했다.


대구 달성군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 아케이드 설치공사와 냉난방기 설치공사로 지원금을 더 많이 투자했다. 아무래도 '구'보다 '군' 단위 예산이 많기 때문에 시장에 많은 규모의 예산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년몰 건물주가 달성군인 덕에, 상인들의 가장 큰 부담인 월세가 크게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가게 면적마다 다르지만 월세는 연 200만 원 이내다. 예산이 적은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고, 제반 비용이 타 가게보다 월등히 낮아 음식값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손님들이 늘고,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차별화된 콘텐츠가 경쟁력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에 입점한 임재록 현풍떡갈비 대표가 떡갈비를 만들고 있다. <현풍떡갈비 제공>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에 입점한 임재록 현풍떡갈비 대표가 떡갈비를 만들고 있다. <현풍떡갈비 제공>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지자체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청년 상인들의 젊은 감각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청년들은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쫓는 소비자들을 전통시장으로 오게 만드는 유인책이 됐다.


노년과 장년층 중심의 전통시장에 청년들의 활기가 더해지면서 누구나 찾고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소비 공간'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셈이다.


이러한 성공이 청년몰의 '반짝 특수'를 넘어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한 자생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재정·하드웨어 지원을 마중물 삼아, 청년 상인 스스로 '청년'이라는 보호막을 떼고 대형 유통업체나 도심 상권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의 용돈까스 곽태현 대표. 교사에서 요식업 대표가 됐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의 용돈까스 곽태현 대표. 교사에서 요식업 대표가 됐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임재록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 회장은 "청년몰 자체가 청년 창업자를 인큐베이팅하는 공간인 건 맞지만,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후 자립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일부는 지원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지자체 지원에만 의지하기보다는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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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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