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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6년, 인수창업 원년- 지방소멸의 답은 이미 그곳에 있다

2026-06-18 13:45
이문락교수

이문락교수

국회와 정부가 올해 중소기업 가업승계 전용 M&A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후계자 없는 고령의 기업주가 제3자에게 기업을 넘길 수 있도록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연말에 발표된 정책이지만 여기에 담긴 무게는 만만치 않다. 이 플랫폼이 겨냥하는 기업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 지방이고 제조업이다. 그 상당수가 영남이다.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그 밑에서 더 조용하고 치명적으로 진행되는 문제가 있다. 수십 년간 기술과 신뢰를 쌓아온 지역 중소기업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하나둘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면 남은 인구마저 떠난다. 지방소멸의 진짜 뇌관은 인구 감소가 아니라 기업 소멸이다.


숫자가 현실을 말해준다. 중소제조업 CEO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2년 31.6%로 10년새 두 배 이상 뛰었다. 현재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은 전국에 약 67만 5천개로 추산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추세가 계속되면 10년 뒤 35만여개 기업이 폐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지역의 기계·자동차부품·소재산업 기반 기업들이 이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흑자를 낸다. 기술력도 있고, 오랜 거래처도 있고, 숙련된 직원도 있다. 그러나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올해는 분명 다르다. 정부의 M&A 플랫폼 구축과 중소기업승계특별법 시행이 맞물리면서 인수창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처음으로 갖춰지고 있다. 시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모펀드들이 대형 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안정적 이익을 보유한 중소형기업 인수로 눈을 돌리고, 주요 금융기관들도 중소기업 M&A 자문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수창업의 인프라가 처음으로 자리를 잡는 해가 바로 올해다.


창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검증되지 않은 것에 돈과 시간을 쏟는 것'이다. 제로베이스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필자가 기업 현장과 강단에서 수없이 목격한 것처럼, 빈 땅에서 시작하는 창업은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하는지를 확인하는 데만도 수년의 시간과 자원이 소모된다. 반면 이미 매출, 고객, 직원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인수창업은 출발점이 다르다. 특히 지역 기반 제조·서비스 기업은 낮은 밸류에이션에 안정적 수익 기반까지 마련돼, 수도권 벤처생태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조건을 갖춘 경우가 많다. 이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지방은 기회의 땅이 된다.


지방소멸 해법을 논할 때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지방으로 가져오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지방에 있는 것을 살리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하다. 지역 청년이 인근 기업을 인수해 경영자로 나설 때, 기업승계 위기와 지방소멸 문제가 동시에 풀린다. 정부의 M&A 플랫폼이 매칭을 돕고, 지자체가 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도 기업을 인수해 창업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다. 준비된 의지가 있다면, 누구든 검증된 기업 위에 서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지방소멸을 멈출 씨앗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고장 어딘가에서, 후계자를 기다리며 마지막 불을 지키는 기업이 바로 그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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