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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카지노 자본주의’의 함정

2026-06-25 06:00

증시 시총 세계 5위로 상승
메모리 특수가 ‘불장’ 견인
레버리지 ETF 단타 부추겨
상위 20%가 주식 73% 보유
자산 양극화만 심화할 수도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 워런 버핏의 경고=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지금 주식시장은 카지노"라고 경고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투기 열풍에 대한 우려이자 경종이다. 그는 현재의 주식시장을 '카지노 딸린 교회'에 비유하며 '가치 투자'와 단기 투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 투자'는 워런 버핏의 오랜 투자 노하우로, 내재가치가 견실한 종목을 선택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의 투자철학을 말한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영국 경제학자 수전 스트레인지가 1986년 출간한 책 '카지노 자본주의'에 처음 등장한다.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거대한 도박장처럼 투기화하는 현상을 빗대면서 쓴 용어다. 딴 나라 얘기가 아니다. 작금 우리 앞에 '카지노 자본주의'가 어른거린다.


# 시총 1년 만에 3배=이재명 정부 출범 때 2,698포인트였던 코스피는 미답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10,000포인트를 감히 넘본다. 같은 기간 상승률 세계 1위다. 주식시장 상장 종목 시가총액도 1년여 만에 3배 이상 불어났다. 시총 순위는 세계 11위에서 5위로 성큼 올라섰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견인한 '불장' 효과다. "폭발적 메모리 수요가 100년 만의 홍수 같다"는 팀 쿡 애플 CEO의 묘사가 사뭇 직설적이다.


직장인 대화의 메인 테마도 주식이다. "한 달 만에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무용담이 난무한다.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업체 삼성전기는 올들어서만 10배 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는 투자자의 '단타' 성향을 더 부추겼다. 23일의 10% 폭락은 변동성 커진 '카지노' 장세를 투영한다. 대형주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코스피가 상승 신기록을 써나간 지난 1년간 내린 종목이 80%다. 자산 상위 20%가 전체 주식의 73%를 보유하는 현실 역시 마뜩잖은 서사다. 노동 가치까지 왜곡한다.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 국민 88%가 "주가 급등이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응답했다.


# '로또 성과급'=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2천조원 시대'를 열었다. 경제지형도 변했다. 이제 증시도 수출도 성장도 '삼전닉스'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무려 529억원. 이렇다 보니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삼전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6.5배밖에 되지 않는다. 마이크론의 선행 PER은 10배 안팎이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즉 '뜻밖의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6억원의 특별성과급을 받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근로자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노노 갈등, 상대적 박탈감, 소득 양극화, 부동산시장 자금 유입은 '로또 성과급'의 그늘이다. '삼전닉스'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인 화성시 동탄구의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9.57%. 전국 1위다.


# 반도체발(發) 활황 순기능 살려야=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조정을 예고했다.


'유동성 함정'은 통화량을 늘려도 실물경제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도 '카지노 자본주의' 함정에 빠지면 역대급 메모리 호황이 자산 양극화만 심화할 것이다. 반도체발(發) 증시 활황의 순기능을 잘 살려야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한참 늦춰지면 온 국민이 세렌디피티를 체감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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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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