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완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예술감독 인터뷰
영남대 중심 대구경북 음대 뭉친 교류의 장
이하느리 등 국내 젊은 작곡가들 등용문
최근 지역 예술대 위축에 축제 개선 고민도
오래 이어온 축제인 만큼 지자체 관심 필요
'제37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DCMF)'는 대구에서 37년 간 이어져 온 음악제로, 올해는 '흐르는 시간의 소리'를 주제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렸다. 사진은 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 '학생공모작 연주회' 모습.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현대음악은 대체로 실험적이고 난해한 분야로 여겨진다. 이 생소할 수 있는 장르가 대구에서 무려 37년간 묵묵히 저변을 넓혀왔다. 그 중심에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제37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DCMF)'가 자리한다. 음악제가 한창이던 지난 25일, 현장에서 축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영완 예술감독을 만나 음악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봤다.
서영완 대구국제현대음악 예술감독은 37년간 명맥을 이어온 음악제에 대해 "대구는 처음부터 연합으로 시작해 그 네트워크가 유독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본인 제공>
◆37년간 이어진 축제…핵심은 '파벌 없는 연대'
"'흐르는 시간의 소리'라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결국 모든 음악에 통용되는 말입니다. 추하고 무섭고 괴기스러운 것까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이라면, 그 폭은 무한히 넓어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음악을 대하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서 감독과 이 축제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재학 시절 무대 스태프로 처음 발을 들인 그는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기획에 합류했다. 이후 코로나19 시기 사무국장을 거쳐 올해로 2년 차 예술감독을 맡아 행사를 이끌고 있다.
1990년 시작된 이 음악제가 37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연대'에 있다. 영남대를 주축으로 대구·경북 소재 음악대학들이 파벌 없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 감독은 "수도권은 학교별 색채가 짙어 결집하기 힘든 반면, 대구는 처음부터 연합으로 시작해 그 네트워크가 유독 탄탄하다"고 전했다. 2015년부터는 대구콘서트하우스와의 협업 아래 공동 기획으로 운영되며 공공 인프라와의 시너지도 내고 있다.
초기 진규영 영남대 작곡과 교수를 중심으로 시작된 축제는 서울과 대구 간 음악적 교류를 위해 마련된 세미나 형식이었으나, 점차 음악회가 함께 열리는 형태로 발전했다. 현대음악이라는 장르가 대구에서 자생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서 감독은 "당시 대구 인근에 음악대학이 많았다. 또한 훌륭한 교수진과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학생 등 풍부한 인적 자원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 축제의 꽃은 단연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최근 국내외 현대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 이하느리 역시 2년 전 이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서 감독은 "학생 공모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해외 유학 후 기성 작곡가로 돌아와 다시 곡을 발표하는 등 작곡계 내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해외 앙상블 단체로부터 참여 문의가 오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예술대 위축에 고민…대중성 높이는 시도 이어져
서 감독은 최근 지역 예술대학의 위축으로 과거에는 대부분 대구·경북 지역 학생들의 몫이었던 학생 공모작이 겨우 1편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 '학생공모작 연주회'에서 초연을 선보인 작곡가들이 인사하는 모습.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그러나 최근 지역 예술대학의 위축은 축제에도 큰 고민을 안겼다. 과거에는 학생 공모작 5편 중 2~3편이 대구·경북 지역 학생들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겨우 1편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서 감독은 "학생들이 줄어드는 현상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기에, 참여 작곡가의 연령 기준을 20~30대로 조정하는 등 축제의 형태를 유연하게 바꿔나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오랜 숙제다. 서 감독은 "그간 작곡가 스스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니 대중 친화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작곡가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지금까지의 현대음악이 실험의 연속이었다면, 이제는 대중과도 만날 수 있는 곡을 쓰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대중성을 외면하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뮤직 카페에서 열린 젊은 작곡가와의 대담 현장.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이에 올해 축제에서는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렉처연주회'를 처음 선보였다. 단 50명의 관객만 무대 위로 초청해 해설과 함께 친밀하게 호흡하는 공연이다. 서 감독은 "존 케이지의 '4분 33초' 같은 유명 작품을 관객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본다면, 현대음악을 한결 가깝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 감독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지자체의 문화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대구시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자생해온 음악제에는 관심이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서 감독은 "대구시가 오페라·뮤지컬 등 대중성 있는 분야를 제외한 다른 순수 예술 축제에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어 아쉽다"면서 "지난 37년간 민간 단체가 글로벌한 인지도를 키워낸 음악제인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도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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