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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지 않은 길

2026-06-29 06:00
박순진 대구대 총장

박순진 대구대 총장

이른 아침 강변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다. 샛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인다. 오늘은 여기로 내일은 저기로 골라 걸을 수 있으니 자잘하고 행복한 망설임이다. 선택을 거듭하는 것은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은 일상적으로 마주치지만 드물게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있다. 오늘 못 간 산책길은 내일 새로 가면 되지만 인생에서 가지 않은 길은 다시 갈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학창 시절 읽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가끔 떠올려 보곤 한다. 가을날 숲속을 걷다 두 갈래 길을 마주한 작중 인물이 고민 끝에 사람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한다. 시는 이 때문에 이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는데, 인생에서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다른 선택을 포기했던 일에 대한 회한을 소박하고 인상 깊게 다루고 있다.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누구든 망설이게 된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미리 볼 수 있거나, 일의 결말을 온전히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불가능한 상상을 해본다. 과거로 돌아가면 다르게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은 해보았을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궁금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과 욕심은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세상사의 이치를 하나씩 깨친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여러 번 선택하는 기회가 현실에서는 절대 오지 않는다. 세상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와는 다르다. 여건이 여의치 않기도 하고 선택이 마땅치 않을 때도 많다. 막상 선택지가 있어도 선뜻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여건이 되고 스스로 선택한 일도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 일쑤다. 설령 기대한 결과가 나와도 마뜩하지 않은 일도 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딱 봐도 분명한 그런 선택 하나도 쉽게 정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한다. 그런 식으로 밖에 하지 못하느냐고 힐난한다. 누구나 훈수는 백단이라고들 한다. 직접 당사자는 못 보는 것이 무심한 제삼자의 눈에는 환하게 보인다. 당사자와 달리 제삼자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책임질 일이 없으니 한결 가볍게 툭 한마디 던질 수도 있다. 직접 그 현실 한 가운데 놓인 당사자는 애가 탄다.


어떻든 선택의 순간이 오면 하나의 길을 택해야 한다. 욕심으로만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성과를 낸다고 늘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선택의 결과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그것을 부정하거나 외면할 길은 없다.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선택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택하지 않아도 그에 따른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내가 멈추어도 주위 사람은 움직일 수 있다.


사회도 선택을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선거로 뜨겁던 6월이 저문다. 대구·경북 선거가 전국적 관심사였다. 결과를 두고 환호와 아쉬움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유권자의 선택이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주민들 삶을 낫게 하는 길이었기를 소망한다. 7월에는 민선 9기 지방자치가 출범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새롭게 출발하는 민선 9기가 지역 발전에 많은 성과를 내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큰 정치를 실천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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