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대구경북은 찬밥·왕따 신세
일편단심 몰표 실리 못 챙겨
3대 메가 프로젝트서도 배제
팔색조 충청 표심 황금분할
박규완 논설위원
#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기업 TKMS가 선정됐다. 하지만 캐나다 공공정책 싱크탱크 맥도널드-로리에 연구소는 "독일은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데다 비용도 더 들 것"이라며 "한국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 상호운용성'의 벽에 막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TKMS 결정 이유가 '전략적 안보'였음을 시인했다. "건조 능력과 성능에서는 우리가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정치적 결단에서 고배를 마셨다"(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결론적으로 '정치적 포석'에서 한국이 밀린 것이다.
# 국가 프로젝트는 늘 '정치공학적 셈법'이 작동한다. 영남권 신공항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거푸 백지화된 것도 표심의 유불리만 따진 나쁜 결과다.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 건설로 치환하는 꼼수도 부렸다. 문재인 정부는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용해 온 포항을 배척하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입지로 청주를 선택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대구가 더 높은 평점을 받고도 두 군데로 쪼개졌다. 첨복단지가 양분되지 않았다면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기관은 물론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대구로 왔을 터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국내 원전의 절반이 밀집해있는 경북에 건립하는 게 당연한데도 부산 기장군 고리로 갔다. 한국형 SMR(소형 모듈 원자로) 1호기 후보지도 기장으로 낙점됐다.
# 대일청구권자금을 종잣돈 삼아 제철보국(製鐵報國)을 이룬 포항제철소 건설과 대한민국 1호 국가산업단지 구미산단 조성도 정치적 포석에서 비롯됐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호남 편중 논란이 일자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적 논리에 따른 기업 판단"이라면서도 "그간 차별과 설움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 보상"이라고 했다. 반도체 팹의 광주 건립 배경이 '정치적'이었음을 은근슬쩍 인정한 셈이다.
# 대구경북의 진짜 문제는 보수 정권에서도 진보 정권에서도 찬밥·왕따 신세라는 것이다. 기업 팔을 비틀었다는 야권의 비판에 대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롱 섞인 반박이 하릴없이 염장을 지른다. "기업을 정부가 하라고 해서 이렇게 한다면 윤석열 정부 때 좀 열심히 하지 그랬었나". 한데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보수 정권에 일편단심 몰표를 주고도 실리를 챙긴 게 없다. 신공항 국비 지원? 대구경북통합? 영일만대교 조기 착공? 경부선 대구 도심 구간 지하화?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모두 공수표다. '투표의 효능감'을 느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 결정타는 광주 반도체 팹이다. 군 공항 부지 250만평에 팹 4기가 들어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팹의 '남방한계선'이 허물어진다는 의미가 크다. 대구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수천조 사업에 대구는 단돈 1원도 가져오지 못했다"(홍준표 전 대구시장).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묻지마 투표'로 일관한 유권자? 무기력한 지역 정치권? 국가 프로젝트의 대구경북 손실분을 과실(果實)로 챙긴 쪽은 주로 충청권이다. 팔색조 같은 변검술에 표심의 황금분할. 그건 충청인만의 책략이었나. 어차피 국가 프로젝트에 정치 논리가 작동한다면 정치공학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 또한 실력 아닌가.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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