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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머물고 드라마가 흐르는 #포항_로그인⑦]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고 싶을 때 ‘곤륜산활공장’

2026-07-09 06:00

사방 일망무제 하늘과 맞닿은 활공장…신화 속 산, 드라마가 되다

과거 고대인들의 기원 장소에서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자리매김

'갯마을 차차차' 등 작품에 등장

코발트빛 물결과 아득한 수평선

칠포해수욕장과 해안마을 풍경

청춘의 이야기 명장면 탄생지로

포항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본 칠포항과 동해. 곤륜산 정상은 소나무와 잡나무가 우거져 있었는데, 2018년 포항시가 이곳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조성했다.

포항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본 칠포항과 동해. 곤륜산 정상은 소나무와 잡나무가 우거져 있었는데, 2018년 포항시가 이곳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조성했다.

산은 곤륜산(崑崙山), 높이는 하늘에 닿고 불사의 강이 흐르며 먼 신화 속 여신이 산다는 산이다. 그래서 곤륜산은 멀고, 이국적이며, 신비로운 장소를 의미한다. 포항 흥해 바닷가에 곤륜산이 있다. 높이 177m인, 그러나 하늘에 닿는 독메(따로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산)다. 옛 문헌에는 고령산(孤靈山, 高靈山) 혹은 고영산(高影山)으로 기록돼 있다. 한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맥은 하나다. 외따로, 높고, 신령스러운 산. 3천여 년 전 고대인들은 이 산에서 하늘을 향해 풍요와 다산을 빌었고, 21세기 현대인들은 이 산에서 바다를 향해 활공하는데, 갯마을 차차차의 공진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순정하게도 '전망대'라 부른다.


포항 곤륜산에서 옛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풍요와 다산을 빌었고 지금의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활공한다. 포항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본 동해.

포항 곤륜산에서 옛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풍요와 다산을 빌었고 지금의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활공한다. 포항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본 동해.

◆곤륜산활공장


원래 곤륜산 정상에는 소나무와 잡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아주 가끔 등산객이 오를 뿐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었다. 2018년 포항시는 이곳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조성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패러글라이딩 월드컵대회가 개최됐고 총 20개국 선수 및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이후 곤륜산은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곧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포항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정상까지는 약 1㎞ 정도다. 경사가 급하다. 시멘트 포장된 길을 꾹꾹 밟아 오르는 동안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춘다. 길 끝에 하늘이 걸린 경사로에서 한 번 더 힘을 내야 정상이다. 정상은 둥그스름하고, 푸르다. 그 푸르고 부드러운 것이 밀어올린 수평선은 하늘과 맞닿아 아득하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홍반장은 우연히 만난 지성현(이상이)이 '전망대' 가는 길을 묻자 자세히 알려줬다. 그러나 지성현이 그른 길로 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전망대 꼭대기에 선다.


"난 대체 여기 왜 올라와 있는 거야?" "여기 경치 진짜 좋네요. 바람도 너무 시원하고, 와~" "사람이 참 해맑으시네. 공진 처음?" "아니오. 올해만 벌써 네 번째입니다." "얻다 꿀 발라 놨어? 뭐 이렇게 자주 오셨대?" "원래 처음 목적지는 공진이 아니었는데 중간에 길을 잃어갖고……." "와… 이 문명의 이기를 좀 활용해 볼 생각은 안 해 보셨나? 뭐, 내비도 있고 인터넷 지도도 있고." "걔네들도 저를 구제 못 하던데요? 그래도 그 덕에 공진을 발견했으니까." "긍정적인 길치네." "아, 조금 헤매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그렇게 사니까 인생이 알아서 재밌는 방향으로 굴러가던데요." 이후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두 사람은 몰랐다.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에서 리트리버 '지니'의 여행을 의뢰한 이가 있었다. 강여름(공승연)은 지니와 함께 포항을 여행하면서 의뢰인이 영화배우 이정우(진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5년 전 이정우는 시력을 잃으면서 세상에서 사라졌고, 그의 안내견인 지니는 지금 병이 들었다. 여름의 노력으로 결국 이정우는 지니가 있는 포항으로 향한다. 오래전 가까웠던 오대표(유준상)와 함께. 그들이 처음 도착한 곳이 곤륜산 활공장이다.


"걔는 나한테 다 줬는데 나는 걔한테 해준 게 하나도 없더라고. 맨날 화만 내고. 동정받기 싫다고 세상이랑 담 쌓고 사는 나랑 같이 갇혀서 사람도 없는 텅 빈 길만 걷게 했거든." "정우야. 두 눈 멀쩡하다고 다 보이는 거 아니더라. 코앞에 매일 두고 보면서도 뻔한 마음 하나 제대로 못 봐, 나도. 그게 장애지." "형." "응?" "바다, 어때? 그때처럼 이뻐?" "아, 바다. 네가 봐, 임마. 다 보이면서." 이정우는 검은 안경을 벗고, 웃으며, 말했다. "공기 좋네."


다 보인다. 왼쪽으로는 칠포리와 오도리, 오봉산, 내연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멀리 영덕의 풍력발전단지가 가물가물 속눈썹에 걸리기도 한다. 오른쪽으로는 칠포해수욕장과 곡강천의 유려한 동행이 지고한 끈기를 보여주고, 먼 호미곶의 푸른 윤곽은 아물아물한 채로 확고하다. 뒤돌아보면 흥해 읍내가 하얀 빛을 내며 촘촘하게 자리한다. 그 위로 긴 날개를 펼친 것은 비학산이다. 비학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비학지맥이 도음산과 양덕을 거쳐 동해로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내연지맥이 흘러 내연산으로 수렴된다. 사방 일망무제의 아득한 세계가 다 보인다.


칠포항 남쪽에 자리한 칠포해수욕장은 백사장 너비 약 70m, 길이 약 2㎞로 총 넓이가 9만7천 평이나 된다. 여름마다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고 2009 외인구단 네 멋대로 해라 등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칠포항 남쪽에 자리한 칠포해수욕장은 백사장 너비 약 70m, 길이 약 2㎞로 총 넓이가 9만7천 평이나 된다. 여름마다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고 '2009 외인구단' '네 멋대로 해라' 등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칠포리


하늘과 맞닿은 산 아래, 칠포리는 아늑한 만의 모습이다. 배후에는 흥해 평야가 펼쳐져 있고 고현천이 마을 한가운데를 흘러 칠포항 아래에서 바다로 흘러든다. 이러한 지형은 고대인들이 살기에도 마땅해서, 그들은 곤륜산 서북자락과 칠포리의 구릉지 바위에 여러 그림을 남겼다. 바위그림은 돌칼이나 돌화살촉, 크고 작은 성혈과 다양한 기하학적인 무늬 등이 있는데 '칠포리형 암각화'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런 지형은 외침이 잦은 시대에 바다를 지키는 군사 요새로 적합했다. 실제 칠포는 조선시대 수군만호진이 있던 곳으로 7개의 포대가 있는 성이라서 '칠포성'이라 불렀다고 한다. 동시에 해안에 흩어진 바위가 옻칠을 한 것처럼 검은빛이어서 칠포(漆浦)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포구 주변에 흩어진 기암괴석 자체가 볼거리다.


칠포리의 반달 모양의 만을 빽빽하게 채운 집들이 오붓하고 넉넉해 보인다. 이곳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공진마을의 전경으로 자주 보여졌다.

칠포리의 반달 모양의 만을 빽빽하게 채운 집들이 오붓하고 넉넉해 보인다. 이곳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공진마을의 전경으로 자주 보여졌다.

오늘날 만의 반달을 빽빽이 채운 집들은 오붓하고 넉넉해 보인다. 이 풍경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공진마을의 전경으로 자주 등장했고,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바닷마을 신수읍의 전경으로도 곧잘 등장했다. '갯마을 차차차' 촬영팀이 칠포리의 펜션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칠포항 북쪽, 해안 벼랑에 톡 튀어나온 뱃머리는 '해오름 전망대'다. 갑판에서 돌출된 뱃머리는 아래가 훤히 보이는 망구조의 스테인리스 스카이로드다. 그래서 스카이로드에 오르면 발아래 코발트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수면 아래서 어른거리는 검은 암초들 주변으로 여울이 둥글게 몰려들면 살짝 뱃멀미가 느껴진다. '해오름 전망대'는 포항의 이름난 전망대들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욱 호젓한 항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칠포항 북쪽의 해오름전망대. 돌출된 뱃머리 부분은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스카이로드다.

칠포항 북쪽의 해오름전망대. 돌출된 뱃머리 부분은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스카이로드다.

칠포항 남 방파제 아래의 작은 해변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마지막 회에서 혜진과 두식이 서로 프로포즈한 곳이다. "홍반장, 바닷가로 와." "무슨 생각해?" "아니, 우리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라서. 그때 우리 진짜 엉망진창이었는데. 진짜 최악이었어. …근데 그 날의 파도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거 같아. 이 신발이 나한테 돌아온 것처럼. 현관에 우리 신발이 늘 나란히 놓여 있으면 좋겠어. 외롭지 않게. 홍반장, 나랑 결혼해 줄래?" "아니, 그게 아니라, 시, 싫은 게 아니고, 아니, 그, 지금 이걸 왜…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지금 여……." "왜? 왜?" "나도 오늘 프로포즈하려 그랬단 말이야. 내가 먼저 하려 그랬는데, 내가 지, 진짜 한참 전부터 준비한 건데 이게 어떻게 된 게 내가 청혼을 받아 가지고… 아까 우리 처음 봤을 때 최악이라 그랬잖아. 나는 아니었어. 그날 바다에서 어떤 여자를 봤어. 한참을 앉아 있는데 눈빛이 너무 슬퍼 보이는 거야. 근데 그게 자꾸 마음에 밟혔어. 그래서 계속 눈길이 가더라고. 근데 그 여자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네. 현관에는 신발 두 켤레, 또 화장실에는 칫솔 두 개, 부엌에는 앞치마 두 벌, 뭐든지 다 한 쌍씩 놓자. 그런 집에서 오늘을, 내일을 그리고 모든 시간을 나랑 함께 살자."


칠포항 남쪽에 칠포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 너비 약 70m, 길이 약 2㎞로 총 넓이가 9만7천 평에 이르며 매년 여름마다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2009년 여름에 방영된 MBC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을 촬영했다고 한다. 이현세의 명작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각색한 드라마로 남자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과 사나이 사이의 우정과 복수, 희망을 담은 스포츠 멜로물이다. 주인공 오혜성(윤태영)과 최엄지(김민정)의 청년기까지 성장 과정이 칠포해수욕장을 비롯해 구룡포와 호미곶 등지에서 촬영됐다. 특히 드라마 성공기원 고사를 겸한 기념식도 칠포해수욕장에서 올렸다고 한다. 곤륜산 활공장에서 활공한 패러글라이더가 마침내 착지하는 곳이 칠포해수욕장이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마침내 만난 복수(양동근)와 경(이나영)이 이야기를 나누던 모래밭이 또한 칠포해수욕장이다. 그들은 주저앉아 신발의 모래를 털며 말한다. "이제 어디로 가요?" "어디가지?"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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