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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약을 묻지 않는 선거

2026-07-13 06:00
서민지기자 <정치팀>

서민지기자 <정치팀>

영남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일보, 광주일보, 충청투데이 등 전국 각지 언론사와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기획 취재를 함께 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공약은 주민과의 약속이지만 정작 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시리즈는 그 빈틈에서 출발했다.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경북(TK) 지방의원의 공약을 분석하는 취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부딪힌 난관은 다름아닌 공약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중앙선관위 정책공약마당을 뒤졌지만 일부 당선인의 공약은 확인할 수 없었다. 무투표 당선인은 선거공보 작성 대상이 아니었고, 일부 공보물도 누락돼 결국 일일이 자료를 요청해야 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단독 후보는 친구들 앞에서 출마의 변을 외친다. 경쟁이 없을수록 유권자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검증을 받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현행 선거 제도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무투표 당선인은 선거공보 발행도,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공약 자료를 달라는 요청에 무투표 당선인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회조차 얻지 못해 속상했다"는 기초의원도 있었지만, "공약을 언론사에 제출하면 나중에 못 지켰을 때 득 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기초의원도 있었다. 적어도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인 당선인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TK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정치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많은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대구시의회의 경우 무투표 당선인은 1명에 그쳤다. 그러나 불과 4년 전엔 대구시의원 29개 선거구 가운데 20곳이 무투표 당선이었다. 경쟁 없이 의회에 입성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환경이었던 셈이다.


선거는 당선자를 가리는 절차인 동시에 후보자가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고 평가받는 과정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 절차이기도 하다. 그 과정이 반복적으로 생략된다면 정당의 공천이 주민의 선택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굳어질 수 있다. 지방의원이 주민보다 공천권자의 평가를 더 의식하게 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이번 공약 분석을 하며 수천 건의 공약을 읽었다. 진심 어린 약속도 있었고,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공약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약이든 주민 앞에서 설명되고, 기록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 홍보물이 아니라 주민이 임기 내내 꺼내 볼 수 있는 약속이어야 한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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