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경쟁력 추락 정부 외면 탓
알맹이 빠진 교부금 재편 논쟁
독일·일본, 대학발전계획 세워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 강화 나서
우리도 대학재정 확충 서둘러야
박종문 논설위원
지난 칼럼을 통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국가 종합 경쟁력(21위)과 대학 교육의 사회 요구 부합도(51위), 즉 대학경쟁력 사이의 격차를 지적한 바 있다. 그 원인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외면 탓이다.
마침 지난 8일,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내국세의 20.79%를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을 두고 공개 토론을 가졌다. 그러나 내용은 역시 실망스러웠다. 기획예산처는 교부금 일부를 교육 외 다른 용도로 쓰고 싶어 하고, 교육부는 잉여재원을 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에 써야 한다고 하지만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우려스러운 것은 고등교육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국들은 대학을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국가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장기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은 2005년 연방정부와 주정부 공동으로 '엑셀런스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2017년까지 우수 연구 클러스터와 대학의 중장기 혁신전략을 집중 지원했다. 두 차례 사업에 투입된 재정만 46억 유로에 달했으며, 연방정부가 75%, 해당 주정부가 25%를 부담했다. 이후 독일은 2019년부터 이를 종료 시한이 없는 상설사업인 '엑셀런스 전략(Excellence Strategy)'으로 전환했다. 2019~2025년 1차 사업기간에 연간 5억3천300만 유로, 2026~2032년 2차에는 연간 6억8천700만 유로가 투입된다.
일본도 2013년 향후 10년 안에 세계대학 순위 100위권 일본 대학을 1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국가 목표를 세웠다. 2014년에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슈퍼글로벌대학 창성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세계 10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 톱형 13개 대학, 일본 대학 국제화를 선도할 글로벌화 견인형 24개 대학 등 총 37개 대학이 선정됐다. 일본은 그러나 국제화 사업만으로 연구경쟁력의 하락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2021년부터 정책의 중심을 장기 연구재정 확충으로 이동시켰다.
일본 정부는 10조엔 규모의 대학펀드를 조성하고 2022년 3월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펀드의 운용수익을 활용해 국립·공립·사립대에 문호를 연 '국제탁월 연구대학'을 장기간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시아권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도 대학 연구력과 경쟁력 향상에 많은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기존 교육예산으로는 대학 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책합의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신규재정을 확보해 대학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학경쟁력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AI로 가속도가 붙으면서 국가간 주도권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패권을 잡기 위해 대학연구력 향상에 국가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의 예를 보면 대한민국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대학에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고민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등록금 동결과 OECD 최저 수준인 대학재정 등 고등교육 정책 부재가 도를 넘었다. 현 정부의 유일한 대학정책으로 보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계획대로라면 5년간 최소 4조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재원마련이 난감해 보인다.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늦출 수 없는 환경이다.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서둘러야 할 때다.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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