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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TK민주당, 지분정치 말고 노선투쟁을 하라

2026-07-23 08:58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우리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중앙당에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을 더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단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요구다. 지금과 같은 지역구 당선이 쉽지 않은 대구·경북의 정치 현실에서 비례대표는 지역 조직을 유지하고 인재를 키우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실제로 그동안 비례대표를 통해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는 홍의락·김현권·임미애 등은 모두 '일당백'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지역 민주당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민주당의 인적·정치적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서도 대구·경북의 비례대표는 필요하다. 문제는 요구의 방식이다.


비례대표 몇 석을 달라, 한 석을 더 달라는 식의 요구는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결국 '지분 요구'처럼 비친다. 그런데 다 아는 바와 같이 정치에서 모양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모양 없는 요구는 쉽게 시혜의 대상이 되고, 시혜를 구하는 사람은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치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당헌·당규에 넣어 달라고는 한다지만 중앙당 지도부가 이번에는 들어줄 수도 있고, 다음에는 외면할 수도 있는, 결국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중앙당의 선의에 맡기는 구조가 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정치가 아니다.


대구·경북 민주당은 '모양이 빠지지 않는' 명분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걸어야 할 건 비례대표 숫자가 아니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해 의석으로 제대로 환산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깃발'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의 민주당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많은 지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상당한 지지율도 확보했다. 그런데 현재의 선거제도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는 쪽이 모든 걸 다 가진다. 이 제도에서는 대구·경북 민주당의 성장은 어렵고, 뿌리 내리기도 쉽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이다. 그래서 대구·경북 민주당은 비례대표 몇 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기만 하면 이 지역에서 민주당은 대의기구에 괄목할 만한 숫자의 대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대구·경북 민주당으로서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보인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 얻는 지지만큼 국회의원을 배출하게 해달라는 선거제도 개혁 요구는 결코 특혜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다. 국민이 준 표만큼 의석을 달라는 것이 무슨 특권인가. 그것은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그리고 이 요구는 단순히 대구·경북 민주당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가 만들어져야 대한민국 민주정치 전체가 건강해진다. 지역주의도 완화되고, 사표도 줄어들며, 다양한 정치세력이 성장할 수 있다. 다양성과 대표성, 민주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존재가 없는 정당'이 아니라 전국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역 조직도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인재도 꾸준히 육성할 수 있다. 이것은 국민의힘으로서도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취약 지역에서 자신의 대표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제도다. 이편저편을 넘어서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지역주의에 의한 대의체계의 결손(缺損)을 치유할 것이다.


현재 대구·경북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숫자의 당선자를 내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의 효과다. 이 선거제도가 아니면 대구·경북 민주당이 우리 지역에서 몇 석이나 얻을 수 있었을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임미애 의원이 포함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까스로 광역의회 비례 숫자를 늘린 덕분에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 광역의원 숫자가 늘었다. 이것만 보아도 선거구제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대구·경북 민주당은 부디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노선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리기 바란다.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를 세우고 중앙당, 국회의원들과 논쟁하라. 설득하고 싸우라. 필요하다면 당론으로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라. 그 싸움에는 명분이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사람들은 강한 쪽을 따른다. 강하다는 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명분이 분명한 쪽이다. 지금처럼 지분을 요구하는 순간, 정치권에서는 만만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그런 정치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실속도 없다. 그러나 노선을 세우고 제도를 바꾸는 정치는 세력을 키우고 역사를 만든다. 대구·경북 민주당은 지금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민주당이 보여준 가능성은 작지 않다. 그 성과를 비례대표 몇 석 더 달라는 것으로 '지분 정치'로 바꿔 먹지 말고, 그 성과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정치구조를 만들겠다는 노선 투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성과의 제도화다.


중앙당에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깃발을 들고 중앙당을 당당한 목소리로 질타하는 대구·경북 민주당을 보고 싶다. 비례대표를 더 달라고 말하느니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라. 지분 정치가 아니라 노선 투쟁을 선포하라. 그리고 당당하게 쟁취하라. 그것이 대구·경북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더불어민주당이 걸어가야 할 길이며, 국민의힘을 포함한 한국정치가 한 단계 민주적으로 도약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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