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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메일] 드라마 ‘김부장’이 묻는 K-부성애의 윤리

2026-07-27 06:00
이희정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이희정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최근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의 흥행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6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작품은 첫 회 시청률 9.5%로 출발해 방송 4회 만에 21.6%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김부장은 네이버웹툰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하며, 이승영·이소은 감독이 연출하고 남대중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소지섭이 김부장을, 최대훈과 윤경호가 각각 성한수와 박진철을 연기하며 이른바 '아빠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드라마의 설정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중소 저축은행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 김부장은 사실 국가가 존재 자체를 감춘 전직 비밀 공작원이다. 하나뿐인 딸 민지가 실종되자 그는 봉인했던 과거의 능력을 다시 꺼내 들고, 딸을 되찾기 위해 국가기관과 범죄조직까지 상대한다. 평범한 중년 가장이 순식간에 가장 위험한 인물로 돌변하는 이 설정은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나 '아저씨'의 원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김부장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액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테이큰식 액션 서사에 한국 사회 특유의 'K-부성애'를 결합한다. 회사에서는 존재감 없는 직원, 가정에서는 권위마저 희미해진 중년 가장이 자녀가 위험에 처한 순간, 누구보다 강한 존재로 변모하는 반전은 오늘날 한국 사회 중년 남성들이 경험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사회적으로는 점점 주변화되고 가족 안에서도 역할이 축소된 아버지에게 이 드라마는 '당신은 아직 가족을 지킬 힘이 있다'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소지섭의 액션이라기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평범한 아버지에게 세상을 뒤집을 힘이 숨겨져 있었다는 설정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김부장은 단순한 중년 영웅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작품은 김부장과 주강찬이라는 두 아버지를 병치하며 부성애의 윤리 자체를 묻는다. 두 사람 모두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랑의 방식은 전혀 다르다. 김부장은 딸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과 안전을 내놓지만, 주강찬은 딸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의 생명과 사회의 공정성을 희생시킨다. 한 사람은 딸을 위해 자신이 무릎을 꿇고, 다른 한 사람은 딸을 위해 타인을 무릎 꿇린다. 두 사람을 가르는 것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사랑의 방향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가장 강력한 사랑의 공동체다. 그러나 그 사랑이 공적 규칙을 넘어서는 순간 가족은 공동체를 잠식하는 폐쇄적 이해공동체로 변한다. 가족을 보호하려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피해를 부정하고 공적 절차를 우회하기 시작한다면 가족애는 더 이상 공동체를 지탱하는 윤리가 아니라 공동체를 해체하는 특권이 된다.


이 대목은 막스 베버가 구분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문제로 읽을 수 있다. 신념윤리가 행위자의 의도와 확신을 중시한다면, 책임윤리는 그 행위가 초래할 결과까지 함께 묻는다. 주강찬의 문제는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랑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책임을 감당하려 하기보다 책임 자체를 지워버리려 한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무조건 면책하는 데 있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도록 곁에서 함께 책임지는 데 있다. 베버의 관점에서 본다면, 참된 부모됨은 사랑의 강도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모습은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제전학 처분 이후에도 부모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을 다퉜고, 사회는 자녀의 잘못을 성찰하기보다 그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부모의 모습을 목격했다.


김부장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진정한 K-부성애란 무엇인가. 내 자식만 소중한 사회에서는 결국 어느 아이도 안전할 수 없다. 김부장이 묻는 K-부성애의 윤리는 바로 그 불편한 진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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