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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新르네상스, 길이 열리고 삶이 꽃피다⑥] 겸재와 선바위

2026-07-29 05:30

정선이 화폭에 담은 ‘선바위’ 기상…치유·휴양의 거점으로 우뚝 솟다

꼭대기가 조금 휜 선바위 양쪽으로

자금병·부용봉석벽 펼쳐진 '쌍계입암'

영양 선바위로 확인된 작품 '입암도'

절경 앞 감흥·정취, 회화적 재구성

문화역사 명승과 선바위관광지 연계

자작나무숲·장구메기습지 등 활용

체류형 산림휴양 '뉴 르네상스' 도약

올해는 겸재 정선의 탄생 350주년으로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9월 겸재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그림은  겸재가 영양 선바위와 자금병, 부용봉석벽를 보고 그린 쌍계입암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올해는 겸재 정선의 탄생 350주년으로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9월 겸재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그림은 겸재가 영양 선바위와 자금병, 부용봉석벽를 보고 그린 '쌍계입암'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올해는 조선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탄생 350주년이다.


지난해 4~6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겸재 정선' 전시회는 국보인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등 진경산수화,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 165점을 선보인 대규모 회고전이었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과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이 전시는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재단의 협력으로 마련된 것으로, 오는 9월에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지난 2월26일부터 두 달간 국립중앙박물관은 서화실 재개관 기념 첫 전시로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를 개최했다.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 전시에서는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신묘년풍악도첩'과 노년의 걸작인 '박연폭포' 등을 소개했다.


이 두 전시회에서는 영양 선바위를 그린 서로 다른 그림이 각각 전시됐다. 호암미술관 전시에서는 간송미술관 소장 '쌍계입암(雙溪立巖)'이 관람객들을 만났는데, 이 그림은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있던 60세 전후에 그린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소개된 그림은 191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에 기증된 것으로 광복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승계됐다.


겸재가 청하현(지금의 포항시 북구 청하면)으로 부임해 오기 100여 년 전, 영양으로 귀양 온 약봉 서성은 선바위 위쪽에 정자를 짓고 성리학 연구와 글을 지으며 지냈다. 그 정자 이름이 경승이 모여 있다는 뜻의 집승정(集勝亭)이다. 이곳에서 약봉과 연당마을 서석지의 석문 정영방은 선바위, 자금병, 부용봉, 남이포 등 절경 속에서 서로 시를 주고받으며 교유했다. 그 후에도 선바위 주변의 뛰어난 풍경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널리 알려졌을 터이니, 청하현감으로 온 겸재가 이곳을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쌍계입암' 화폭 가운데에는 꼭대기가 조금 휜 선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그 뒤 양쪽으로 석문을 이루는 자금병과 부용봉석벽이 펼쳐져 있다. 아래쪽 강 건너편에는 방한모 같은 모자를 쓴 선비 두 사람이 선바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은 "입암의 탱천(撑天)하는 기세는 제 힘을 제가 못 이기는 듯 솟구치다 못해 사뭇 한쪽으로 끄덕 휘어져 있다. 그 힘차게 휘어진 표현에서 무한한 역동감을 실감할 수 있으니 과연 겸재는 우리 강산의 이렇듯 아름다운 정경을 남김없이 그림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던가 보다"라고 했다.


최열 미술사학자는 "화폭의 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선바위는 허리를 약간 굽히며 솟아올라 속도감과 함께 불안감도 크다. 더구나 하단의 냇물이 사선으로 급하게 쏟아져 내리므로 위태로움은 더욱 커 보인다. 서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두려움을 상쇄시키는 기이한 역할을 함으로써 이른바 불안한 균형을 갖춘 아주 특별한 작품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암도는 과거 강원도 고성 해금강의 입석포를 그린 것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근래에는 경북 영양 선바위를 그린 작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 그림을 보면 바위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구도나 형태를 보면 두 그림이 같은 곳을 그렸다는 게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그림을 '전(傳) 겸재 정선' 즉, 정선의 그림이라고 전해지는 입암도라고 소개하면서, 반변천과 청기천이 만나는 지점에 솟은 선바위를 마름모꼴을 쌓은 듯한 모습으로 화면 중심에 세워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림 위쪽에는 시가 적혀있는데 "바람 파도 속 우뚝 솟은 백장 높이 기이한데/당당한 돌기둥 바로 이곳에서 보는 도다/지금 만약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면/이르거나 늦거나 결국 떠받칠 이, 너 아니면 누구이겠나?"라는 내용이다. 선바위가 하늘을 받치고,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는 내용은 석문 정영방의 임천잡제16절 중 '입석'에서 시상을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겸재 정선이 그린 입암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겸재 정선이 그린 '입암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런데 실제 선바위를 본 사람들은 선바위의 모습이 그림과 너무 다르다고 고개를 갸웃한다. 최완수 소장도 선바위 건너편 강변에서 보니 분위기는 비슷하나 그렇게 거대하지도 않은 바위를 겸재가 독립거암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한다. 그러고는 "그림같은 실경을 더욱더 그림답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화성(畫聖) 겸재의 기량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라고 한다. 이 말은 진경산수화가 우리 산천을 그린 그림이지만 실제 풍경의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감흥과 정취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해 표현한 그림이라는 의미를 바탕에 깔고 있다. 진경산수화가 단순히 그림같은 풍경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그림답게', 그러니까 진경(眞景)으로 그려냈다는 극찬인 셈이다. 겸재는 선바위의 절경 앞에서 느낀 감흥과 떠오른 생각들을 표현하기 위해, 바위 위치도 옮기고 모습도 과장되게 표현했는데, 그렇게 그리는 게 바로 '진짜 풍경' 그림이라는 말이 된다.


이렇게 명승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 겸재와 같은 위대한 화가에게만 허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경관에는 원래 의도가 있을 수 없고, 그림이나 시에는 창작자의 의도가 스며들어 있지만, 그것을 보고 느끼는 사람과 만나면서 그 의미는 점점 확장되고 깊어진다. 마치 수많은 후대의 해석이 누적돼 오늘날 고전이 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선바위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나 겸재의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각자 '진경관광'이나 '진경감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쌍계입암에 대해 두 미술사학자는 넘치는 역동성과 불안함 속의 균형을 얘기했지만, 홀로 솟은 선바위의 모습에서 편안함 혹은 당당함을 느낄 수도 있다. 어머니가 그리운 사람은 겸재가 그린 선바위 모습에서, 아이를 업고 혹은 안고 세상에 맞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할지도 모른다. 소멸위기를 맞고 있는 고향의 현실이 안타까운 사람은 당당한 선바위의 모습에서 희망과 극복의지를 느낄지도 모른다.


겸재의 화폭에 담겼던 선바위의 주변에는 대규모 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영양군은 선바위와 자금병·남이포·부용봉·석문 등 명승과 영양고추홍보전시관·분재수석전시관·산촌생활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시설을 연계해 개발하고 있다.

겸재의 화폭에 담겼던 선바위의 주변에는 대규모 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영양군은 선바위와 자금병·남이포·부용봉·석문 등 명승과 영양고추홍보전시관·분재수석전시관·산촌생활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시설을 연계해 개발하고 있다.

선바위관광지는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의미의 바탕 위에 조성된 영양의 대표관광지다. 현재 선바위, 자금병, 남이포, 부용봉, 석문 등 명승과 영양고추홍보전시관, 분재수석전시관, 어린이물놀이장, 산촌생활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연계돼 있다. 영양군은 선바위 경관개선사업을 통해 보행로, 벽천, 야간경관, 조형물 등을 설치하고, 글램핑장을 포함한 분재수목원 조성사업, 분재수석전시관 리모델링사업, 선바위관광지 정자 설치 등을 통해 복합 레저·휴양 공간으로 개발하고 있다.


영양군은 앞으로 이렇게 개발한 선바위관광지와 영양자작나무숲, 장구메기습지 등을 활용해 경쟁력을 갖춘 힐링관광도시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자작나무 숲에는 국립 영양 자작누리 치유의 숲을 조성해 체류형 산림휴양 거점으로 삼고 장구메기습지는 생태관광지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과 생태, 치유와 휴식을 결합한 관광지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관광사업을 육성함으로써 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영양의 뉴 르네상스를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영양군은 기대하고 있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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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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