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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의존할 곳이 많다는 것

2026-07-30 06:00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얼마 전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정신적으로 자립하고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의존하는 곳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 문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흔히 자립적인 사람이라 하면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서 모든 풍파를 막아내는 고고한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에서 말하는 의존의 의미는 달랐다. 그것은 타인에게 삶의 무게를 떠넘기는 위태로운 의지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악, 오래 아껴온 책 한 권,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만의 장소, 몰입할 수 있는 작은 취미, 언제든 가만히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처럼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위안들을 삶 속에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한 사람이나 단 하나의 목표에만 전부를 거는 것이 아닌, 삶의 도처에 마음을 둘 곳을 마련해 두는 태도였다.


우리는 삶의 무게를 오직 한 곳에만 실어둘 때 가장 쉽게 무너진다. 일이 삶의 전부인 사람은 프로젝트 하나가 틀어지는 순간 자신의 존재까지 흔들리고, 단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기대던 사람은 그 관계가 삐끗할 때 세상 전체가 무너진 듯한 절망을 겪는다. 이처럼 삶의 지탱축을 단 한 곳에만 고정해둘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작은 파문에도 위태롭게 흔들리며 쉽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반면 마음을 둘 곳이 여러 갈래인 사람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숨을 고르고, 사람에게 지친 날에는 조용한 산책길을 걸으며 마음을 추스른다. 문제가 일어난 현실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곳이 남아 있다. 이처럼 삶의 구석구석에 마련해둔 소소한 안식처들은 거친 세상을 버텨내는 가장 조용하지만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과 공간, 취미와 시간을 삶 곳곳에 만들어두는 일이다. 어쩌면 진정한 자립이란 모든 풍파를 맨몸으로 막아내는 게 아니라, 흔들릴 때 나를 지탱해줄 다채로운 위안을 품고 살아가는 유연한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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