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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만난 사람] 유윤종 음악평론가 “서양 클래식, 새롭게 바라보면 비밀이 보입니다”

2026-07-31 17:52

지난 21일 수성아트피아 ‘로비톡톡’ 강연
16세기 유럽의 유행가가 오늘날 동요로
추모곡으로 알려진 말러의 ‘아다지에도’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중 아리아와 유사
중세 성가의 ‘디에스 이레’ 선율 인용도

지난 2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열린 로비톡톡 강연 클래식 명선율에 숨은 비 읽어내기에서 유윤종 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선율 뒤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지난 2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열린 로비톡톡 강연 '클래식 명선율에 숨은 비 읽어내기'에서 유윤종 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선율 뒤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전 세계 어린이들이 알고 있는 'ABC 송'은 사실 16세기 유럽을 휩쓴 '밈(Meme·유행 콘텐츠)'이었습니다."


29년간 문화전문기자로 활약한 유윤종 음악평론가가 지난 2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클래식 명선율에 숨은 비밀 읽어내기'를 주제로 로비톡톡 강연을 열었다. 이날 유 음악평론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시선으로 클래식 선율 뒤 숨겨진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먼저 나온 예시는 1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노래 '푸지 푸지(Fuggi fuggi)'다. 당대 유럽의 유행가였던 이 곡은 세월이 흘러 18세기 모차르트의 곡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원곡의 단조 선율을 장조로 바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중 여덟 번째 변주곡을 만들었고, 메인 선율은 '반짝반짝 작은 별'과 'ABC 송' 등 오늘날 전 세계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가 된 것. 더 나아가 20세기에는 이스라엘의 독립과 함께 그들의 국가(國歌)가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 포크 듀오 '바블껌'의 '비야 비야'의 멜로디로도 활용됐다. 이렇듯 수백 년 전 유럽의 유행가가 오늘날까지 폭넓게 존재하게 된 셈이다.


유윤종 음악평론가는 클래식을 깊이 탐구해 온 이유에 대해 서양 클래식 음악에 대해 현지 사람들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지점들을 제3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유윤종 음악평론가는 클래식을 깊이 탐구해 온 이유에 대해 "서양 클래식 음악에 대해 현지 사람들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지점들을 제3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추모곡으로 널리 알려진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다지에토'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눈길을 끌었다. 1902년 완성된 이 곡은 자신의 연인을 향한 음악적 사랑 고백이라는 점은 유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 평론가는 이 곡이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 퀸' 중 아리아 '당신을 사랑하오'와 선율 및 가사의 분위기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이유를 두 작곡가의 관계에서 찾았다. 둘의 본격적인 만남은 1890년대 독일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극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독일 초연 당시 독일어가 서툴렀던 차이콥스키를 대신해 극장 감독이었던 말러가 지휘봉을 잡게 됐고, 이를 계기로 그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 평론가는 "말러가 차이콥스키를 단순 모방했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랑을 열렬히 토로하는 한 남자의 오페라 아리아에 깊이 공감을 느꼈고, 그러한 점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투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세 성가에서 시작된 '디에스 이레(Dies Irae·진노의 날)' 역시 클래식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선율이다. 본래 인류 최후의 날을 뜻하던 이 선율은 후대 작곡가들에 의해 개인에게 내리는 징벌이자 죽음의 상징으로 해석되며 수많은 작품에 인용됐다. 특히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은 음계를 뒤집는 '인버전(Inversion)' 기법을 사용해, 죽음의 선율을 서정적인 사랑의 노래로 반전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유 평론가는 이처럼 클래식을 깊이 탐구해 온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서양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이 이미 존재하는 해석을 따라가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현지 사람들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지점들을 제3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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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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