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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장 발언대]도예가·농업인·젊은 이장…세 가지 삶으로 고향을 빚는 사람, 문경 지곡2리 정봉대 이장

2026-07-31 14:08
정봉대 문경읍 지곡2리 이장. 국가무형유산 제105호 사기장 이수자인 정 이장은 도예가와 농업인으로 활동하며 주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남진기자>

정봉대 문경읍 지곡2리 이장. 국가무형유산 제105호 사기장 이수자인 정 이장은 도예가와 농업인으로 활동하며 주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남진기자>

"도자기를 빚을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기다림입니다. 마을을 돌보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지곡2리에는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40대 초반의 젊은 이장이 있다. 올해 42세(1984년생)인 정봉대(금곡요) 이장은 도예가이자 농업인,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든든한 일꾼으로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 이장은 건국대학교 도자기공예과를 졸업한 뒤 고향인 문경으로 돌아왔다. 대학에서 현대 도예를 공부했지만, 지역의 전통 도자문화를 배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끝에 국가무형유산 제105호 사기장(沙器匠) 이수자가 됐다. 전통 도자기의 맥을 잇는 젊은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아버지의 농사일을 함께 돕고 있으며,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지곡2리 이장직도 맡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도시로 떠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고향으로 선택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내가 지키고 싶었다"는 생각 하나가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그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농사철에는 부모님과 함께 밭과 논을 둘러보고, 작업실에서는 흙을 만지며 도자기를 빚는다. 여기에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행정기관과 마을을 연결하는 이장 업무까지 맡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정 이장은 "도예 작업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불편한 점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항상 갖고 있다"며 "이장은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인 만큼 작은 민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장 생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23년 문경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였다.


당시 지곡2리 역시 많은 비로 인해 마을 진입도로와 농로 일부가 유실되고 곳곳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의 일상은 순식간에 멈췄고, 복구 작업은 쉽지 않았다.


정 이장은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과 함께 삽을 들고 토사를 치우고 무너진 도로를 정비하는 데 힘을 보탰다. 복구가 장기화되는 동안에도 주민들과 함께 피해 현장을 돌며 필요한 지원을 행정기관에 건의하고 복구 작업을 도왔다.


그는 "재난 앞에서는 누구 하나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주민 모두가 서로를 걱정하며 힘을 모았기에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발생한 한 화재 역시 그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마을에 홀로 거주하던 한 어르신의 집에서 불이 났지만 좁은 도로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정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초기 진화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했고, 이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마을 진입도로를 정비하는 데 앞장섰다.


단순히 화재를 진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의견을 모으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소방차가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도로 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령이다 보니 위급 상황에서는 시간이 생명"이라며 "한 번의 경험이 마을 안전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곡2리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농촌마을이다.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아 정 이장은 평소에도 틈나는 대로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생활 불편 사항을 확인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폭염과 한파가 이어질 때면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 안부를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있으면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주민들은 그를 "젊지만 누구보다 발로 뛰는 이장"이라고 평가한다.


도예가로서의 삶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는 문경의 전통 도자문화가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역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흙을 빚는 장인의 손길과 주민들의 삶을 보듬는 이장의 역할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정 이장에게는 모두 '고향을 지키는 일'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이어진다.


정봉대 이장은 "마을이 잘돼야 주민들이 행복하고, 주민들이 행복해야 고향도 살아난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작은 불편 하나까지 해결하는 이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주민 모두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지곡2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예가로서 문경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이장으로서는 주민들과 함께 더 살기 좋은 고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제 꿈"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기자 이미지

강남진

문경의 변화와 희망을 현장에서 취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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