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뮤지컬
티켓예매수·판매액 전년보다 9.8%·32.4%↓
대구시 뮤지컬사업 예산 3년새 10억 줄어
관객 수요 문제 아냐…극장 인프라 차이
지난 6일 열린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시상식에서 DIMF 관계자 및 참가작 창작진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한때 비수도권을 선도했던 대구 공연시장의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대구는 뮤지컬·오페라·클래식·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을 올리고 인재를 배출하며 '공연도시'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문화예술 분야 예산 삭감과 공연시장 환경의 변화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공연예술 인프라를 확대하고 유수 콘텐츠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공연시장의 규모는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는 물론 관광객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되는 지표다. 대구가 '지속가능한 공연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영남일보는 대구의 공연시장 현황을 주요 장르별로 타 지역의 사례와 비교·분석하고 과제를 제시한다.
제20회 DIMF 공동 폐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인투 더 우즈'. 익숙한 동화를 뒤집는 반전 서사로 사랑받아온 세계적 명작이다. <영남일보 DB>
◆문화예술 예산 줄어드는데 부산은 19% 늘어…뮤지컬 시장도 흔들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뮤지컬' 시장도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대구는 2006년 프레(pre) 대회로 출발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통해 '뮤지컬 도시'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예산 감소가 이어진 데다 인근 지역에 뮤지컬 전용 극장이 들어서면서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공연 건수 및 회차는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은 부산에 밀려 비수도권 2위에 머물렀다. 티켓예매수는 102만9천420매로 부산보다 1.26배 적었고, 티켓판매액은 566억1천642만원으로 부산(1천17억여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56%)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티켓판매액에서 대전에까지 뒤처졌다. 대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5배 급증한 약 14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새 처음 대구를 넘어서 비수도권 2위를 차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지자체의 문화예술 분야 예산 삭감이 꼽힌다. 영남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대구시·부산시의 '최근 4년간 문화예술 분야 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시의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2022년 1천902억원에서 지난해 1천877억원으로 3년새 약 25억원 감소했다. 반면 부산은 같은 기간 2천397억원에서 2천853억원으로 약 456억원(19%↑)이나 늘었다.
대구시의 최근 4년간(2022~2025) 뮤지컬 관련 사업 예산. 4년간 약 24% 감소했다. <인포그래픽=생성형 AI(구글 gemini)>
설상가상으로 대구 간판 공연예술인 뮤지컬 장르의 둔화세가 뚜렷하다. 대구 뮤지컬 시장은 2020년 부산에 역전당해 비수도권 1위 자리를 내준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은 전년 대비 각각 9.8%, 32.4% 급감해 전국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대구시의 문화예술 분야 예산이 삭감되면서 뮤지컬 사업 예산 역시 축소됐다. 2022년 41억2천500만원에서 지난해 31억1천500만원으로 3년새 약 24%(10억1천만원↓) 깎였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9억5천만원→26억원 △뮤지컬스타 발굴 및 육성 지원 9억원→3억400만원 △창작뮤지컬 기획공연 1억7천만원→1억3천600만원 △DIMF 뮤지컬 아카데미 5천500만원→5천500만원 △뮤지컬 갈라공연 5천만원→2천만원으로 DIMF 뮤지컬 아카데미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줄었다.
◆전용극장이 바꾼 시장 판도…"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 시급"
민간 자본의 투입 비중이 높은 뮤지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뿐만 아니라 시설 인프라도 중요하다. 올해 DIMF는 20주년을 맞아 축제 예산이 3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지만 축제만으로는 악화된 시장 상황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뮤지컬업계 전문가들은 공연을 상시로 올릴 수 있는 뮤지컬 전용 극장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뮤지컬 전용 극장은 차별화된 기술적 설비는 물론 뮤지컬만 공연하기 때문에 대형 공연을 장기간 유치하기 용이하다. 세계적인 뮤지컬 양대 중심지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역시 뮤지컬 전용 극장을 다수 갖추고 있어 365일 공연이 개최된다.
부산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산은 대구처럼 뮤지컬로만 구성된 대형 축제가 없다. 영남일보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부산시 문화예술 관련 부서(문화예술과·문화유산과·영상콘텐츠산업과 등)의 세출예산사업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뮤지컬 산업을 시가 직접 지원하는 별도의 예산사업도 편성되지 않았다.
부산의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 외관. 민간 자본을 통해 조성돼 2019년 문을 열었다. <드림씨어터 제공>
시장 판도가 바뀐 건 2019년 민간에서 '드림씨어터'를 조성하면서다. 1천700여석 규모의 부산 유일 뮤지컬 전용 극장이다. 대구의 뮤지컬 관객수와 티켓판매액이 부산에 밀린 것도 드림씨어터 개관 이듬해인 2020년부터다. 개관 이후 '라이온 킹' '알라딘' '위키드' 등 해외 대형 공연들이 이곳에 장기간 머물렀다. 도심에 위치한 극장은 부산역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안팎, 도시철도 2호선 역과도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 결과 과거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대구를 찾던 경북·울산·창원 등 인근 지역 관객들도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재 대구에 뮤지컬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은 △계명아트센터 △달서아트센터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학생문화센터 △대덕문화전당 △문화예술전용극장CT △봉산문화회관 △수성아트피아 △아양아트센터 △어울아트센터 등 10곳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극장은 다른 장르의 공연도 올릴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이지 뮤지컬 공연에 특화된 전용 극장은 아니다.
이성훈 쇼노트 대표는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 도약했음에도 부산에 시장이 역전당한 것은 관객 수요의 문제이기보다 극장 인프라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결과"라며 "대구가 뮤지컬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뮤지컬 전용 극장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김승수 의원실에서 주최한 '한국뮤지컬 60주년 및 DIMF 2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남일보 DB>
다만 지역 뮤지컬계에서는 뮤지컬 전용 극장 조성이 '국가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미 인근 지역인 부산에 '드림씨어터'가 있고, 대구에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을 주도할 만한 큰 기업이 많지 않아 민간 투자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뮤지컬 전용 극장을 포함한 문화예술 허브 '국립뮤지컬콤플렉스'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가 나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경호 대구시장 역시 지난 24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산격동 옛 경북도청 후적지에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대구 뮤지컬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뮤지컬 전용 극장의 부재"라며 "대구는 20년간 뮤지컬 축제를 개최해왔고 국립뮤지컬콤플렉스 후보지로 거론되는 옛 경북도청 후적지도 문체부 땅"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