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정 대구문인협회 수필분과 부위원장
"Hola!" 낯선 여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데스산맥 깊숙한 작은 마을이었다. 만년설을 인 봉우리들은 푸른 하늘 아래 묵묵히 서 있었고, 광장에는 붉고 노란 전통 직물이 산바람을 따라 길게 흔들리고 있었다. 팬플루트의 맑은 선율이 계곡을 타고 퍼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알록달록한 전통 의상은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고, 광장은 어느새 하나의 커다란 원이 되었다.
나는 카메라를 든 여행자였다. 그러나 그녀가 내민 손을 잡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었다. 차랑고의 경쾌한 가락이 이어지고 북소리가 박자를 더하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아 원 안으로 이끌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이는 없었다. 함께 웃고 같은 리듬에 발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제의 한 사람이 되었다. 발걸음은 서툴렀고 몸짓은 어색했지만 사람들은 더 크게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 웃음에는 낯선 이를 품어 주는 따뜻한 환대가 담겨 있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축제는 공연을 보여 주는 행사가 아니었다. 사람을 공동체 안으로 초대하는 오래된 문화였다.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은 박자에 발을 맞추며,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일. 문화는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문득 우리에게도 그런 풍경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정월대보름이면 사람들은 달집을 둘러싸고 손을 맞잡았고, 추석이면 강강술래를 하며 달빛 아래 웃음을 나누었다. 농악이 울리면 마을은 저절로 하나가 되었고, 김장을 담글 때나 모내기를 할 때도 먼저 내밀어진 것은 말이 아니라 손이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손을 보태는 일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손보다 화면을 더 오래 바라보며 살아간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쉽게 연결되지만, 가까운 이웃과 손을 맞잡을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연결은 많아졌지만 관계는 얕아지고, 대화는 늘었지만 온기는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축제는 더욱 소중하다. 축제는 사람을 모으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을 이어 주는 문화다.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 하나가 낯선 이를 이웃으로 만들고, 함께 웃는 시간은 공동체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한다.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이런 문화만은 오래 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로 쌓은 유적은 세월을 견디지만, 사람이 건네는 손은 시간을 건넌다. 안데스의 작은 광장에서 내 손을 잡아 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오래도록 내 마음을 붙잡은 것은 먼저 손을 내미는 문화였다. 여행은 먼 곳을 다녀오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사람의 온기를 다시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날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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