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저수지 평균 41%·두 달 강수량 평년의 28.3%…밭작물 피해 현실화
낮 최고 40.3℃ 관측 이래 최고…13일까지 가뭄 누그러뜨릴 비 소식 없어
전체 151지구에 긴급 용수 공급 대책…생활용수 제한은 아직 검토 단계 아냐
3일 경주 보문호의 물이 빠지면서 호수 가장자리 바닥이 넓게 드러나 있다. 보문호 저수율은 27.7%로 확인됐다. <독자 제공>
불볕더위와 장기 가뭄 속에 경주의 주요 상수원인 덕동댐에서 열흘 새 물 104만여㎥가 줄었다. 덕동댐 저수율이 55%대로 낮아지면서 가뭄 '경계' 기준인 50%선까지 남은 폭은 5.7%포인트다.
경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수위정보(덕동댐)에 따르면 3일 오후 1시 기준 덕동댐 저수량은 1천821만7천㎥, 저수율은 55.71%로 집계됐다.
열흘 전인 지난달 24일에 비해 덕동댐 저수량은 1천926만3천㎥에서 104만6천㎥ 감소했고, 저수율도 58.9%에서 3.19%포인트 낮아졌다.
덕동댐은 저수율이 73% 아래로 내려가면 가뭄 '주의', 50% 이하는 '경계', 32% 이하는 '심각' 단계로 구분된다.
덕동댐에서는 하루 평균 생활용수 5만㎥와 외동지역 농업용수 10만㎥를 합쳐 약 15만㎥의 물이 빠져나간다. 농업용수가 전체 공급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외동지역 농업용수 공급은 벼농사가 마무리되는 9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농업용 저수지 사정은 더 빠듯하다. 3일 경주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1.0%에 머물러 평년 수준인 70%에 크게 못 미쳤다.
3일 경주시 내남면 안심2리의 한 논바닥이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오른쪽) 논 전체에서도 물 부족으로 벼의 생육이 고르지 못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독자 제공>
보문호 저수율은 27.7%까지 떨어졌으며 물이 빠진 호수 가장자리에는 넓은 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형산강 물을 끌어와 보문호에 공급하고 있지만 가뭄이 이어지면서 저수량 감소를 막기에는 빠듯한 상황이다.
농촌에서는 밭작물 피해가 이미 현실화했고 논농사도 지금부터가 고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남면 화곡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논은 그나마 버텨왔지만 밭은 물을 댈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며 "깨와 콩 등 밭작물은 물을 구하지 못한 곳마다 농사를 거의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외동읍 농민 이모씨도 "일부 논은 벼가 이미 말라가고 있어 지금 물을 공급해도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태풍이라도 와서 비를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지난 2일 경주 공식 관측지점의 낮 최고기온은 40.2도까지 치솟았다. 2010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으로, 종전 최고치인 2018년 8월 4일의 39.8도를 넘어섰다.
비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두 달(6~7월) 동안 내린 비도 평년 강우량의 28.3%(90.9mm)에 그쳤다. 기상청은 4일 경북 서부 내륙에 5∼40㎜의 소나기를 예보했지만 경주는 예상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7일부터 13일까지 대구·경북도 대체로 맑고 낮 최고기온은 30∼36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예보상 경주의 가뭄을 누그러뜨릴 만한 비 소식은 없다.
극심한 가뭄으로 경주 덕동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취수시설 주변과 산자락 아래 사면이 넓게 드러나 있다. <경주시 제공>
경주시는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농업용수 부족지역 전체 151지구에서 용수 확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의 지구에 여러 사업을 함께 시행하는 방식으로 하상굴착 173곳, 가물막이 4곳, 들샘 개발 7곳, 간이양수장 28곳을 추진한다. 양수장비 89대도 지원하고 관정 11곳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와 함께 현곡면 남사지, 안강읍 하곡지, 문무대왕면 송전지, 강동면 왕신지 등 4개 저수지에는 여러 단계로 물을 끌어올리는 다단양수장을 설치한다.
생활용수 확보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 덕동댐 물을 공급하던 보황배수지 급수구역에는 광역상수도 공급을 늘리고, 형산강 금장교 일대 보조취수장에서 하루 1만㎥를 취수해 보문정수장으로 보내고 있다. 댐 수위가 취수문 아래로 내려갈 경우에는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경주시 맑은물사업본부 상수도과 시설팀장은 "저수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광역상수도와 형산강 보조취수를 활용하고 있어 당장 제한급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는 가뭄이 계속되면 11월 하순께 덕동댐 저수율이 '심각' 단계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설팀장은 "광역상수도와 보조취수 등을 고려하면 올해 생활용수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가을까지 강수량 부족이 이어질 경우 내년 봄 농사철 용수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