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유등지 데크길 위로 뜨거운 햇살을 뒤로한 채 느긋한 걸음을 옮기는 방문객들의 모습.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계곡과 바다를 찾지만, 피서는 꼭 멀리 떠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청도 유등지 옆 카페 2층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연꽃으로 가득한 호수를 바라봤다. 호수 위로 부드럽게 이어진 데크길에는 양산을 쓴 연인 한 쌍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서두름도, 조급함도 없는 그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이었다.
한여름 햇살을 품은 연꽃 한 송이, 쉼도 아름다움도 때를 기다려 피어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폭염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뜨거운 햇살만이 아니라 쉼 없이 달려온 일상인지도 모른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연을 바라보니 더위는 여전했지만, 마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연꽃은 한 계절 피고 지지만, 그 풍경 속에서 얻은 여유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올여름 가장 시원했던 곳은 그늘 아래가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했던 순간이었다. 진정한 피서는 더위를 피하는 일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쉬게 하는 일임을 청도 유등지는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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