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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데이비드 오스틴과 K-컬처

2026-08-05 06:00
김수영 콘텐츠&사회공헌에디터

김수영 콘텐츠&사회공헌에디터

레오나르도 다빈치, 로알드 달, 벤저민 브리튼, 마리아 칼라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공통점은? 나라도, 성별도, 직업도 다른데 이들의 공통점이라니. 바로 장미 이름이다. 이들 장미는 세계적인 장미 육종회사인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과 프랑스 메이앙의 장미 이름이다. 이외에도 미국 윅스 로즈는 마릴린 먼로 등 할리우드 스타의 이름을, 독일 로젠 탄타우와 코르데스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아우구스타 루이즈 등 유럽 역사 인물의 이름을 장미에 붙였다.


많은 장미 브랜드 중에 전 세계 장미 애호가가 유독 열광하는 회사가 있다. 장미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스틴이다. 높은 가격대에도 이 브랜드의 인기는 뜨겁다. 장미를 키울 때 꽃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병충해에 강한지(내병성), 추위와 더위를 잘 견디는지(내한성·내서성)가 중요하다. 실용성과 강인함에서는 독일 장미가 세계 최고로 꼽히지만, 정원 가꾸는 이들은 오스틴 장미의 우아한 화형과 깊은 향기를 마주하는 순간, 결국 지갑을 열고 만다.


오스틴은 단순한 원예기업을 넘어 '영국 장미'라는 거대한 문화적 카테고리를 창조해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전 세계를 뒤흔드는 K-컬처의 미래가 겹쳐 보인다. 지금의 열풍을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영속적인 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오스틴의 성공 방정식에서 참고할 점이 있다.


먼저 헤리티지와 현대 기술의 결합으로 '새 카테고리'를 개척해야 한다. 오스틴 이전의 장미 시장은 향은 매혹적이나 일년에 한 번만 피는 '올드 로즈'와 사계절 자주 피지만 병충해에 취약한 '모던 로즈'로 양분됐다. 장미 육종가 데이비드 오스틴은 두 가지의 장점을 정교하게 교배해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영국 장미'라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오늘날 '장미' 하면 자연스럽게 '영국'을 떠올리게 만든 혁신이다. K-컬처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만의 헤리티지에 현대적인 기술과 세련된 감각을 결합해야 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국만의 독창적인 콘텐츠 카테고리'를 제시할 때, K-브랜드는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서게 된다.


제품에 서사와 철학이 살아 숨 쉬는 '스토리텔링'의 힘도 가져야 한다. 오스틴의 장미들은 영국의 역사, 인물의 서사를 품고 있다. 전 세계 유명 정원마다 한 주씩은 심겨있는 품종 '로알드 달'은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천재 동화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시됐다. 붉은빛이 매력적인 '벤저민 브리튼'도 20세기 영국의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의 음악적 영혼을 기리기 위해 명명됐다. 소비자는 단순히 식물을 사는 게 아니라 장미를 통해 영국의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K-브랜드가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선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이다. 상품의 이름과 콘셉트에 한국인의 삶을 녹여내거나 한국 로컬의 숨겨진 이야기와 정신을 접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제품에서 보이지 않던 가치와 철학을 알게 될 때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브랜드의 팬덤이 된다.


데이비드 오스틴은 장미를 통해 '영국'이라는 국가의 품격과 브랜드를 세계인에게 깊이 각인했다. 이제 K-컬처를 이끄는 우리 기업과 크리에이터도 세계인 마음에 길이 남을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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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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