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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공연전문재단’ 개편, 삶의 터전이 되려면

2026-08-06 06:00
지중배 지휘자

지중배 지휘자

유럽 도시들의 저녁은 매우 일찍 찾아온다. 활기찬 거리의 우리나라 저녁시간과 달리 상대적으로 매우 고요한 저녁시간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고요 속에서 시민들이 모여드는 각 시내 중심의 밝은 곳은 대개 오페라하우스거나 콘서트하우스이다. 각자의 일상을 마친 이들이 모여 극장 안에서 이웃들끼리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공연의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 공연 쉬는 시간과 공연 후에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많은 대화들을 나눈다. 공연장은 시민들에게 가장 아날로그적인 시간을 제공한다.


최근 본지에 보도된 대구 문화예술계의 소식을 접하며 현장 예술가로서 깊게 관심이 가져졌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하우스 등 대표적인 시설을 '공연전문재단'으로 통합 운영한다는 기사였다. 지역 문화계의 반응 역시 기대와 동시에 불안이 공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 흐름이나 행정 수장의 변화에 따라 조직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던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에,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행정적 실험이나 외형 바꾸기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일 것이다. 현장을 오가는 한 예술가의 시선에서 볼 때, 지역 문화예술계가 품은 이러한 우려는 대구 문화예술행정이 가장 마음 깊이 귀를 기울이며 '공연전문재단'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 역시 통합 개편을 성공으로 이끄는 출발점이다.


예술의 역사가 증명하듯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이 단단한 '한 지붕' 아래 묶이는 본질적인 이유 역시 정치와 행정의 흔들림으로부터 예술행위와 예술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그리고 시립예술 단체가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독일 에센의 TPE(Theater und Philharmonie Essen)가 대표적이다. 한 지붕의 유기적인 전문 조직 안에서 뿌리를 내릴 때, 중복 예산은 절감되고 확보된 자원이 오롯이 무대 위 제작 완성도로 집중된다. 이처럼 안정된 시스템이 구축될 때 비로소 현장의 결실로 돌아온다. 정치적 환경과 상관없이 시민들은 다양한 장르의 '입체적인 문화 선택지'를 지속적으로 제공받게 된다. 타지의 기획을 소비하는 도시를 넘어 스스로 작품을 빚어내어 시민들의 정서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제작 도시라는 자부심 역시 그 도시의 정체성으로 축적된다. 특히 생활공간인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대구오페라하우스나 기차역 도심 길목의 대구콘서트하우스처럼 일상과 맞닿는 공간이 하나의 지붕 아래 중심을 잡는다면, 이 각각의 공연장들은 시민들이 모여 서로 문화를 향유하는 또 하나의 사랑방이 되어줄 것이다.


이 모든 변화와 성패는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행정의 외피를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해외 사례처럼 이러한 시스템을 실제로 경험해 본 리더들의 미학적 안목은 물론, 실질적인 경험을 갖춘 기획 및 행정 실무자들의 전문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문화가 정치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기틀을 단단히 하여 장기적 계획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대구의 두 공연장에서 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다. 무대를 만드는 예술가·기획자, 그리고 관객들과 나누었던 뜨거운 열정과 대구라는 도시가 가진 잠재력을 기억한다. 그 현장을 바라보는 한 예술가로서, 통합 개편이라는 결단이 특정 행정의 치적으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밀한 시뮬레이션과 전문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이 개편이 문화예술계의 불안을 털어내고 시민과 예술가들이 지속가능한 예술을 만들고 향유하는 진정한 삶의 터전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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