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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기후재난 보고서③] “어쩔 수가 없다”, 끓는 동해…‘절멸 위기’ 경북 수산업

2026-08-05 18:04

57년간 달아오른 동해
표층수온 2024년 관측 이래 최고
오징어 어획량 9년 새 94.7% 급감
동해 수산업 품종·조업·유통 구조 전환 시급

포항 남구 호미곶면의 한 양식장에서 직원이 폐사한 강도다리 등을 수거하고 있다. 영남일보DB

포항 남구 호미곶면의 한 양식장에서 직원이 폐사한 강도다리 등을 수거하고 있다. 영남일보DB

동해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대구·경북 수산업이 존립 위기에 놓였다. 이상기후에 따른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어류들의 폐사가 반복되고, 제철 어종이 자취를 감추면서다. 매년 피해 예방을 위한 냉각 장비 지원과 어선 감척 등의 대책도 한계가 뚜렷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영남일보는 '대구·경북 기후재난 보고서' 세 번째 순서로, 끓어오르는 동해가 지역 수산업에 미친 충격에 대해 알아보고, 생존을 위한 구조 전환 과제를 집중 조명해 봤다.


◆"수온은 시한폭탄"…양식장·항구 동시에 흔든 고수온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양식장에서 직원들이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도다리를 여러 수조로 나누는 분조(分槽) 작업을 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양식장에서 직원들이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도다리를 여러 수조로 나누는 분조(分槽) 작업을 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올해 첫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지기 닷새 전인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한 강도다리 양식장. 이른 오전부터 양식장 대표 홍영상씨와 직원들이 강도다리를 여러 수조로 나눠 옮기는 분조(分槽)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바닷물 수온이 점차 상승함에 따라 사육밀도를 낮춰 산소 부족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홍 대표는 "양식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름마다 이렇게 비상이 걸리지는 않았다"며 "어느 순간부터 수온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고 말했다.


분조를 마친 홍 대표는 구룡포 앞바다에서 끌어온 해수를 식혀 수조에 공급하는 히트펌프로 향했다. 그는 2024년에도 고수온 피해를 한 차례 겪은 터라, 사비 3천만원을 들여 이 장비를 설치했다. 홍 대표는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지고 물고기가 이상 행동을 보이면 이미 늦다"며 "지자체 지원이 있어도 양식장 규모에 맞춰 대비하려면 개인 돈이 더 들어간다. 장비를 계속 돌려도 바닷물이 한꺼번에 뜨거워지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양식장을 운영하는 문준식 대표가 강도다리 치어를 기르는 수조의 상태를 확인하며 고수온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양식장을 운영하는 문준식 대표가 강도다리 치어를 기르는 수조의 상태를 확인하며 고수온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같은 날 찾은 다른 강도다리 양식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문준식 대표도 2024년 고수온 피해를 겪은 뒤 양식장 관로를 새로 설치했다. 기존보다 깊은 곳의 시원한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문 대표는 "표층수보다 수온이 낮고 변화도 적지만 바다 전체가 뜨거워지면 깊은 곳의 물도 영향을 받는다"며 "해마다 더 더워지면 어디까지 설비를 늘려야 할지 막막하다. 이제 수온은 날씨가 아니라 생계를 좌우하는 재난"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 대표의 걱정은 닷새 만에 현실이 됐다. 지난 3일 오후 경주에서 강원 삼척까지 동해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뒤 이튿날 오후까지 포항 구룡포·호미곶 일대 육상양식장 8곳에서 강도다리 치어 1만3천600여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출어하지 못한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고수온 영향으로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조업을 포기하거나 감척을 기다리는 어선이 늘고 있다. 구경모 기자

지난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출어하지 못한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고수온 영향으로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조업을 포기하거나 감척을 기다리는 어선이 늘고 있다. 구경모 기자

고수온의 여파는 제철 어종 실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일 찾은 포항 구룡포항에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예년 같으면 여름 성어기를 맞아 집어등을 밝히며 동해로 향했을 배들이지만,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출항을 포기하거나 감척을 기다리는 어선이 늘고 있다. 구룡포근해채낚기선주협회 안영관 회장은 "어민 전부가 고수온 때문에 모두 도산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최근 들어 빈손으로 돌아오는 배들이 많다.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긴 하지만, 당장의 생계보단 장기적인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7년간 달아오른 동해…강도다리 집단폐사, 오징어 실종에 어업지도 재편


표층수온 관측 이래 역대 최대 최고치인 18.74℃ 를 기록한 2024년  연평균 표면수온 분포. <기상청 제공>

표층수온 관측 이래 역대 최대 최고치인 18.74℃ 를 기록한 2024년 연평균 표면수온 분포. <기상청 제공>

수온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경북 동해안 수산업의 뿌리도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강도다리다. 강도다리는 수온이 24~25℃를 넘으면 먹이 섭취량과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 같은 취약성은 2024년 고수온 여파에 따른 집단 폐사로 현실화했다. 그해 8~9월 경북 동해안에서 양식어류 300만5천마리가 폐사해 약 27억5천만원의 피해가 났다. 이중 94%인 284만마리가 강도다리였다. 올해도 경북지역 106개 양식장에서 기르는 어류 2천192만마리 중 강도다리(1천552만마리)가 80%를 차지(경북도 통계)해 피해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동해지역 대표 어종인 '오징어'도 고수온 여파로 어획량이 감소했다. 경북지역 오징어 어획량은 2015년 5만4천685t에서 2024년 2천906t으로 94.7% 급감(경북도 통계)했다. 2018년 1만5천903t에서 2022년 9천817t으로 줄어든 뒤, 최근 2년간(2023~2024년) 3천t에도 미치지 못했다. 바다에서 잡는 어업이 고수온으로 인한 주력 어종의 감소로 기반을 잃어간 셈이다.


양식장 집단 폐사와 기존 주력 어종의 실종 배경엔 장기간 누적된 동해 수온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면수온은 지난 57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1968년부터 2023년까지 1.44℃ 올라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인 약 0.7℃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특히 2024년 동해 연평균 표층수온은 18.84℃로 관측을 시작한 1968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평년보다 1.77℃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평년보다 현저히 높은 수온이 닷새 이상 이어지는 '해양열파'도 길고 강해지고 있다. 기본 수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여름철 폭염과 강한 일사, 따뜻한 해류의 유입이 겹치면 수온이 빠르게 오르고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동해의 해양열파는 역대 최장인 85일간 이어졌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환경공학과)는 "온실가스 증가로 생긴 지구의 잉여열 대부분이 바다에 축적되고 있다"며 "해수에 쌓인 열은 고수온을 장기화하고 육지의 폭염과 강한 태풍을 다시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동해 수산업 구조 전환 시급


지난달 29일 오전 최영숙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이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남양수산을 찾아 강도다리 사육 수조를 살펴보며 고수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최영숙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이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남양수산을 찾아 강도다리 사육 수조를 살펴보며 고수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구경모 기자

현재 경북도는 해마다 반복되는 고수온에 대응하기 위해 냉각장비 지원과 어선 감척을 넘어 경북 수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양식업은 강도다리 중심의 품종 편중을 완화하고, 어선어업은 달라진 어종에 맞춰 어선·어구와 유통·가공 기반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경북도는 출연기관인 어업기술원을 통해 고수온·적조 대응을 위한 사업비 54억원을 들여 냉각기와 산소공급기, 순환펌프 등 방제장비 약 3천대를 확보했다. 포항 청하 앞바다 수심 40~50m에서 강도다리를 기르는 고수온 회피 시험양식과 말쥐치 대체양식도 추진하고 있다. 말쥐치는 중층가두리에서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보여 14개월가량이면 출하 가능한 200g 안팎까지 자랄 가능성이 확인됐다. 최근엔 어린 말쥐치 24만 마리를 시험 양식하며 경제성과 시장성을 검증하고 있다.


경북도 어업기술원 측은 "말쥐치가 중층가두리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험양식 단계"라며 "종자 생산 안정화와 경제성 검증, 양식기술 표준화, 판로 확보를 거쳐 실제 어가에 보급하려면 앞으로 3년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달라진 해양환경에 맞춰 양식 품종과 조업·유통 기반을 함께 바꾸는 종합적인 산업 전환이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해양대 조성환 교수(해양생물공학전공·수산바이오공학전공)는 "고수온은 한철 지나가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기후재난으로 봐야 한다"며 "냉각장비를 늘리고 어선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지역 수산업의 기반을 지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도다리 편중을 완화하고 대체어종의 종자 생산부터 양식, 수매와 유통까지 이어지는 산업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선어업도 감척에 그치지 말고 달라진 어종에 맞춰 어선과 어구를 전환하고, 어민이 새로운 조업에 정착할 때까지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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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대구 서구와 북구를 맡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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