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찾아준 홍반장·조카 기다리던 재규…서로의 상처 보듬은 드라마 속 그 바다
1930년대 일제는 수탈을 위해 청하역 지을 예정이었지만, 패망하고 선로도 깔지 못한 채 떠났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그 역의 기억을 동해안 축 철도망을 구축하며 다시 깨워 2018년, 월포역으로 태어났다. 이후 월포역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의 촬영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포항 월포해수욕장. 월포 바다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주인공 홍반장(김선호)이 종종 서핑을 즐기던 '공진 바다'다.
월포역 내리자마자 푸른 바다 보이고
5분만 걸으면 월포해수욕장 펼쳐져
잔잔하고 얕은 바다 '서핑 성지' 유명
'갯마을 차차차' 홍반장도 서핑 즐긴 곳
포항 가장 북쪽에 자리한 화진해수욕장
'스피링 피버'에선 절절한 고백의 장소
월포역은 물 위에 떠 있는 둥근 달 모양. 플랫폼에 서면, 월포리 갯마을의 잔잔한 스카이라인 위로 아슴아슴 바다가 보인다. 월포역의 뿌리는 약 100년 전인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일제는 조선의 물자를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포항에서 강원도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청하면 필화리 일대에 청하역을 지을 예정이었다. 승강장을 만들고 노반을 다지는 등 제법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일제는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하면서 선로를 깔지 못한 채 한반도를 떠났다. 해방 이후 미완성의 청하역 터는 반세기 넘게 채소밭으로 방치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월포역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이 철길은 2000년대에 들어 동해안 축 철도망 구축 계획이 재수립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새로운 역사는 과거의 터보다 조금 더 바다와 가까운 청하면 월포리로 자리를 옮겨 착공되었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월포역'으로 최종 역명이 확정되었다. 포항역을 떠난 기차가 처음 월포역에 도착한 것은 2018년 1월26일이다.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선재규는 조카인 한결(조준영)을 어릴 때부터 키웠다. 18년 동안 엄마가 죽었다고 믿어온 한결은 우연히 엄마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 선희연(손여은)을 찾아 서울로 향한 한결은 처음 마주한 엄마라는 존재, 그 따뜻한 눈빛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결은 엄마의 친절 뒤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을 알게 된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 상속분할 합의서에 도장을 받기 위해 자신 앞에서 연기를 했던 것, 그리고 진심이라고 믿었던 모든 말들이 사실은 거래였다는 것을. 한편 선재규는 마을 잔치를 하던 중 한결이가 서울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윤봄(이주빈)과 함께 한걸음에 역으로 향했다. 그 역이 월포역이다.
재규는 역에서 누나와 통화를 한다. "니 한결이 마음 1미리(㎜)라도 다치게 했으면, 내 가만 안 둔다. 이제부터 한결이가 찾아가면 초상이 나도 웃어주고, 전화 오면 불이 나도 받아주고, 지금까지 한결이한테 못한 거 죗값 치르듯 다 해라. 니가 한결이 버리고 갔단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고 혹시나 한결이가 물어보면 무조건 내 핑계 대야 한다. 그게 내가 합의서에 도장 찍어주는 조건이다. 알았나?"
그리고 선재규와 윤봄은 월포역 플랫폼에 앉아 한결이를 기다린다. 플랫폼의 어린아이를 보며 재규는 한결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유치원 학예회 날, 한결이는 '아빠 힘내세요'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할 수 없었다. 삼촌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한결이는 선재규가 도착하자 그제야 '삼촌 힘내세요' 하고 노래 불렀다. 그렇게 재규를 울게 했던 한결이, 그래서 1㎜도 마음 다치면 안 되는 내 조카 한결이를 기다리던 그 따뜻한 기차역이 월포역이었다.
월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월포해수욕장. 1㎞가 넘는 모래밭이 월포만을 감싸 안은 바다, 최대 5만 명을 수용하는 포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 하나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공진 바다로 소개됐다.
포항 월포해수욕장.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평균 2m로 낮아 초보자가 서핑을 도전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월포해수욕장
월포역에서 걸어서 5분이면 월포해수욕장이다. 1㎞가 넘는 모래밭이 월포만을 감싸 안은 바다, 최대 5만 명을 수용하는 포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 하나다. 파도는 잔잔하고 수심이 평균 2m로 낮아 초보자가 서핑을 도전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월포 바다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주인공 홍반장(김선호)이 종종 서핑을 즐기던 '공진 바다'다. 그리고 홍반장과 혜진(신민아)이 처음 만난 바다다. 아니, 사실 공진바다는 혜진과 두식이 처음 만난 바다가 아니다. 어린 시절 혜진이 가족과 함께 왔을 때, 엄마를 그리워하며 가출했을 때, 그때마다 혜진과 두식은 이 바다에서 만났었다.
우연이 거듭되면 운명이라 했던가. 월포의 모래밭에 앉아있는 혜진의 모습 너머 서핑을 하는 홍반장의 모습이 보인다. 구두를 벗고 맨발로 해수욕장을 거닐던 혜진은 구두가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 허둥댄다. 그때 홍반장이 혜진의 구두 한 짝을 들고 다가온다. "저기 기왕 도와주신 김에 나머지 한쪽 좀 찾아 주시면 안 될까요?" "옛날에도 그쪽 같은 사람들이 많았나 봐." "네?" "아니 선조들이 미리 속담까지 만들어 놨잖아.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 "어머, 어머, 아니에요 그런 뜻은." 훗날 두식은 혜진에게 말했다. 그날 바다에서 어떤 여자를 봤다고. 한참을 앉아 있는데 눈빛이 너무 슬퍼 보였다고. 그게 자꾸 마음에 밟혀서 계속 눈길이 갔다고.
월포해수욕장의 오동나무집 민박은 공진마을의 통장님인 여화정(이봉련)의 집이었다. 여화정은 의리 있고 화통한 여장부로 혜진이 두식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잔잔한 도움을 준 진정한 어른 조력자였다. 오동나무집 민박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외에 2019년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현재도 숙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인 전현무는 2022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날 밤 이곳 월포해수욕장에 왔다고 한다. 그는 달 뜬 겨울바다에서 한 해를 보내고 일출을 보며 2023년 새해 첫날을 기념했다고 한다.
화진해수욕장은 포항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해변이다. 해변은 그리 길지 않지만 폭이 100m나 돼서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주인공이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했고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에서는 재회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포항 화진해수욕장 해변은 둥근 자갈이 섞인 보들보들한 모래밭이고, 모래밭의 가장자리에서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송림은 캠핑장이다.
◆화진해수욕장
화진해수욕장은 포항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해변이다. 화진리 마을을 지나 산랑천 맑은 물이 조용히 바다가 되는 곳에 화진해수욕장 입구가 있다. 여기서부터 화진 휴게소가 앉아 있는 벼랑 아래까지 400m 남짓한 해변이 화진해수욕장이다. 그리 길지 않은 해변이지만 폭이 100m나 돼서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해변은 둥근 자갈이 섞인 보들보들한 모래밭이고, 모래밭의 가장자리에서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송림은 캠핑장이다. 포항의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문을 여는 날, 화진해수욕장은 수신제를 올리는 것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다치는 사람 없이 무탈하게 해달라고 바다의 신에게 빈다.
화진해수욕장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선재규가 봄에게 프러포즈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선재규는 '문신 토시'에 대해 봄에게 이야기했다. "봄이씨, 그 토시는 단순한 사은품이 아입니다. 내한테는 누구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깁니다. 봄이씨를 만나기 전까지 내는 이 상처 가리기에 급급한 사람이었습니다. 내도 내 상처를 볼 용기가 없어서 그 토시로 꽁꽁 싸매고 다녔던 사람입니다. 근데 봄이씨를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이 팔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습니다. 내도 못 벗긴 내 허물을 봄이씨가 벗겨준 겁니다."
그리고 반지를 내밀며 말한다. "겨울처럼 찼던 내 마음에 따뜻한 봄이 되어준 나의 사랑 봄이 씨 앞으로도 추우나 더우나 봄이 씨 옆을 지켜드리는 그런 남자가 되겠습니다. 그 토시가 봄이 씨와 나의 추억이라면 이 반지는 봄이 씨와의 미래를 약속하는 그런, 그" "예스!" 재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봄은 냅다 예스를 외친다. "예? 뭐고? 아직 외운 거 반도 못 했는데." "선재규씨가 무슨 말을 하든 내 대답은 예스예요."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에서 리트리버 지니와 정우(진구)가 다시 만난 바다도 화진해수욕장이다. 여름(공승연)과 함께 달리던 지니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곳에는 이제 막 도착한 정우가 있다. "지니, 잘 있었어? 어?" 지나와 정우의 만남을 바라보며 여름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아무도 그를 잊지 않았다. 지니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추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것이다.'
글=류혜숙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