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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토마토는 무르고 꽃은 시들고”…폭염에 타들어가는 농심

2026-08-06 18:24

비닐 하우스 내부 온도 ‘50도’ 육박
“더위로 상품성 잃은 작물 보면 막막”
전문가 “더위 강한 품종 개발·보급 必”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대구지역 농업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찜통더위'로 한낮 작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판국에 작물 생육 부진과 고사 피해가 잇따르면서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폭염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 농원·화훼단지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더위에 뿌리 메말라, "작물 폐기 비용도 만만찮아"


6일 오전 대구 동구 미대동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이철우씨가 밭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 속 작업으로 이씨의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김민진 수습기자

6일 오전 대구 동구 미대동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이철우씨가 밭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 속 작업으로 이씨의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김민진 수습기자

"날이 더워서 한낮에 일하면 진짜 큰일 나요."


6일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미대동. 아침임에도 기온은 35℃를 웃돌 정도로 강렬했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주변은 그늘 한 점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변 곳곳에 펼쳐진 작물 밭은 무더위를 피해 작업을 멈춘 탓인지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야외에 심어진 일부 작물은 폭염을 견디지 못한 채 잎이 축 늘어지거나 누렇게 변해 있었다.


취재진이 미대동 일대를 10분가량 둘러본 후에야 겨우 작업자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미대동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이철우(67)씨는 이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목에는 넥밴드를 두른 채 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었다. 긴소매 옷과 긴바지로 햇볕을 가렸지만, 등 전체가 젖을 만큼 땀을 흘렸다. 이씨는 "고추는 원래 햇볕이 강할 때 수확해야 색깔도 곱고 고춧가루 품질도 좋은데, 요즘은 더워도 너무 더워 고추 뿌리까지 말라 죽었다. 함께 기르는 호박도 더위를 견디지 못해 잎과 꽃봉오리가 축 늘어진 상태"라며 "한 낮엔 너무 더워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나마 오전 시간에 나와 괜찮은 것들을 위주로 수확하려 나왔다"라고 말했다.


6일 대구 동구 미대동의 한 토마토 농원에 폭염으로 물러지거나 껍질이 터져 상품성을 잃은 토마토들이 떨어져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6일 대구 동구 미대동의 한 토마토 농원에 폭염으로 물러지거나 껍질이 터져 상품성을 잃은 토마토들이 떨어져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야외 밭보다 밀폐된 비닐하우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날 취재진이 인근 토마토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후끈한 열기가 밀려왔다. 내부 온도계는 50℃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토마토들은 비닐하우스 내부 곳곳에 물러지거나 껍질이 터진 채 뒹굴고 있기 일쑤였다. 천장에서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한 환기팬 여러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하우스 안을 가득 채운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용희(49) 대표는 "모자를 쓰고 선풍기가 달린 조끼를 입은 데다 텀블러에 얼음물까지 챙겨 작업하지만 이 더위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원래 밤에는 환기팬을 자주 돌리지 않았는데, 올여름에는 열대야가 이어져 밤에도 계속 가동하고 있다. 농업용 전기를 쓰더라도 전기요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토마토 생육도 좋지 않아 올해 예상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6일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의 한 농원에서 작업자가 폭염으로 생육이 멈추거나 말라 상품성을 잃은 국화 화분을 전동 운반차에 싣고 폐기 장소로 옮기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6일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의 한 농원에서 작업자가 폭염으로 생육이 멈추거나 말라 상품성을 잃은 국화 화분을 전동 운반차에 싣고 폐기 장소로 옮기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같은 시각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화를 재배·판매하는 한 농원에선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노동자가 전동 운반차에 국화 화분 100여 개를 비닐하우스 밖으로 옮겨 나르고 있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고온 현상으로 생육이 멈추거나 잎과 줄기가 녹아내려 상품성을 잃은 국화들이다. 최근 이곳은 사흘에 한 번씩 상태가 좋지 않은 국화를 골라 폐기하고 있다. 전체 재배 물량 5만송이 중 올여름 들어 약 30%가 폐기된 상태다.


6일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의 한 농원에서 작업자가 폭염으로 말라 상품성을 잃은 국화를 폐기 장소에 쏟아붓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6일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의 한 농원에서 작업자가 폭염으로 말라 상품성을 잃은 국화를 폐기 장소에 쏟아붓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이 농원을 운영하는 한형종(38)씨는 "국화를 직접 재배해 출하하는데,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워 생장 속도가 느려지고 꽃송이도 작아졌다"며 "국화는 여름에 키워 가을에 상품으로 내놓는데, 지금 상태로는 정상 출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폐기한 국화로 발생한 손실만 최소 4천만원에 이른다"며 "국화를 골라 폐기하는 데도 별도의 인건비가 들고, 폐기된 국화는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 손해가 이중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말 역대급 무더위"라며 울상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농가와 관련된 폭염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기후 대응 시설' 등의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구대학교 사공동훈 교수(스마트원예학과)는 "작물은 일정 온도를 넘어서면 광합성과 수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생육이 늦어지고, 열매가 무르거나 꽃 크기가 작아지는 등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자동 차광·환기시설과 냉방설비 등을 확충해 농가의 기후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기후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온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온열질환자 70명 발생…"시설 개선·고온 품종 개발 필요"


5월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수 수치. 보건복지부

5월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수 수치. 보건복지부

작업 특성상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는 농업인들의 온열질환 위험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여름철 폭염 대책기간인 지난 5월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급실감시체계에 신고된 전국 온열질환자는 모두 2천441명이다. 이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825명으로 전체의 33.8%를 차지했고, 80세 이상도 300명(12.3%)에 달했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를 보면 전체 환자의 25.6%인 625명이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논밭'이 324명(13.3%), '길가'가 298명(12.2%)으로 뒤를 이었다.


대구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70명(잠정 집계치)이다. 구·군별로는 달서구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성구 10명, 동구·달성군 각 8명, 북구 6명, 중구·서구·남구 각 5명, 군위군 3명 등이다.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고도 병원을 찾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온열질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해 대구대학교 김석주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고령 농업인을 보호할 현장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시급한 숙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농업인은 작업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아 폭염 속에서도 일을 계속하기 쉽고, 특히 고령 농업인은 갈증이나 어지럼증 같은 초기 증상을 늦게 알아차려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한낮 작업 중단을 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별 공동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2인 1조 작업과 정기적인 안부 확인 등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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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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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태

안녕하세요. 안성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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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안녕하세요. 영남일보 김민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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