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법인 회계까지 더해진 총예산…현장은 “재정난 여전”
“등록금 올려도 자율 재원은 수억원에 불과”…교육 투자 여력 부족
좌측부터 대구대, 계명대, 영남대 전경.
대구경북권 사립대 올해 예산이 사상 처음 7조원을 넘어섰지만 대학 재정 여건 개선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학교법인과 부속병원, 산학협력단 회계 등이 함께 포함돼 있어 총예산 증가가 실제 대학이 교육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 증가를 그대로 의미하지 않아서다.
◆분명 예산은 늘었는데, 체감은 안돼
영남일보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정보공개를 청구, 확보한 '2026회계연도 대구·경북 사립대학(전문대 포함) 예산 현황'에 따르면 지역 37개 사립대 총예산은 지난해 6조613억원에서 올해 7조339억원으로 9천726억원(16.0%) 증가했다. 전국 사립대 평균 증가율(12.3%)보다 높은 수준이다.
회계별로는 법인일반회계가 59.6%, 법인수익회계가 63.6%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산학협력단 회계와 부속병원 회계도 각각 24.0%, 14.4% 늘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법인회계 증가에 대해 일부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예금 인출 후 재예치와 교비 전출, 유가증권 처분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학 교육과 운영의 핵심 재원인 교비회계는 2조7천292억원에서 2조9천475억원으로 8.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예산 증가율(16.0%)의 절반 수준이다.
지역 대학가에선 총예산 규모만으로 대학의 실질적인 재정 여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학교법인과 부속병원 회계가 함께 반영된 총예산 규모와 대학이 실제 교육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학 재정 실무자들은 총예산 증가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곧바로 대학 재정이 좋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경북권 사립대 재정 상황. <인포그래픽=클로드 AI>
◆부속병원·법인 회계 포함된 통계 착시
대구경북권 한 4년제 사립대 예산 담당자는 "총예산은 대학 교비회계뿐 아니라 학교법인과 부속병원 회계도 함께 포함된다"며 "부속병원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병원 예산 증가만으로도 전체 예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대학 본연의 재정 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권 대학이 학생 교육과 대학 운영에 직접 사용하는 교비회계 증가율(8%)은 전체 예산 증가율(16%)보다 낮았다. 대학들은 국가장학금과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비도 대부분 용도가 정해진 목적성 예산이어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A대학의 경우 본예산 기준 등록금과 수강료 증가분은 약 15억원으로 편성됐다. 다만 본예산은 추경과 국고보조금 확정 등을 거치며 변동되는 만큼 단년도 수치만으로 재정 여건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등록금 인상 효과로 증가한 예산은 30억원 선에 머무른다. 결국 누적된 재정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대구경북권 한 사립 전문대 재정 담당자도 15년 이상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그 사이 누적된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은 아직 재정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급여와 공과금, 용역비 등 경직성 비용과 학생 장학금을 제외하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전체 예산의 5%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등록금이 일부 인상됐지만 상당 부분은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기본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쓰인다"며 "교육환경 개선과 시설 유지·보수에 투자하고 나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투자 여력은 사실상 거의 남지 않는다"고 했다.
◆교원 채용 줄고 이탈 가속, 고등교육 질 저하·지방대 소멸 우려
이 같은 재정 압박은 교육의 질과도 직결된다는 것이 대학들의 가장 큰 우려다. 재정 여력이 부족해지면 교육시설 개선과 첨단 기자재 확충, 학생 지원 프로그램 확대는 물론 우수 교원 확보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대학 현장에선 신규 전임교원 채용을 줄이고 비전임교원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처우 개선이 정체되면서 수도권이나 국·공립대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호소했다.
사립대들은 지금과 같은 재정 구조가 계속되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맞물려 지방대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등록금 인상보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대 김병주 교수(교육학과) 교수 겸 사립대학 재정진단위원회 위원장은 "재정진단 과정에서 기준 맞추기를 위해 구성원 동의를 얻어 매년 인건비를 10%씩 삭감하는 꽤 큰 대형 사립대도 있을 만큼 현장의 재정 난항은 심각하다"며 "재정이 어려워 진단을 통과하지 못하고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도 매년 20개 가까이 된다"고 했다. 이어 "법으로 등록금 인상을 제한해 놓았고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만큼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확대밖엔 해결책이 없다"고 진단했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