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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2026-08-06 20:58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원용수 지음/도서출판 잉어등/140쪽


대구에서 활동하는 원용수 시인이 구순을 앞두고 세 번째 시집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를 펴냈다. 오랜 세월 삶의 현장을 묵묵히 걸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일상을 꿰뚫는 간결한 언어와 깊은 성찰을 통해 삶의 본질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나이를 잊게 하는 왕성한 삶의 태도도 눈길을 끈다. 지금도 파크골프를 즐기고 하루 2만 보를 걸을 만큼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시인은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를 시 속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화려한 수사보다 절제된 언어를 택한 그의 시편들은 연륜에서 우러난 깊이와 따뜻한 인간미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번 시집에는 가족과 이웃, 자연과 세월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시편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사랑과 감사, 그리고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특히 삶의 마지막 계절을 맞이한 시인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소소한 행복과 감사가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조용히 일깨운다. 해설자가 주목한 작품 '금슬'은 이번 시집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사랑을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했다. 늙은 아내가 여전히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호칭에는 젊은 날의 설렘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병든 남편에게 "대신 아파 주고 싶다"는 아내의 말과 "심심혀!"라는 투정은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만이 나눌 수 있는 다정한 위로다. 말이 멈춘 자리에서 손바닥을 맞잡고 "꼭, 꼭, 꼭" 전하는 몸짓은 사랑의 확인이자 서로의 아픔을 함께 견디겠다는 묵묵한 약속으로 읽힌다.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는 긴 세월을 살아낸 한 시인이 삶과 사람, 그리고 사랑을 어떻게 품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꾸또 형제 지구 나들이

꾸또 형제 지구 나들이

◆꾸또 형제 지구 나들이/전영귀 지음/도서출판 진서/136쪽


대구에서 활동하는 전영귀 시인이 육아일기 그림책 '꾸또 형제 지구 나들이'를 펴냈다. 두 손주의 성장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이 책은 육아일기이자 그림책이며,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기록이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오늘날, 출산과 육아의 가치를 문화적으로 조명한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생명의 경이로움과 가족의 기쁨은 제도보다 공감과 감동을 통해 더 깊이 전해진다. '꾸또 형제 지구 나들이'는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통해 생명의 존엄과 가족 공동체의 따뜻한 온기를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문화적 콘텐츠라 할 만하다.


책에는 할머니가 두 손주의 하루하루를 바라보며 써내려간 일상이 담겨 있다.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 첫걸음과 작은 몸짓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은 기록은 단순한 육아일기를 넘어 사랑의 증언이 된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이 따뜻한 언어를 만나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삶의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이 책의 미덕은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하루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꾸밈없는 문장과 절제된 표현은 독자에게 넉넉한 여백을 남기고, 그 여백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가정의 성장 기록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사랑을 말이 아닌 시선으로 기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이를 향한 따뜻한 눈길과 섬세한 감성이 글과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어, 한편의 동화이면서도 느린 시집을 읽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당신 어디야

당신 어디야

당신 어디야/이규석 지음/도서출판 맑은책/234쪽


동기부여가이기도 한 이규석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당신 어디야'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아내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남겨두고 홀로 차를 몰고 나온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표제작으로 삼았으니까. 이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신 어디야'는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다. 노마드가 되어 미처 몰랐던 나, 잊고 있었던 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나까지 모조리 불러내서 마치 굿판을 벌인 듯하다. 하지만 통쾌하다. 내용도, 형식도 파괴한 이 수필집은 독자들에게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화가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수필가는 펜으로 그려서 보여주면 된다'는 소신을 가진 작가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짧은 수필을 시도했다. 곳곳에서 번득이는 아포리즘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이나 감동을 주고, 시적인 비유나 상징으로 긴 설명을 피했다. 여운은 당연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겼다.


문무학 평론가는 "이 수필집은 일상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시작으로, 우리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의 무게를 해학과 성찰로 빚어낸 이 글들은 지금 나와 사랑하는 이들이 과연 그 자리에 잘 있는지를 되묻는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가 될 수필 한 편 쓰게 도와주소서.' 이는 작가가 새해마다 기원하는 소원이었다. 하지만 썼다가 고쳐 쓰고, 다시 또 고쳐 쓰느라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쉽게 읽히는 글, 값어치 있는 수필집을 펴내기 위해 매미처럼 7년을 애벌레로 산 셈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마냥 웃다가 문득 섬뜩해졌다고도 한다. 왜일까?


산다는 것이 다 그럴진대

산다는 것이 다 그럴진대

◆산다는 것이 다 그럴진대/최태준 지음/북랜드/160쪽


최태준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을 펴냈다. 오랜 세월 자연과 인간, 신앙과 예술을 함께 품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삶을 관조하는 따뜻한 시선과 순결한 서정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시인의 말에서 "연둣빛 5월에 작은 꽃등 하나 밝혔다"고 고백하듯, 이번 시집은 인생의 상처를 품고도 끝내 희망을 피워내는 마음의 기록이다.


시집에는 '낙엽' '참새' '노루귀꽃' '설중매' '민들레 꽃' '길' '영화 같은 인생' '그대에게' 등 모두 47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변화, 고향에 대한 향수, 가족과 어머니의 사랑, 삶과 죽음, 신앙과 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펼쳐 보인다.


최태준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생명의 상징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꽃과 바람, 강과 바다, 새와 나무는 시인의 내면과 만나 사랑과 그리움, 희망과 위로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특히 노루귀꽃, 설중매, 민들레꽃 같은 작은 생명들을 통해 역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과 순결을 노래한다.


또한 음악과 미술을 오랫동안 가까이해온 시인의 예술적 감성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시벨리우스와 차이콥스키, 가야금과 첼로, 아베마리아 등 음악적 소재는 시어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고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신앙을 바탕으로 한 경건한 시선 역시 삶의 고난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며 시집 전체를 따뜻하게 감싼다.


1942년 경주에서 태어난 최태준 시인은 문학뿐 아니라 사진, 서예,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 왔으며, 그 폭넓은 예술세계가 이번 시집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정리=김형범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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