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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공교육의 대전환, ‘평가 혁신’에서 시작된다

2026-08-11 21:12
김영진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영진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시작해서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객관식 없는 100%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교육계 안팎의 논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평가는 교육과정과 분리될 수 없으며 객관식과 논·서술형 평가는 교육 목적에 따라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해도는 객관식으로, 표현력은 논·서술형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필자 역시 평가는 교육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미래 역량은 수업을 통해 길러지고, 평가는 그 역량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의 평가 체제가 우리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역량을 길러내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성찰이다.


AI와 디지털 혁명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교육과정이 제시하는 미래 인재는 스스로 배움을 주도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타인과 협력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다. 학교 현장은 그동안 수행평가와 성취 평가제 등을 통해 평가 방법을 개선하고, 학생 참여형 수업을 늘리는 등 미래 역량 중심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대학입시, 특히 수능이 객관식 평가 중심으로 유지되는 한 학교 교육은 결국 입시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은 질문하고 탐구하며 토론하기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하나의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골라내는 기술을 익히는 데 아까운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과목별 현실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분명하다. 국어 시간에 문학 작품은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가능하지만 수능에서는 출제자가 정해놓은 단 하나의 정답만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보다 정답을 파악하는 기술이 우선시되면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은 물론 타인의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영어 역시 실제 상황 속 소통과 협업 역량보다는 긴 지문을 빠르게 해석하고 개연성이 낮은 오답 선택지를 제거하여 정답을 찾는 능력이 평가의 중심이 된다. 정작 글로벌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 역량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난도 문제 풀이 경쟁이라고 비판받는 수학도 제한된 시간 내에 정답을 산출하는 반복적인 숙달이 강조되면서 개념의 깊은 이해나 실생활 문제 해결 능력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AI가 복잡한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공식을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원리를 이해하고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사고력이다.


결국 이 모든 파행은 평가 방식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객관식 중심 평가는 인간의 역량 가운데 일부만 측정하는 데 적합하다. 수능을 처음 설계한 학자조차 객관식 평가는 블룸(Benjamin Bloom)의 교육목표 분류 체계 중 주로 지식과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데 효과적일 뿐,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과 같은 고차원적 역량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논·서술형, 구술,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을 목적에 맞게 균형 있게 활용할 때 비로소 온전히 길러질 수 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고교 내신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 중심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수능이 여전히 객관식 평가 체제를 고수하는 한 학교 현장의 변화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평가 혁신은 시험 형식만 바꾼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실제 학생 답안을 활용한 공동 채점 연수, 채점자 간 채점 기준을 표준화하는 연수, 교사 간 협력적 평가 문화 조성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동시에 교사들이 수업과 평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 이외의 비본질적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제 평가 혁신은 학교와 교육 당국의 과제를 넘어 학부모, 대학,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평가가 바뀌어야 교실이 바뀌고, 교실이 바뀌어야 학생의 배움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틀릴까 두려워 침묵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시험을 위해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교육이 아니라, 삶 속에서 지식을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대전환은 평가 혁신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평가 방식을 둘러싼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실천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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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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